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립공원 ‘드론 출입 금지’

머니투데이 실리콘밸리=황장석 저널리스트 2015.09.25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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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0일 미국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에 ‘공원에서 드론 을 날리는 행위가 금지돼 있다’고 알리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사진=황장석 저널리스트 6월 20일 미국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에 ‘공원에서 드론 을 날리는 행위가 금지돼 있다’고 알리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사진=황장석 저널리스트



미국 국립공원드론 출입 금지

국립공원만큼 미국에서 사랑 받는 여행지도 없을 듯 하다. 휴가나 휴일이면집 근처 국립공원이나, 멀게는 자동차로며칠씩 달려야 하는 다른 주에 있는 국립공원으로 떠나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거대한 산맥과 울창한 숲, 그 속에서 살고 있는 많은 야생동물을 찾아, 자연의 신비가 만들어낸 캐년을 찾아, 광활한 사막을 찾아, 많은 사람들이 짐을 꾸린다. 지난해 1년 동안 미국 국립공원관리청(NPS) 관할 하에 있는 408개 국립공원(공원 명칭에 ‘국립공원’이 붙어 있는 59개 공원과 그 외에 NPS가 연방정부 차원에서 관리하는 349개 공원을 모두 포함)에 놀러 간 사람은 약 2억9280만명(엄밀히 놓고 보면 1명이 여러 차례 방문한 경우도 적지 않겠지만, 편의 상 이렇게 표기). 한 해 예산만 놓고 봐도 2014 회계연도(2013년 10월-2014년 9월)에 NPS가 쓴 돈은 29억8000만 달러(현재 환율로 약 3조 5500억 원)에 이른다. 국립공원에서 근무하는 정규직 및 임시직 직원은 총 2만2000명이며, 자원봉사자는 22만1000명이다.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의 ‘드론 금지’ 표지판

지난 6월 중순, 초등학생 딸의 여름방학이 시작되자 마자 자동차를 몰고 옐로우스톤(Yellowstone) 국립공원으로 여행을 떠났다. 텐트와 침낭 등 캠핑용품을 트렁크에 싣고.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은 와이오밍 주에 자리잡고 있으며, 인근 몬태나 주와 아이다호 주까지 일부 걸쳐 있을 만큼 거대한 공원이다. 총 면적 3468평방마일(8982km²)로 제주도 면적의 약 4.8배. 곰과 들소(bison), 엘크(elk), 무스(moose) 등 야생동물이 많고, 온천과 간헐천등 화산지대, 넓은 호수와 캐년까지 있어 ‘국립공원 종합선물세트’로 불리는 곳이다. 미국에서 첫 번째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캘리포니아 산호세 근처의 집에서 공원까지는 편도 1000마일. 쉬지 않고 달리면 16시간쯤 걸리는 거리여서여기 저기를 경유해 사흘 만에 공원에 도착했다. 공원 남부 온천과 간헐천을 구경하는데 길 옆에 세워진 표지판 하나가 눈에 띄었다.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에서 드론(unmanned aircraft)이나 원격조종 비행기를 날리는 것은 금지돼 있다”는 문구와 함께 드론 금지를 나타내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국립공원서 전면 금지된 드론 비행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에만 드론 비행 금지 표지판이 세워진 건 아니다. 지난해 6월 NPS 조나단 자비스 청장이 NPS가 관리하는 408개 공원에서 드론과 원격조종 비행기를 날리지 못하도록 금지했고, 해당 공원들에는 모두 이런 내용의 표지판이 세워졌다. 캘리포니아 주를 보면 요세미티 국립공원과 같이 ‘국립공원’ 명칭이 들어간 8개 공원 외에도 흉악범들을 가뒀던 연방교도소가 있었던 앨커트래즈섬 등 19개 공원에 대해 드론 금지 규정이 적용된다. 다만 이 조치 이전에 일부 공원 특정 장소에서 이미 허가를 받고 날려 온 취미용 원격조종 비행기는 규정에서 제외됐다. 드론의 경우에도 연구 목적이나 산불 진화 등을 위해 필요한 경우 비행 허가를 내줄 수 있도록 예외 조항을 뒀다.

