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된 아파트 전세도 '부르는 게 값'

머니투데이 진경진 기자 2015.09.25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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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전세 구하기]<1>당산역 일대…59.94㎡ 매매가 3.9억인데 전세가는 3.8억


- 영등포사거리 82.65㎡ 2.8억…시세보다 3000만원 더 불러
- 중소형은 물론 중대형도 매물 품귀… 융자 많은 물건 남아


@머니투데이 김지영 디자이너@머니투데이 김지영 디자이너


"전세요? 있긴 있는데 내가 봐도 가격이 좀 너무하긴 해."



지난 23일 서울 지하철 2·9호선 당산역 주변 한 공인중개소에서 중소형 전세아파트를 찾자 돌아온 답변이다. 이날 찾은 당산동 일대 7개 공인중개소에선 2~3개 전세물건이 있다고 했다. 당산동 일대엔 전체 33개단지에 8000여가구의 아파트가 있다.

이곳 L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전세물건이 워낙 귀한데 중소형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한참을 다른 공인중개소에 연락을 돌렸다. 일대 공인중개소마다 추천매물이 비슷했고 가격도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소개해준 전세 중 괜찮은 물건을 선택하긴 쉽지 않았다.



당산역 인근에 위치한 S아파트 59.94㎡(이하 전용면적) 전세는 보증금이 3억8000만원을 호가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이 아파트와 같은 규모의 아파트 매매가는 3억6500만~4억250만원 선으로 평균 매매가는 3억9000만원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살펴봐도 지난달 거래된 매매가는 3억9000만원(5층)·4억170만원(10층)이었다. 지난 8월에는 3억8000만~3억950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M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이 아파트가 너무 비싸게 나오긴 했다. 그래도 은행빚이 하나도 없고 도배·장판 등 집수리를 최고 수준으로 해놨다”고 설명했다.

지하철 2호선 영등포구청역을 이용할 수 있는 영등포사거리 인근 H아파트 62.6㎡ 전세가는 3억원. 역시 매매시세인 2억7500만~3억1000만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D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추석 이후에나 집을 볼 수 있어 계약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그나마 남은 몇 안되는 전셋집”이라고 말했다. 1986년에 지은 이 아파트는 싱크대·화장실 등을 수리했다고 공인중개사는 설명했다.

갓 매물로 나왔다는 S아파트는 1975년에 건축된 단지로 역시 영등포사거리에 위치한다. 82.65㎡ 전세 시세는 2억3500만~2억5500만원 수준인 데 비해 해당 물건의 호가는 2억8000만원이다. 시세보다 3000만원 이상 높게 부른 셈이다.

L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당산동은 서울시내 어디든 갈 수 있는 사통팔달의 위치로 지하철 9호선이 강남까지 연장 개통되면서 수요층이 더 넓어졌다. 그런 이유로 전셋값도 크게 올랐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한 달간 영등포구 아파트 전세가 상승률은 1.01%로 서울 평균 상승률(0.75%)보다 높았다.

같은 기간에 전셋값이 1.21%나 오른 마포구에서도 전셋집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지하철 6호선 DMC역(디지털미디어시티역) 인근 S공인중개소에선 “중소형은 물건 자체가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특히 지하철역과 가깝고 가격이 저렴한 휴먼시아1·2단지의 경우 74㎡나 84.91㎡ 등 중형아파트는 아예 물건이 없다. 그나마 36.69㎡나 51.98㎡ 등 소형만 각각 1개 남아있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소 설명이다.

호가도 많이 올라 36㎡의 경우 시세는 2억4500만~2억6250만원 수준인데 현재 나와 있는 전세물건은 2억7000만원이다. 51.98㎡는 3억1000만~3억3250만원에 전세 시세가 형성돼 있지만 물건은 3억7000만원에 나왔다.

H공인중개소 대표는 “중소형뿐 아니라 중대형도 전세가 없는데 그나마 전세로 나온 건 융자가 많은 아파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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