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마이너스 체크카드' 경보

머니투데이 정영일 서동욱 , 그래픽=이승현디자이너 기자 2015.09.11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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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종합)

"알뜰 생활 필수품?" 체크카드 마이너스 대출 16조, 가계부채 뇌관

[런치리포트]'마이너스 체크카드' 경보


체크카드와 연결된 마이너스 대출이 가계부채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신용카드에 비해 합리적인 소비생활을 할 수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세제혜택까지 주고 있는 체크카드지만 마이너스 대출과 연결돼 정책 효과는 사라지고 오히려 '빚 권하는 카드'가 되고 있는 것.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말 현재 마이너스 통장과 연계된 체크카드(이하 '마이너스 체크카드')는 총 220만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체크카드 발급 총수 1억420만장의 2.11%에 해당한다. (상단 표 참조)

2012년 6월말 기준 157만장(1.64%)이었던 마이너스 체크카드는 2013년 6월말 178만장(1.72%), 2014년 6월말 200만장(2.02%)로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2012년 6월말 이후 지난 6월까지 3년만에 39.92% 급증했다.



지난 6월말 기준으로 실제 통장잔고가 마이너스인 체크카드는 119만8000장으로 마이너스 체크카드의 54.38%에 달한다. 마이너스 체크카드 2장 중 1장은 사용하기만 하면 곧바로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마이너스 체크카드의 대출 잔액은 16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6월말 마이너스 체크카드의 대출 잔액 총액은 가계대출 14조7694억원, 일반개인사업자 등이 대출받은 기업대출은 1조4303억원으로 총 16조1998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가계대출 1100조원의 1.45% 수준이다. 금액으로는 크지 않지만 '급전' 성격을 띠는 카드대출 속성상 일반 가계 대출에 부실 위험성이 더 클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출잔고총액 역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2012년 6월말 기준 11조978억원이었던 잔고총액은 2013년 6월말 12조4832억원으로 늘어났고 2014년 6월말에는 14조4228억원을 기록했다. 2012년 6월말 이후 3년간 잔고총액이 45.97% 급증했다. 연단위로 단순환산하면 1년간 평균 15.32% 늘어났다. 이는 지난 2분기말 기준 전체 가계대출 전년비 증가율 9.46%보다 5.86%p 높다. 그만큼 증가속도가 빠르다는 것이다. (하단표 참조)


[런치리포트]'마이너스 체크카드' 경보
마이너스 체크카드는 합리적 소비를 유도한다는 정부 정책 목표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정부는 올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체크카드 사용금액에 대한 소득공제율을 기존 30%에서 50%로 확대했다. 사용금액이 곧바로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 무분별한 소비를 막을 수 있다는 취지에서 혜택을 주는 것이지만,마이너스 체크카드의 경우 오히려 빚을 내는 것에 소득공제를 해주는 것과 마찬가지인 모순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김기식 의원은 "본래 체크카드는 자신의 예금 한도 내에서 결제하기 때문에 합리적인 소비를 가능케 하고, 나아가 가계부채를 관리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정부가 세제 혜택을 주면서 체크카드 사용을 권장하는 것은 그런 이유"라며 "은행들이 체크카드를 마이너스통장에 연계해서 판매하는 것은 체크카드의 취지에 반하는 것으로 금융당국이 연계제한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긁을때마다 쌓이는 빚…" 세제 혜택까지 줘가며 대출 늘려라?

[런치리포트]'마이너스 체크카드' 경보
체크카드를 마이너스 잔액 계좌에 연결해 사용하는 것(이하 마이너스 체크카드)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시중은행들은 금리를 할인해주는 방식으로 마이너스 체크카드 고객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기식 의원에 따르면 최근 마이너스 체크카드 대출잔고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곳은 신한은행이다.(표 참조) 신한은행은 지난 6월말 마이너스 체크카드 대출잔고가 5조3503억원을 기록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2012년 6월말 대출잔고 2조6423억원에 비해 3년 사이 102.49% 급증한 것이다.

우리은행 역시 대출잔고가 꾸준히 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6월말 기준 마이너스 체크카드 대출잔고가 2조8730억원을 나타냈다. 이는 2012년 6월 1조7451억원 대비 64.63% 증가한 수치다.

