빗나간 경제전망에 금간 FRB '소통정책'

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2015.10.06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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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더 이상 미국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자넷 옐런 FRB 의장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 시사에도 예상과 달리 악화된 경제지표에 오히려 인상 연기 쪽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빗나간 경제전망으로 FRB의 소통정책이 손상을 입었다고 5일(현지시간) 진단했다.

지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FRB는 글로벌 경제성장 둔화를 근거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이후 FRB 인사들은 금리 인상 시점을 놓고 엇갈린 논쟁을 벌이면서도 성장 둔화가 미국 통화 정책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옐런 의장 역시 올해 안에 금리 인사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9월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악화되자 시장은 FRB의 입장과 다르게 움직였다. 9월 미국 비농업부문일자리수는 전월보다 20만1000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14만2000개 증가에 그쳤고 8월 일자리수 증가분도 17만3000개에서 13만6000개로 대폭 하향 조정됐다. 발표 이후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2% 밑으로 떨어지며 올해 4월 이후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시장의 금리 인상 전망을 알려주는 연방기금 선물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내년 3월 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주식시장 역시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다.

FT는 이에 대해 FRB와 시장이 미국 경제지표에 대해 매우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BNP파리바의 스티븐 세이웰 FX전략부문 대표는 "전통적으로 FRB는 시장보다 미국 성장률에 대해 더 낙관적인 입장을 취해왔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FRB의 물가상승률 부양 능력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점점 잃어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코메르츠방크의 울리히 레흐트만 외환투자전략가는 "시장의 물가상승률 전망을 무시해온 FOMC 위원들의 오만을 이해할 수 없다"며 9월 고용보고서 이후의 반응은 "시장이 더 이상 FRB를 믿지 않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벤 버냉키 전 FRB 의장 시절 FRB 이사를 지낸 프레데릭 미시킨 미국 컬럼비아대 경제학 교수도 이점을 들며 FRB의 최대 문제는 금리 인상 시점이 아닌 소통전략에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CNBC에 출연한 미시킨 교수는 "현재 경제 지표는 상당히 악화된 상황임에도 옐런 의장과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9월 FOMC 이후 올해말 금리 인상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지속했다"며 "이는 9월 성명 내용과도 일치하지 않을 뿐더러 지표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FRB에 대한 이 같은 비판 여론이 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브라운브라더스해리먼의 마크 챈들러 외환투자전략가는 "금리가 더 이상 충격 흡수기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시장 변동성이 더욱 커졌다"이라며 "11월과 12월 고용지표 결과가 강하게 나오면 연내 금리인상 전망도 다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이버거베르만의 우고 란시오니 외환포트폴리오매니저는 "근본적으로 미국 경제가 완전 고용에 점진적으로 가까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둔화된 고용 성장률이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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