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장에 깔린 몰래카메라…정부의 말뿐인 "대책 논의"

머니투데이 황보람 기자 2015.09.15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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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속살까지 꿰뚫는 몰카③]

/사진=뉴시스/사진=뉴시스


몰카의 제조 판매 사용까지 전 주기적으로 규제 등록할 수 있는 것 관계부처와 논의하겠다" (14일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중요한 의미가 있는 문제제기로 보인다. 관계부처와 협의해 종합 대응책을 마련하겠다" (10일 추경호 국무조정실장)

몰래카메라가 2015년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와 정무위원회 국감장까지 진출했다. 미방위 소속 장병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4일 탁상시계형 몰카를 국감장에 설치해 관계 장관인 최양희 미래부 장관을 찍어 스크린에 띄웠다.



앞서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도 몰카를 숨긴 모자를 정무위 국감장에 쓰고 나와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에게 몰카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이날 김 의원은 모자와 안경, USB 형태의 몰카를 직접 착용한 채 질의를 진행했다.

이러한 '몰카쇼'는 최근 확산된 몰카범죄의 위험성을 강조한 장치였다. 이미 몰카는 성별과 국경까지 넘어 망실상을 뻗치고 있지만 정부 논의는 뒤따라오지 못하는 것으로 지적된다.



지난 1일에서 4일 사이 김 의원이 '몰래카메라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주요 오픈마켓에서는 5000여개의 몰카 제품이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원실에 따르면 네이버에서는 123곳, 다음은 198곳의 몰래카메라기기 판매처가 검색됐다. 한 신문에서는 지난해 3월 18일부터 8월 11일까지 147일간 98차례에 걸쳐 초소형카메라 광고를 지면에 실은 것으로 전해졌다.

몰카가 횡행하고 있지만 정부 대응은 미온적이다. 무엇보다 현재 유통되고 있는 몰카들은 대부부 '합법'으로 인증까지 받은 제품들이다.

현행법 상 '위장형 카메라'의 제조사가 미래부로부터 제품의 '전파적합성' 평가를 받아 통과할 경우 제품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따라서 합법적 몰카를 판매하고 구매하는 데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 2010년 이후 적합성 평가를 받지 않아 적발된 업체수는 44개 뿐이었던 것으로 드러나 범죄에 쓰인 몰카 상당수가 '적법'하게 유통된 것으로 추정된다.


장병완 의원은 "지난 5년 동안 2만여건 넘는 성폭행 범죄가 카메라 촬영을 이용해 발생했다"며 "정부가 업체 단속에 손 놓은 사이 몰카 범죄는 폭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정부 기관들은 "관련부처와 협의해 보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혀 구체적인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촉가가 이어진다.

현재 몰카 방지와 관련해 가장 구체적으로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기관은 경찰이다.

지난달 31일 강신명 경찰청장은 경찰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카메라 등 이용촬영(몰카) 성범죄 근절 강화대책'을 밝혔다. 경찰은 주요 워터파크의 여성 탈의장, 샤워장 등에서 잠목근무를 하는 등 몰카 단속에 나서기로 했다.

또 몰카 범죄와 영상 유포자에 대한 '신고포상금' 제도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제보의 중요도와 기여도에 따라 지급기준을 정해 구체적인 지급액을 마련할 예정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몰카 자체에 대한 단속을 넘어 몰카로 찍은 영상을 소지하기만 해도 처벌하는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처럼 영상 소지만으로도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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