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치지형 '기울어진 운동장?' No '디스코 팡팡'

머니투데이 김준형 기자 2015.10.03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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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서재]'하드볼 게임'…"前 정권 심판자'스윙보터' 다음 대선서 진보 택한다"

한국정치지형 '기울어진 운동장?' No '디스코 팡팡'


고려대 정외과를 졸업하고 뉴욕 주립대에서 ‘선거와 유권자의 투표행태’라는 독특한 전공으로 학위를 받은 김장수 박사는 ‘하드볼 게임’에서 1930년대 미국에서 흑인들이 민주당을 지지하기 시작한 것을 미국 정치의 역사적 전환점으로 들었다.

지금은 ‘흑인=민주당’이 공식화돼 있지만, 1930년대까지만 해도 흑인들은 1860년대 링컨이 노예들에게 ‘민주주의’를 ‘선물’한 이후 공화당의 가장 강력한 지지세력이었다. 그랬던 흑인들이 1930년대 대공황과 뉴딜을 겪으면서 뉴딜을 주도한 민주당으로 말을 바꿔 탔다. ‘정치적 가치’에서 ‘경제적 가치’로 판단 기준을 바꾼 것이다.



양보와 타협 없이 대립과 갈등만 유발하는 ‘하드볼 폴리틱스’라는 개념에서 책 제목을 따 온 저자는 한국의 진보진영이 최근 패배를 거듭하며 지리멸렬하고 있는 이유도 이 대목에서 찾고 있다. 87년 체제 이후 ‘반민주’ 깃발 아래 유지돼 온 진보진영의 선거연합이 해체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연금개혁과 노동시장 개혁과정에서 드러난 갈등이 단적인 예다.

각종 선거 경험이나 여론조사 결과는 우리나라 유권자의 보수 중도 진보 비중을 40대 25대 35정도로 가리키고 있다. 중도층은 한국의 대통령선거를 좌우하는 ‘스윙보터(Swing Voter)’의 핵심이다. 이들은 ‘부동층’과 달리 이념을 떠나 기존 정부에 대한 심판과 이를 토대로 한 미래에 대한 가능성에 투표하는 유권자들이다.



저자는 2002년 대선에서는 진보를 지지했다가 노무현 정부에 실망해 보수로 돌아서거나 기권한 스윙보터 651만명이 이명박 대통령을 탄생시켰다고 ‘계산’해낸다. 거꾸로 2007년 대선에서 보수였다가 이명박 정부에 실망해 2012년 대선에서 진보로 돌아선 스윙보터는 485만명으로 추산한다.

한국의 정치 지형은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고, 선거마다 이전 정권을 심판하는 스윙보터들에 의해 지형이 급변하는 ‘디스코 팡팡’이라는 게 저자의 판단이다.
저자는 ‘의외로’ 다음 대선에선 진보진영이 승리할 걸로 전망한다. 고령층 유권자가 더 많이 사라지고 2017년 340만명 정도의 유권자가 새로 진입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저자는 이명박 정부에서 정무수석실 선임행정관을 지냈다. 하지만 공정한 시장경제 유지가 정치 본연의 임무라고 본다. 기득권층의 부당한 ‘지대(rent)’ 수탈을 막아야 한다는 관점은 진보세력과의 경계를 찾기 힘들다.
저자는 중도정당을 내세운다. 이 중도정당이 대변해야 할 계층은 이른바 ‘20·30’ 세대다. 미래를 짊어지고 갈 핵심적 세대이자 자원 배분이 집중돼야 할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이다.


하드볼 게임의 내용은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 내에서 공감대를 넓혀 가고 있는 개혁보수 세력과의 ‘싱크로율’이 거의 100%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새누리당 내 개혁보수 세력의 ‘출사표’를 대신하고 있다.

◇하드볼 게임=김장수/사회평론/256쪽/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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