하나·외환은행의 경우 총 대출잔고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증가폭은 만만치 않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지난 6월 기준 대출잔고가 8965억원과 5652억원으로 2012년 6월말과 비교해 각각 94.0%와 131.73% 늘어났다. 3년 사이에 2배 이상 마이너스 체크카드 대출 잔고가 늘어난 것이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은 가장 공격적인 마이너스 체크카드 영업을 한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의 지난 6월말 기준 마이너스 체크카드 대출잔고는 345억8000만원으로 2012년 6월말 16억3300만원에 비해 2017.58% 늘어났다. 2012년 6월 당시 대출잔고가 크지 않아 증가율이 자체에 큰 의미가 있지는 않지만 증가속도 자체는 가장 은행권에서 가장 빠르다.

반면 대출규모가 가장 큰 국민은행의 경우 마이너스 체크카드 대출잔고가 소폭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6월말 기준 국민은행의 대출잔고는 3조3246억원으로 2012년 6월말 3조3461억원에 비해 0.64% 감소했다. 마이너스 잔액을 기록한 체크카드 장수 역시 지난 6월말 27만7734장으로 2012년 6월말 33만7024장으로 21.35% 감소했다.

외국계 은행들 역시 보수적인 모습을 보였다. SC은행과 씨티은행의 6월말 대출잔고는 각각 6534억9100만원과 658억2000만원으로 2012년 6월말 대비 각각 17.66%와 2.44% 줄어들었다.

은행들은 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을 찾은 소비자에게 체크카드를 동시에 발급받을 경우 금리를 할인해주는 방식으로 마이너스 체크카드 고객 유치 경쟁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은행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대출을 받을때 체크카드와 같은 부가상품을 가입하면 '주거래'로 분류돼 낮은 금리를 적용받는다"며 "이같은 내용을 소비자들에게 안내하면 대부분은 체크카드 발급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같은 모습은 수치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전체 마이너스 통장의 대출 한도 총액은 지난 6월말 기준 220조9051억원으로 지난 2012년 6월말 기준 194조1138억원 대비 13.80% 늘었다. 반면 체크카드와 연계된 마이너스 통장의 한도총액은 지난 6월말 34조121억원으로 3년전과 비교해 50.79% 급증했다.

마이너스 체크카드 한도 증가율이 일반 마이너스 한도 증가율에 비해 3.7배 높은 것에서 미뤄볼때 시중 은행들이 공세적으로 마이너스 체크카드 영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김기식 의원은 "체크카드의 특징이자 장점이기도 한 '통장에서 즉시 결제'는 마이너스 통장과 연결할 경우 오히려 단점이 돼 돌아온다"며 "신용카드를 사용했을 경우 누릴 수 있던 기한의 이익을 포기하고, 결제일부터의 이자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고객은 신용카드를 연결했다면 내지 않아도 됐을 이자를 추가로 내고, 이는 고스란히 은행의 수입으로 이어진다"며 "소비자 후생 관점에서도 이와 같은 영업 행태는 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9월 위기說' 횡횡하는데 국회서 낮잠만 자는 서민금융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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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이 1100조원을 넘나드는 가운데 미국 금리인상 등 외부충격의 가능성까지 겹치며 서민금융 관련 입법의 진행상황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서민금융 관련 법안인 서민금융진흥원법과 대부업법은 여전히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10일 국회에 따르면 서민금융 지원체계의 개편을 위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서민금융진흥원법'(법안명 휴면예금관리재단의 설립 등에 관한 법률)은 현재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계류돼 있는 상태다.

개정안은 서민금융 총괄기구인 '서민금융진흥원'을 신설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기존의 저소득층·저신용자들을 위한 서민금융인 미소금융 햇살론 새희망홀씨 등이 지원대상과 상품내용이 유사하고 중복돼 이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이른바 원스톱센터인 서민금융진흥원을 설치해 서민들이 센터를 찾으면 각종 서민금융 상품에 대한 안내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다. 고용과 복지, 주거, 자활 등에 대한 지원도 한 자리에서 받을 수 있게 한다는 방안이다.

법안은 그러나 지난 4월 정무위 법안소위에서 계류 중이다. 입법형식을 놓고 여당은 전부 개정안 형식을, 야당은 제정 입법 방식을 취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서민대출을 담당하는 기관이 채무조정을 하는 것이 옳은지 에대한 논란도 있다.

야당 측에서는 실효성에 대한 논란도 있다. 야당 측은 서민금융 수요자가 원스톱센터에 찾아와도 어느 기관을 찾아가라고 안내해주는 수준에 불과하며 센터가 전국 30개에 불과해 수요자 입장에서는 찾아가기 불편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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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서민금융 관련 대표입법은 '대부업법'(법안명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다. 현행 최고 34.9%로 규정돼 있는 현행 대부업체와 여신금융기관의 이자율 상한을 내리는 것을 뼈대로 한다.