최대 6개월 징역, 5000달러 벌금



NPS의 조치에 따라 국립공원에서 드론과 원격조종 비행기를 별도의 허가 없이 날렸다가는 최대 6개월 징역형을 받거나 5000달러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징역형과 벌금형을 동시에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엔 6개월을 구치소에서 보내면서 벌금까지 5000달러를 내야 할지도 모른다.

NPS는 지난 2006년 발표한 NPS 운영지침(Management Policies) 1.5항(적합한 공원이용)에 근거해 드론 비행을 금지했다. 이 지침은 ‘새로운 형태의 공원 이용은 각 국립공원의 관리소장(superintendent) 책임 아래 전문적 검증을 거쳐, 공원에 부정적인 영향을미치지 않는다는 판단이 내려진 뒤에야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드론이 국립공원 생태계를 비롯한 공원의 자원과 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확인되면 그때 가서 허용할 수 있지만, 당장은 금지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즉 드론 비행을 ‘새로운 형태의 공원 이용’으로 보고, 관리소장 권한을 이용해 잠정 금지 조치를 취한 것이다. 공원 관리소장은 각 공원의 치안과 관리를 총괄하는 수장이다. 국립공원엔 다양한 체험 학습 프로그램을 이끌거나 조난 구조 등을 하는 직원인 ‘파크 레인저(park ranger)’ 외에도 같은 명칭이지만 사법권을 가진 ‘공원 경찰’이 있는데, 이들은 모두 관리소장 관할 하에 있다. NPS는 드론 금지 조치 이후 18개월 내에(올해 말이나 내년 초까지) 관련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드론 금지 조치를 해제할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모형비행기엔 없고, 드론엔 있는 ‘새의 눈’

드론은 원격조종 모형비행기와는 별개의 물건이다. 둘 다 무선으로 비행체를 하늘에 날리기는 한다. 하지만 드론은 일반적인원격조종 모형비행기와는 달리, 장착된 카메라를 통해 조종자가 날지 않으면 볼 수 없는 풍광을 ‘새의 눈(bird’s-eye view)’으로볼 수 있게 해준다. 실시간으로 볼 수도 있고, 촬영된 화면을 활용할 수도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이미 ‘드론 사진(drone photography)’이란 용어가 상용화된 것만 봐도 그렇다. 연방항공청(FAA)이 처음으로 벌금을 부과한 대상도 드론을 이용해 광고용 영상을 촬영한 영상작가였다. 이렇게 보면, 원격조종 모형비행기가 드론 금지 조치에 함께 묶여 들어가는 데 대해 모형비행기 동호인들이 억울하다고 반발하는 건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드론과 공원의 충돌

하여튼 하늘을 날지 않고는 볼 수 없는 절경을 화면에 담을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국립공원에 드론을 가져와날리는 방문객은 크게 늘고 있었다고 한다. NPS 차원에서 국립공원전체에 대해 드론 금지 조치를 취하기 1개월 전인 지난해 5월 초, 요세미티 국립공원은 자체적으로 드론 비행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공원 측은 “(가파른 절벽을) 내려오는 등반객을 찍고, 나무 위에서 풍경을 촬영하며, 항공에서 공원 전체를 드론으로 촬영하는 경우가 목격”되는 등 수년 사이 공원에서 드론을 날리는 사례가 증가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드론이 절벽에 둥지를 틀고 사는 송골매(peregrine falcon)를 포함해 자연생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자연을 체험하려는 다른 방문객을 방해할 수 있고, 긴급구조작업을 저해할 수도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

그랜드 캐년 국립공원에선 지난해 4월 14일 드론 충돌 사건이 보고됐다. 경치를 감상하기 좋은 공원 남쪽 사우스 림(South Rim)의 한 장소에서 관광객 2명이 드론 한 대를 날리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당시 드론은 해넘이를 감상하려고모여 있던 40여 명의 다른 관광객 머리 위를 앞 뒤로 왔다 갔다 하더니 계곡에 추락했다. 유튜브(YouTube)에서 ‘그랜드 캐년 드론 충돌(grand canyon drone crash)’로 검색하면 당시와 비슷한 드론 추락 영상을 찾을 수 있다. 같은 달 말에는 자이언 캐년(Zion Canyon)에서 누군가 큰 뿔 산양(bighorn sheep) 무리 위로 드론을 날리자 어린 산양들이 부모와 떨어져 흩어지는 장면이 연출됐다. 두 곳의 캐년에서 일어난 사건은 NPS의 드론 비행 금지 공문에 ‘문제의 사례’로 포함됐다. 최근 ‘야생 곰을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 드론이 나타나자 곰의 심장박동이 갑자기 빨라지는 등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논문이 발표됐는데, 논문엔 드론이 야생동물에 부정적인영향을 미친 사례로 ‘자이언 캐년 산양 사건’이 언급되기도 했다.

