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주택임대료 조정 방식 살펴보니…'자율'보단 '규율'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2015.10.01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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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런치리포트-전월세 폭탄 이대론 안된다④]뉴욕 '연 1% 제한', 獨 '표준임대로 따라야'

선진국 주택임대료 조정 방식 살펴보니…'자율'보단 '규율'


서민들의 주거문제와 직결된 전월세 가격 상승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정부는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야당이 내놓은 대안에 '시장 자율성'을 강조하며 어깃장을 놓고 있어 '주객이 전도됐다'는 비판을 받는다.

'전세제도'가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별한 주택공급형태이긴 하지만 다른나라도 주택 임대료가 급등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선진국 및 대도시에서 임대료 폭등을 막기위해 어떤 제도를 취하고 있는지 주목해 볼만하다.



세계 금융의 심장이자 서울과 비슷한 가구수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 뉴욕은 임대료 인상폭을 강하게 규제하고 있다. '임대료 가이드라인 위원회'를 만들어 100만~140만가구에 대해 해마다 임대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임대료 인상 범위에 한계를 둔다. 위원회에는 임대인과 임차인 대표가 함께 참여한다.

올해 빌 더블라지오 뉴욕 시장은 임대기간이 1년인 경우 연 1%, 2년인 경우 2.75%로 인상률을 결정했다. 지난해에 비하면 대폭 낮아진 수치다. 마이클 블룸버그 전 시장은 지난해 1년 4%, 2년 7.75%를 결정했었다.



대신 뉴욕시는 2011년부터 월세 2500달러 이상의 주택에 대해 임대료 산정을 자율에 맡기고 있어 고액 세입자를 보호대상에서 제외시키고 있다.

베를린시의 인구집중으로 1년 새 임대료 인상률이 9%에 이르자 독일은 임대료 상한액을 10% 이상으로 올리지 못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임대료 관리에 신경이 곤두서있다. 독일은 우리나라처럼 계약갱신 기한을 못박고 있지 않지만 임대차 갱신을 거절하거나 해지하기 어렵도록 민법에 규정하고 있어 우리보다 세입자 보호에 더 치중하는 편이다.

집주인은 15개월동안 임대료 변동이 없을 때만 지자체가 마련한 표준임대료에 따라 인상할 수 있다. 표준임대료는 4년간의 비슷한 여건의 주택 임대료를 토대로 산정된다.


만약 집주인이 이보다 높여 임대료를 받으려면 관련자료나 감정서, 3가구 이상 비슷한 주택의 임대료를 근거로 제시해야 한다. 이를 갖추더라도 3년간 20%를 넘어 인상할 수 없다.

프랑스도 독일과 같은 방식의 표준임대료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임대료 조사통계소'를 둬 관련 통계자료까지 수집 배포하는 역할을 부여한 것이 특징이다.

영국은 주변국과 달리 규제를 완화해온 나라다. 표준임대료처럼 가이드라인 성격을 띈 공정임대료제를 시행해오다가 1988년 이후 시장 자율에 맡기고 있다. 1996년엔 임대기간조차 자율에 맡기는 단기보증임대제도를 시행 중이다.

그러다보니 임대료 인상 압력이 커지는 추세다. 예컨대 런던의 캠든 자치구는 임대료 폭등으로 세입자들이 이주해야 하는 처지다. 이에 대해 영국의 인디펜던트지는 지난 1월 설문결과를 통해 "임대료에 대해 법적으로 강제 제한을 두자는 데 반대하는 영국 국민은 10%도 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영국 역시 주변의 시장임대료 보다 과도한 임대료는 임대료산정위원회서 조정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임대주택시장을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국회 입법조사처는 '국내외 민간임대주택시장제도의 현황과 시사점'이라는 정책보고서를 통해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발표된 부동산 및 전월세 대책을 시장의 구조적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며 "변화된 임대차시장 중심의 주택시장을 다시 매매시장으로 되돌리는 과거 회귀전략으로 전세가격 급등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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