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1980년대 말 LA 남부 흑인 밀집지역인 컴턴에서 시작된 갱스터 랩의 선구자인 힙합 크루 N.W.A(Niggaz Wit Attitudes, 반항하는 흑인들)의 젊은 시절 얘기를 다룬다. 힙하퍼 나스로 대표되는 우울한 이미지의 이스트코스트 힙합과 달리, LA중심의 웨스트코스트 힙합은 거칠고 강하다.
누구보다 거친 래퍼 이지-이(제이슨 미첼), 어떤 가사도 막힘없이 써내는 라임의 마술사 아이스 큐브(오셔 잭슨 주니어), 프러듀싱의 귀재 닥터 드레(코리 호킨스) 주인공 3인방이 지닌 타고난 실력은 힙합의 대중화를 견인하는 가장 큰 요인이기도 하다.
음반의 대표적 수록곡 ‘퍽 더 폴리스'(Fuck Tha Police)’는 미국 투어에서 가장 큰 충격과 긴장을 안겨준 ‘사건의 아이콘’이었다. 당시 흑인을 향한 LA경찰의 무차별적인 가혹 행위를 직설적으로 비난하는 가사로 버무린 이 곡은 FBI로부터 경고를 받은 것은 물론 미국 전역에서 방송금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덕분에 이 음반은 1000만 장이 넘는 판매고를 올리는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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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만드는 과정에서 힙합의 리듬과 메시지를 순간순간 듣는 재미는 이 영화의 최대 백미다. 어떤 과정에서 이 메시지가 나오고, 이 메시지를 전할 때 이들은 어떻게 표현하는지 보고 듣는 일은 수천만 원대 값비싼 오디오가 주는 감흥보다 더 감동적이다.
인종차별에 맞서 음악으로 대항하는 이들의 절실한 분노, 있는 자의 가치관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생각을 표현하는 사상의 자유에선 힙합이 음악 장르의 한 부분을 넘어 사회 현실을 대변하는 가장 훌륭한 수단임을 깨닫게 한다.
하지만 닥터 드레가 젊은 시절 여성들을 성폭행하는 장면들을 삭제하거나 아이스 큐브가 1991년 ‘블랙 코리아’(Black Korea)라는 곡으로 한인과 흑인의 갈등을 부추기며 이듬해 4월 ‘LA 흑인폭동’을 유도한 내용은 담지 않아 갱스터 랩을 무조건 찬양하는 자화자찬식 전기 영화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북미에서만 1억 3700만 달러(약 1630억 원)를 벌어들여 역대 음악 전기영화 1위에 올랐다. 힙합 그 자체의 역사와 음악이 궁금하다면 놓칠 수 없는, 한편의 교과서와 같은 작품이다. 10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