국립공원 드론 금지

NPS가 ‘국립공원 드론 금지’를 발표했지만 국립공원에서 드론을 날렸다가 적발되는 사례는 이어지고 있다.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에서 가까운 와이오밍 주 잭슨홀(Jackson Hole)의 지역언론 잭슨홀데일리는 최근 옐로우스톤과 그 남쪽에 자리한 그랜드 티톤(Grand Teton) 국립공원의 드론 비행 적발 사례를 보도했다. 그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에선 드론을 날린 관광객 대여섯 명이 적발돼 그 중 3명이 벌금딱지를 받았다. 그랜드 티톤 국립공원에선 12건이 적발돼 그 중 5건에 대해 조종자에게 벌금이 부과됐다. 그랜드 티톤 국립공원은 빙하가 녹으면서 만들어진 호수 등이 아름답고, 옐로우스톤과 마찬가지로 야생동물이 많은 곳이다. ‘풍경 사진의 1인자’로 불리는 안셀 아담스의 1942년작 ‘The Tetons and the Snake River’로도 유명하다.

드론 금지, 주립공원까지 확산되나

공원이야말로 드론 애호가들에게 최적의 장소라 할 만하다. 상대적으로 인적은 드물고 넓은 공간이자, 자연의 아름다운 풍광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니 드론에 장착된 ‘새의 눈’으로 담아내기에 그보다 더 좋은 곳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자연을 체험하고 즐기기 위해 찾아온 다른 방문객에게 드론이 방해가 될 수 있다. 실제 NPS와 요세미티 국립공원 등 일부 국립공원은 드론 금지 이유의 하나로 ‘방문객 불만이 늘고 있었다’는 점을 언급했었다. 물론 여기엔 앞서 언급한 자연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나 다른 방문객의 안전 등의 문제도 얽혀 있다.
아직까지 대부분의 미국 주립공원이나, 그보다 작은 카운티공원(county park)에 별도의 드론 비행 제한 조치가 취해지진 않았다. 하지만 델라웨어주가 올해 초 주립공원 드론 비행을 금지하는 등 각 주(state) 차원에서 공원 내 드론 비행을 제한할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앞으로 드론은 어느 공원의 어느 구역에서 날게 될까. 어디에서 날리도록 하는 게 바람직할까.

※참고자료

http://www.nps.gov/aboutus/faqs.htm

http://www.huffingtonpost.com/2014/06/20/drones-national-parks-banned_n_5515815.html

http://www.nps.gov/findapark/index.htm

http://www.nps.gov/policy/mp2006.pdf

http://www.nps.gov/policy/PolMemos/PM_14-05.htm

http://www.mirror.co.uk/news/world-news/amazing-drone-photography-captures-awe-6374086

http://arstechnica.com/tech-policy/2015/01/pilot-faa-settle-test-case-about-legality-of-commercial-use-of-drones/

http://www.wsj.com/articles/drone-ban-may-ground-model-planes-1439251012

http://www.nps.gov/yose/learn/news/use-of-unmanned-aircraft-systems-drones-prohibited-in-yosemite-national-park.htm

http://www.nps.gov/zion/learn/news/droneharassesbhs.htm

http://news.nationalgeographic.com/2015/08/150825-drones-animals-wildlife-bears-science-technology/

http://www.jhnewsandguide.com/jackson_hole_daily/local/parks-battling-banned-drones/article_376e9475-f78d-5853-b337-2d1cf7ae1f85.html

http://www.nbcphiladelphia.com/news/tech/Delaware-State-Parks-Drones-Illegal-29756822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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