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투자 열기는 추석 연휴가 지난 10월부터 연말까지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10월에만 11개 기업이 상장에 앞서 공모청약을 실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처음 해보는 공모주 청약, 생각보다 우여곡절도, 미리 알아야 할 것이 많았다.
"공모주 청약하러 오셨다고요? 저희 증권사 계좌 갖고 계신가요? 아, 지금 만드신다고요? 그러면 오늘 청약 중인 종목은 청약 못 하시는데…"
증권사 설명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청약 시작일 전까지 주관사 계좌가 개설돼 있어야 청약 자격 조건에 해당된다. 상장 주관사의 계좌를 갖고 있지 않았던 기자는 원하던 종목에 바로 청약할 수 없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주식 계좌가 있더라도 해당 계좌의 이전 거래량에 따라 청약 한도나 우대 기준도 달라진다. 지난 22~23일 청약을 진행한 LIG넥스원의 청약 조건에 따르면 직전 3개월간 주식거래 약정이 1억원 미만이거나 직전 3개월 내 신규·휴면 후 재유입 고객 중 직전월말 평균자산 1억원 미만인 경우 최고 청약한도인 2만7600주의 절반만 청약할 수 있었다. 반대로 거래량이 많은 경우 원 청약한도의 1.5~2.5배까지도 청약할 수 있었다.
◇신입사원 월급에 비하면 터무니 없이 비싼 증거금
아쉽지만 다음 청약 일정을 기약하며 미리 주식 계좌를 만들었다. 청약에 앞서 주식 계좌에 미리 돈을 넣어 놓아야 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청약할 때 '청약증거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청약증거금은 공모에 참여한 투자자들이 증권사에 내는 일종의 계약금이다. 주식 수와 주당 공모가, 증거금률에 비례한 금액을 낸다.
예를 들어 증거금률이 청약대금의 50%였고 공모가가 주당 7만6000원이었던 LIG넥스원은 2만7600주를 청약할 때 증거금이 10억4880만원 정도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공모가가 3000원으로 비교적 낮은 편이었던 동일제강(증거금률 50%)도 같은 양의 주식을 청약한다면 4140만원 정도가 든다.
◇단 1주 받기 위해 수백만원이 필요
"고객님, 10주요? 그러면 한 주도 못 받아요. 100주요? 그만큼 청약해도 경쟁률이 높아지면 한 주도 받을까 말까예요. 다른 고객분들이 왜 최대한도로 청약하시는데요."
기자가 알아본 종목의 최소 청약 가능 주식 수는 10주. 소심해 보이긴 하지만 통장 잔고가 '텅~장'(텅 빈 통장) 수준이라 종잣돈이 얼마 없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최소 한도인 10주만 청약해보겠다고 하니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식의 대답이 돌아왔다.
공모 청약이 끝난 후 주식이 청약경쟁률에 비례해 배분되기 때문이다. 공모가가 1만원인 주식에 청약해 청약경쟁률이 100대1로 집계됐다고 가정하면 1억원을 투자했어도 100주밖에 못 받는다. 증거금률 50%를 가정하면 애초 청약 단계에 최소 5000만원은 필요하다는 얘기다. 종잣돈 100만원을 가지고 증거금 50만원을 내 100주를 청약하면 겨우 1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청약경쟁률은 대부분 100대 1보다도 높다. 경쟁률이 200대 1, 300대 1로 올라가면 결국 1억원이 있어도 50주, 30주밖에 받지 못한다는 계산이다. 100주 청약한다면 1주도 못 받는 셈이다.
실제 9월 중 청약 종목 중 드물게 청약이 저조했던 LIG넥스원은 청약경쟁률이 4.74대 1에 그치긴 했지만 제너셈은 797.33대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상대적으로 낮은 경쟁률을 기록한 타이거일렉의 청약경쟁률도 약 241.92대 1로 집계됐다. 제너셈은 최소한 798주, 타이거일렉은 242주는 청약해야 간신히 1주 배정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모든 청약 일정이 끝난 후 단 1주를 받기 위해 공모가 1만500원인 제너셈은 약 838만원, 공모가 6000원인 타이거일렉은 145만2000원이 필요했다는 얘기다.
◇돈 없고 투자 처음이라면 공모주 펀드도 대안
결국 기자는 단 한 종목에도 청약해보지 못하고 말았다.
하지만 모아 둔 종잣돈이 부족해도 공모주에 투자할 수 있는 다른 방법도 있다. 투자금액 제한이 없고 분산 투자로 위험성을 낮춘 공모주 펀드에 투자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류정아 NH투자증권 PB는 "공모주 펀드는 대부분 채권 혼합형이라 70% 정도는 채권에, 10~30% 정도는 여러 공모주에 분산투자하기 때문에 개별 종목 공모 청약보다 안정성이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공모주 개별 종목에 투자할 때처럼 첫날 공모가보다 주가가 올랐을 때 수익을 내는 효과도 공모주 펀드에서 누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류 PB는 "특히 투자자금이 비교적 많지 않은 신입사원들이라면 돈이 조금씩 모일 때마다 공모주 펀드에 나눠 투자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