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日 증시 하락해도…韓개미들 '분노의 매수' 행진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2015.09.1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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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재무학]<109>증시 조정기 두 가지 투자 행태…손절매 vs 저가매수

편집자주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외국인이 시간당 1000억 원어치씩 주식을 팔아치우는 가운데 개인들이 이에 맞서 시간당 1000억 원씩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지난달 24일과 25일 중국증시가 연이틀 8.5%와 7.5%씩 폭락한 이후 전 세계 증시가 중국발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중국경제 성장 둔화와 9월 미국 금리 인상 우려가 한층 불거지면서 글로벌 증시는 아직도 그 이전 시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국증시(상하이지수) 하락률은 8월21일 이후 지난 11일까지 -9%에 달하고 일본증시(니케이225지수)는 6% 하락 속에 빠져 있습니다. 유럽증시(EuroStoxx50지수)도 여전히 마이너스(-1.8%)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구요. 그나마 미국증시(S&P500지수)는 0.5% 하락으로 선방하고 있는 편입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한국증시는 오히려 올랐습니다. 코스피지수는 중국증시가 폭락한 지 겨우 3일만에 이전 시점을 회복했고 코스닥지수의 회복은 이보다 하루 더 빨랐습니다. 그 이후로 한국증시는 단 한번도 이전 시점 밑으로 떨어지지 않은 채 11일까지 3.5%(코스피)와 6.8%(코스닥)씩 상승했습니다.



이 기간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만 무려 3조8927억 원어치의 주식을 매도했고 코스닥시장에선 1709억 원을 거둬들였습니다. 기관투자자는 코스피시장에선 3조2716억 원의 주식을 순매수했지만 코스닥시장에서는 1236억 원어치를 내다 팔았습니다. 이쯤되면 한국증시가 크게 떨어졌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외국인과 기관의 대량매도에 불구하고 한국증시가 하락하지 않고 오히려 오른 배경에는 바로 개인투자자의 대량 매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기간동안 개인투자자들은 코스피시장에서 1243억 원 어치의 주식을 사들였고 코스닥시장에선 3164억 원을 쏟아부었습니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은 이 기간 코스피와 고스닥시장 양쪽에서 유일하게 순매수를 보이며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에 꿋꿋이 맞서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이러한 개인투자자들의 대량 매수를 두고 '개미들의 분노의 매수'라 부르고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증시가 글로벌 증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올라서 개인투자자들이 불만이 많았는데 오히려 증시 하락으로 손실을 입자 화가난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저가매수에 나서며 오히려 지수를 끌어올리는 결과마저 낳았다는 겁니다.


주가가 하락하는 증시 조정기엔 크게 두 가지의 투자 행태가 나타납니다. 하나는 투자한 주식을 서둘러 전량 매도하는 것입니다. 이를 두고 보통 손절매(loss cut)라 부르죠. 특정 이슈나 재료를 보고 주식을 매수했지만 주가가 오르지 않고 되레 떨어지면 과감히 주식을 정리해 버립니다. 이러한 투자 행태는 주로 단기투자자에게서 발견됩니다.

다른 하나는 저가매수의 기회라 보고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계속 주식을 사 모으는 것입니다. 이는 아주 긴 투자기간을 가진 장기투자자의 투자 행태입니다. 어차피 몇 개월 후에 주식을 내다 팔 게 아니고 수 년간 보유할 거니까 주가가 떨어지면 오히려 우량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여깁니다.

첫 번째 투자 행태는 손절매에 따른 조그만 손실을 입습니다. 대체로 3~5% 정도의 손실이지요. 만약 주가하락이 장기간 지속되거나 주가가 상당기간 조정을 받는 경우 손절매는 투자자가 더 큰 손실을 입는 걸 효과적으로 막아줍니다.

두 번째의 경우는 어차피 장기 투자자이기에 투자손실이 실제로 실현되지 않습니다. 그저 주식계좌상에 손실로 기록될 뿐입니다. 나중에 주가가 회복되면 투자성과는 얼마든지 플러스로 돌아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도저도 아닌 투자자는 이 두 가지 투자행태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다 대개 큰 손실을 입습니다. 예를 들어, 첫 번째의 경우처럼 단기 테마를 보고 주식을 샀는데 예상대로 주가가 오르지 않고 반대로 떨어질 때 주식을 팔아 치우지 못하고 그냥 하염없이 보유하게 되는 경우입니다.

최근 만난 한 대학동기는 지난해 하루 쉬는 날 모처럼 삼성전자 주식을 매수하고 장마감전에 팔려고 했다가 사정이 생겨서 못팔게 됐고 이후 머뭇머뭇거리다 현재 마이너스 30%의 손실을 입고 있다고 털어 놓았습니다. 당초의 투자 목적이 어긋나게 됐을 땐 과감하게 손절매를 했어야 하는데 2~3%의 손실이 아까워서 망설이다 손실폭만 키우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비자발적 장기 투자자가 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입니다. 처음엔 얼마의 이익만 내고 팔려고 했지만 그러지 못하고 결국 주식을 장기 보유하게 된 사람들이 주위에 너무나 많습니다.

이 반대의 경우도 허다합니다. 처음엔 분명 자식 대학 등록금에 보태려고 혹은 퇴직후 노후대비용 등으로 준비하려고 주식에 장기투자했건만 지금처럼 증시가 요동치거나 조정이라도 받을라치면 불안한 마음에 그냥 주식을 처분해 버리는 소심한 투자자들이 수두룩합니다. 길게 10~20년 투자해야 하는데 기껏 1~3년 투자하고 큰 차익도 못 내고 주식시장을 떠나게 되니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최근 글로벌 증시 조정에도 불구하고 한국증시는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매수에 나서며 오히려 지수를 끌어 올렸는데 만약 이들이 장기투자자들이라면 우량 주식을 헐값에 사들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어차피 10~20년 장기간 투자할 건데 아주 좋은 저가매수의 기회가 온 셈이죠.

그리고 주식을 산 이유가 단기 차익을 바라고 한 거라면 너무 욕심 안 부리고 적당한 선에서 차익실현에 나설 겁니다. 만약 주가가 다시 하락하면 과감히 손절매에 나설 거구요.

그런데 이도저도 아니라면 조심해야 합니다. 이도저도 아닌 부류가 주식투자로 가장 많이 후회하고 가장 큰 손실을 입습니다.

/자료=google finance,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자료=google finance,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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