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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해? 밥은 먹었어?' '어디야? 난 잠시 쉬러 나왔어.' '컨디션 괜찮아? 일이 많니?'
계산이 힘들지도 모르니 질문을 조금 바꿔보겠다. 그가 위와 같은 문자를 보내는 빈도가 얼마쯤 돼야 진심으로 당신에게 반했다고 할 수 있을까. 최소 하루 세 번은 해주면 좋을 듯싶다. 6시~12시, 12시~18시, 18시~24시로 구간을 정해 기계처럼 하라는 게 아니다. 상대방 하루의 시작과 끝, 그리고 그 사이를 채우고 있는 일상에 대해 적어도 한 번씩은 궁금해 해야 성실한 사랑을 주고받고 있다는 확신이 들지 않을까?
'내 생각을 조금이라도 하니까 연락하는 거야.'라며 긍정적인 해석을 하려 해도, 어장 속 물고기가 된 듯한 찝찝함은 어쩔 수 없다. 그가 엄청난 가두리 양식업자일거란 불안감도, 사랑을 갈구하며 느끼는 고독감도 떨쳐버리기 쉽지 않다. 이런 불편함을 겪고 있는 여성들은 '내게 관심이 있다면서 왜 간섭하지 않죠? 무관심보단 간섭이 더 좋지 않나요?'라는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가 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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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간섭은 진정한 의미의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할 경우: 연락하는 빈도나 방식 차는 자라온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귀가가 늦는 아버지를 새벽까지 기다리는 어머니와 그렇지 않은 어머니, 그런 회식자리에서 꼬박꼬박 가족에게 연락을 해주는 아버지와 그렇지 않은 아버지 슬하에서 자란 남자들의 가치관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배우자를 선택할 때 가정환경을 살피라는 얘기가 이런 연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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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진정성과는 별개로, 자라온 환경에 따라 간섭을 귀찮게만 생각하는 남자들도 많다. 본인은 최대한의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필요 이상의 간섭을 요구하는 당신을 집착녀로 치부해 버릴지도 모른다. 그들은 각자의 사생활을 터치하지 않는 관계야 말로 신뢰를 기반으로 한 사랑의 완성형이라 생각할 수 있다. 시시비비는 가릴 수 없다. 하지만 아무리 멋진 옷이라도 본인에게 맞지 않을 경우엔 환불하는 편이 낫다. 결국엔 옷이 찢어지든 내 맘이 찢어지든 둘 중에 하나가 될 뿐이니까.
2. 단순히 게으른 경우: 연락하지 않는 남자의 속내를 100% 파악하긴 어려운 일이다. 그도 모르고 그의 부모님도 모르는 그 진심의 정체를 우리가 완전히 알 순 없다. 확실한건, 그가 게으를 확률이 높다는 거다. 세상엔 게으른 남자가 많고 본인이 그런 남자임을 모르고 있는 경우는 더 많다. 그런데 우린, 아무리 게으른 본성을 갖고 있던 남자라도 진심으로 반한 여성에겐 본성을 져버릴 정도의 부지런함을 발휘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니 그가 당신에게 얼마나 반했는지, 그의 게으름의 정체가 뭔지 굳이 판단하려 들지 말자. 1번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게으른 남자는 당신이 거절하면 될 뿐이다.
3. 간섭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경우: 드물긴 하지만, 잘 하지도 못하는 연락을 할 바엔 안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남자들도 있다. 일상에 대한 질문을 규칙적으로 하긴 하는데 당신에게 어떤 감흥을 주고 있지 않은 건지도 모른다. 이들은 관심과 간섭의 경계를 구분 짓는 센스가 부족한 남자다.
'밥 먹었어?'라는 질문을, '그 근처에 맛 집 있다던데. 가봤어?', '요즘 우리 회사에선 이거 먹는데, 너희도?'라는 식으로 다양하게 응용시켜 물어 볼 수 있다는 걸 모른다. 그래서 아예 물어보길 두려워한다. 혹은 성의 없이 기계처럼 느껴지는 문자만 내리 보내기도 하고. 이런 서툰 남자를 잘 키우면 충실한 포로로 만들 수 있겠지만, 아마도 당신이 먼저 그를 떠날 확률이 더 높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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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은 분명 사랑의 필수조건이다. 하지만 모든 간섭이 사랑은 아니다. 사랑과 집착, 자유와 방종, 간섭과 관심의 경계를 재단하는 저울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다행인건, 우리 모두 그 저울을 갖고 있단 사실이다. 숱한 만남과 이별을 겪다보면 본인이 가진 저울의 정체가 서서히 드러나게 돼 있다. 너무 뚜렷해져 버린 저울로 인해 피곤해지는 일만 경계하면 될 것 같다.
다시 질문하겠다. 여러분은 당신 곁에 있는 연인의 일상적인 연락 횟수에 얼마나 만족하고 있는가. 반대로 여러분은 얼마나 만족스럽게 해주고 있을 것 같은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조금 귀찮아도, 내 가치관에 조금 위배되더라도, 오늘은 3번 다 했단 생각이 들더라도, 상대를 위해 '오늘 힘들었지? 밥은 챙겨먹었어?'라고 문자 한 번 보내보는 건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