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원 TV캐비넷이 2억원으로…무역보험공사는 '보증'

머니투데이 이현수 기자 2015.10.05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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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2015 국감]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김영학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사진=뉴스1 김영학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사진=뉴스1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여야 위원들은 5일 국정감사에서 한국무역보험공사(무보)의 보증 손실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앞서 무보는 지난해 10월 발생한 '모뉴엘 사태'와 관련, 1조2000억원대 허위수출입 실적을 신고한 모뉴엘에 3000억원대 무역보증을 제공했다. 모뉴엘은 이를 근거로 시중은행들로부터 6000억원대 대출을 받았다.

지난 6월엔 은행들로부터 1500억원대 대출을 받은 프런티어가 관세청에 적발됐는데, 무보는 이 과정에서도 195억원대 보증을 섰다. 프런티어는 개당 생산원가가 2만원인 TV캐비넷을 2억원에 수출했다는 식으로 서류를 위조했다.



◇무보, 보증 손실 계속돼
산업위 소속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은 "2만원짜리를 2억원으로 부풀리는 회사에 무보가 보증을 했다"며 "작년에도 모뉴엘같은 어마어마한 일이 발생했는데, 이런 일이 또 생겨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혀를 찼다.

이 의원은 이어 "모뉴엘 사태 때 즉각적 검사를 하지 않고 5개월이 지난 뒤에야 특별점검에 착수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며 "사장 모가지를 잘라야 정신을 차릴 것인가"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에 김영학 무역보험공사 사장은 "송구하다"면서도 "업체의 신용 등을 고려해 이정도로 금액을 책정할 수 있다고 저희가 한도를 책정하고, 서류조작을 통해 실적을 부풀리는 것은 개별 은행 창구에서 발생하는 일"이라고 답했다.

야당 간사인 홍영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에 "보증을 할 때 확인을 책상머리에서 앉아서만 하는가"라고 물은 뒤 "김영학 무역보험공사 사장의 답변을 듣다보니 무보에선 이런 일이 계속 발생할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보험심사 위원, 내부직원들로 구성
이강후 새누리당 의원은 "보험심사를 제대로만 했으면 문제가 발생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최근 5년간 무보의 경영위원회 보험심사 결과를 보면 336건 중 부결은 1건이었다'며 "위원회는 심사를 의결해주는 거수기 역할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또 "모뉴엘 사태 이후 설치한 심사실도 내부 직원으로 구성돼 외부에서 봤을 땐 '그나물에 그밥'이라고 지적했다.

같은당 이채익 의원은 "무보의 국내외 미회수채권 규모가 3조원이 넘고, 회수불가능 채권 규모는 2조가 넘는다"며 "무보의 리스크관리가 체계적으로 진행이 안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미회수채권 중 대부분은 파산 등으로 사실상 회수가 어려운데, 무보는 다시 자산관리공사에 헐값에 팔아 넘기고 있어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며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사장은 "외부인으로 구성된 리스크위원회가 있다"며 "채권 회수 역량을 강화하고, 미회수채권이 발생하기 이전 리스크관리를 철두철미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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