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이승만 제거 원했다?' 외눈박이 역사관 극복법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2015.09.27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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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서재]' 박태균의 이슈 한국사'…현대사 쟁점 10가지 정리

박태균의 이슈한국사박태균의 이슈한국사


근현대사는 끊임없는 논쟁의 영역이다. 진영 논리에 휩싸여 상대 진영을 공격하는 빌미로도 활용되고 서로 상대방의 역사인식을 외눈박이라고 공격한다.

근현대사에 천착해 온 박태균 서울대 교수(국제대학원)는 대중 역사서 ‘이슈 한국사’를 통해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한국의 역사는 정치화한 신화가 모든 역사 해석을 독점한다고 비판했다.



또 식민지 근대화론의 진화, 경제개발계획 입안 과정, 햇볕정책 등 논쟁적 사안에 대해 현미경을 들이댔다. 일방적으로 누군가를 매도하거나 칭송하는 방편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근거를 제시한 것이다.

‘방송(CBS 라디오 프로그램 박태균의 한국사)을 통해 한번 걸러지고 말하듯이 쓰여져’ 주석의 무게와 논문식 서술에 짓눌리지 않도록 배려한 것도 장점이다.



박 교수는 ‘식민지 시기를 통한 경제성장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서 '식민지근대화론=친일'의 등식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쪽에 대해 갖는 편향이 위험하다고도 했다. 한쪽은 개발만 강조하다 보니 ‘(식민지 이전의) 조선은 낙후하고 정체했다’고 하고 다른 쪽은 ‘수탈의 측면만 강조하다 보니’ 식민지 시대에 일어났던 변화들을 제대로 잡아내지 못 한다는 것이다.

건국과 산업화의 아버지로 한쪽에서 칭송해 마지 않는 이승만, 박정희에 대해서도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현재 이들을 받드는 이들은 친미를 기반으로 하는데 두 대통령이 미국과 가장 불편한 관계에 놓였었다는 사실도 거론한 것.

이승만은 휴전협정을 반대했고 반공포로 석방을 강행하면서 미국과 불편한 관계에 놓였다. 특히 이승만이 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직선제 개헌이 부결되자 국회의원을 실은 통근버스를 헌병대로 통째로 연행해 27시간 동안이나 감금한 사실(부산정치파동)을 문제삼았다. 민주주의를 지켜서 공산주의 확산을 막겠다고 유엔군으로 참전했던 국가(영국, 캐나다, 호주 등)들이 이같은 행태를 문제삼자 미국은 실제로 이승만 제거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박정희도 1968년 푸에블로호 납북 사건과 70년대 중후반 카터 집권기에 주한 미군 철수 문제 등을 두고 미국과 불편한 관계에 놓였던 적이 있다.

박정희 정부의 대표적인 치적으로 거론되는 경제개발계획 입안도 사실은 장면 집권기 민주당 정부의 계획안을 받아서 수정한 정도라는 것도 상기해야 한다. 2000년 6월 김대중-김정일의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부각됐던 햇볕정책도 70년대 초 7.4남북공동성명(한반도 통일 대원칙으로 자주.평화.민족대단결을 확인)과 6.23선언(북한과 친한 적대국과도 교역을 하고 남과 북이 국제기구에 가입할 수 있다고 천명) 등이라는게 그의 설명이다.

책 중간중간에는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협약(한국 독립을 언급한 카이로선언, 남한을 한국 내의 유일한 정부로 인정한 대한민국 정부 승인안 등)의 번역문을 실어 국제사회가 한국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도 알 수 있도록 했다.

박 교수는 ‘최근 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논란’을 예상한 듯 한국사 교과서에도 근대화의 양면을 사실 그대로 기술하되 총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담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독도, 영토, 정전협정, 베트남 전쟁, 경제성장, 5·16 등에 대해서도 책 안에 담겼다.

진영 논리와 우리 안의 시각에 갇히지 않고 국제사회가 바라보는 한국현대사가 어떤 것인지를 독자들에게 분명하게 알 수 있게 한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박태균의 이슈 한국사: 둘만 모여도 의견이 갈리는 현대사 쟁점=박태균 지음, 창비 펴냄. 287쪽/1만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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