대출이 많은 저신용 금융소비자들의 경우 은행을 이용하기가 힘들고 위기 상황이 닥치면 대부업체를 이용할 수 밖에 없는데 최고 금리가 너무 높아 서민들이 고통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법이다.

대부업법 역시 법안소위에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전순옥 의원(대부업체 금리 연 25%로 제한)과 김기식 의원안(대부업체 연 25%, 여신금융기관 연 20% (일몰 2017년 12월), 박병석 의원안(대부업체 연 30%, 일몰 2017년 12월), 신동우 의원안(대부업체와 여신금융기관 모두 연 29.9%) 등을 놓고 심사가 진행중이다.
소위에서는 △일종의 가격인 '금리'를 법률로 통제하는게 옳은지 △법률로 통제해야할만큼 대출 시장이 작동하지 않고 있는지 △금리를 통제할 경우 서민대출이 줄어드는 부작용 있지 않을지 △권역별로 다른 금리제한을 두는게 옳은지 등이 핵심 이슈다.

가계부채 1100조원 시대, 정부 대책 믿어도 되나

손병두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이 지난 7월 22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금융위원회에서 가계부채 종합 관리 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사진 = 뉴스1손병두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이 지난 7월 22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금융위원회에서 가계부채 종합 관리 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사진 = 뉴스1
11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에 대해 경고음이 켜지고 있다. 가계부채의 급격한 증가는 정부·여당이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집값 상승을 부추긴 결과로, 당국과 정치권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 7월 22일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완하면서 가파르게 늘어난 가계부채 증가속도를 늦추기 위한 것이다.

정부는 7·22 대책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변동금리보다 고정금리로, 만기 일시상환보다 분할상환 위주로 개편했다. 이자만 내는 거치기간을 1년 이내로 줄여 분할상환 비중을 높이는 방안도 포함됐다. 내년부터 시행할 이들 대책 외에도 담보로 제공된 집값이 대출금 밑으로 떨어지면 집만 포기하는 '유한책임대출제도'도 도입, 올해 12월부터 시범 실시하기로 했다.

가계부채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취지였지만 폭증하는 가계부채 대책으로는 부족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건설업계와 부동산업계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주택 구입을 권했던 정부가 하루아침에 대출 규제로 돌아섰다는 불만을 쏟아낸다.

지난해 8월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를 시작으로 재건축 규제 완화, 분양가 상한제 완화 등 정부 정책은 부동산경기 부양에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7·22 대책은 부동산경기 활성화를 위해 풀어줬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한도를 건드리지 않았다. 경기를 부양시키려는 쪽과 가계부채 리스크를 제어하려는 쪽의 정책충돌로 가계부채를 바라보는 정부 내 시각이 정리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한책임대출제도' 역시 집값이 폭락할 경우 가계부채의 새로운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제도는 대출자가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가 돈을 갚지 못했을 경우 책임 범위를 담보로 제공한 주택에만 한정하도록 한다. 3억원짜리 집을 담보로 2억원을 대출받았다가 집값이 폭락해 1억5000만원이 됐을 경우 경매 등으로 처분해 1억 5000만원만 갚고 나머지 대출금 5000만원은 갚지 않아도 되는 식이다.

유한책임대출제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국가 상당수가 채택했지만 우리나라에서 도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집값이 폭락했을 경우 고의로 부도를 낼 가능성이 있는 만큼 운용에 신중을 기해야한다는 지적이다.

가계부채의 심각성은 전체 가계 대출의 40%를 차지하는 자영업자가 불어난 빚을 갚지 못하면서 증가하는 측면이 크다. 이와 관련,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준 의원은 지난 4일 개인사업자로 등록된 금융채무 불이행자는 3년간 43% 급증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이 김 의원에게 제출한 '국내 은행의 대출 현황' 자료를 보면, 올해 6월말 개인사업자의 대출 잔액은 222조9043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6월말(198조5096억원)보다 24조3647억원(12.3%) 늘어난 규모다. 이런 증가 추세는 같은 기간 가계부채(가계신용 기준) 증가율인 9.1%보다 높은 수준이다.

김 의원은 "장사는 안 되고 빚은 불어나고 자영업자는 지금 죽지 못해 살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수차례 발표한 자영업자·가계부채 대책 등은 전부 실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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