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엄청나게 불리하니, 면허증을 가질 수 있는 직종이나 공무원 준비를 권한다.”
“여성 친화직무로 진출하는 것이 취업이나 경력유지 모두에서 유리한 선택이다.”
“면접에서 결혼, 임신계획을 물으면 ‘관심 없다’고 대답하는 것이 현명하다.”
취업을 준비하는 여대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이야기다. 실제로 많은 취업 교과에서 이 같은 이야기들이 심심찮게 나돈다. 심지어 여대생을 위한 면접교육이라는 명목 하에 어떻게 하면 인사담당자 비위에 거슬리지 않는 대답을 할 수 있는지를 질문별로 분석해 알려주기도 한다. 많은 여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메모를 하기도 하고 받아적기도 한다. 이렇게 중요한 사실을 미처 몰랐다는 눈빛으로.
“모의 면접을 볼 때마다 면접관이 두 가지를 지적했어요. 여대를 졸업한 것 자체가 기업이 꺼리는 요소이고, 왜소해 보이는 외모에 대한 선입견으로 채용에서 더 불리할 수 있다고 말이에요. 근데 그건 그냥, 내가 문제라는 소리잖아요. 그 말을 들으니까 면접을 볼 때마다 나란 존재가 뭔가 문제가 있는 존재 같아서 주눅이 들더라구요.”
“나를 잃어가는 기분이었어요. 면접을 준비할 때부터 '조직이 원하는 스타일로 대답하라, 여성성을 숨겨라' 이런 식으로 교육을 받아와서 그런지 부당한 갈등상황에 직면했을 때 혼란이 오는 거예요. 상사의 성차별적 언행도 그냥 넘어가야 할 것 같고 동기남성들의 잡무요청에도 안된다는 말을 하면 안될 것 같고…. 점점 까칠하고 우울한 사람으로 변하더라고요. 더 다니면 내가 큰일나겠다 싶어서 사표를 냈어요.”
어렵게 대기업 계열사에 취업했던 그녀로 하여금 퇴사를 결심하고 새로운 직업을 찾게 만든 것은, 일반적인 흥미, 적성 등의 미스매칭이 아니다. 자신의 성별 정체성에 대한 부정적 의식과 그로인한 혼란이 결국 새로운 직업을 통한 진정한 나 찾기 욕구로 이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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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누군가 “회사 업무과중으로 가정생활 포기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당연하다”고 자신을 속이는 거짓말 하는 대신 "심각하게 고민해 볼 문제"라고 말하자. 그런 질문 자체가 문제인 것이지 여성이라서 가정생활을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 누군가 “왜소해 보이는데, 회사생활 잘할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면 "한 번도 자신을 뭔가 문제가 될 만큼 왜소하거나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없다"고 당당히 이야기 하자.
누군가 “지방이나 해외로 발령이 날 수도 있는데 가능하겠느냐”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면 ‘여자라도 할 수 있다’는 자기 비하 발언 대신, 직업적 성취가 현재 자신에게 중요한 가치인 만큼, 그것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진실한 다짐을 보여주자. 자신을 긍정적으로 수용할 수 없는 조건을 허락하면 지금 당장은 어떻게 버틸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곳에서 오랫동안 제대로 일할 수는 없다. 절대로.
자신의 가치관, 정체성, 라이프 스타일과 위배되는 내용으로 면접을 준비하는 것은 여성에게 유리한 취업전략이 아니다. 그것은 여성을 무시하고, 자신을 폄하하는 일이다. 더불어, 그것은 여성을 조직의 주변인으로 머물게 하고, 원하는 경력개발을 주저하게 만드는 시작점이 된다. 그러고 보면, 여대생을 위한 취업교육이 결코 여대생을 위하는 교육이 아닐 수 있다는 의심이 필요한 때인지도 모르겠다.
◇이재은 대표는… 현재 여성 커리어 카운슬러로 활동하며 강의, 상담,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과거 페미니즘 매체에서 취재기자로 활동했고 현재 여성 커리어교육업체인 여자라이프스쿨을 아담하게 꾸려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