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팩트]대성에너지, 유가 8$ 하락에 전원 불합격 통보?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15.09.05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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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하락으로 전원 채용 취소했다지만 하락폭은 고작 8달러…매출 규모도 예년과 다를바 없어

/사진=대성그룹 홈페이지 캡쳐./사진=대성그룹 홈페이지 캡쳐.


대성그룹 계열사인 대성에너지가 대졸 신입 채용 과정에서 최종면접까지 보고 아무도 채용하지 않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성에너지 측은 유가 하락으로 경영이 힘들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실제 채용 과정 동안 유가 하락폭은 8달러대에 불과하고 상반기 매출규모도 예년과 같아 이 같은 해명이 설득력이 있는지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5일 취업준비생들과 회사 측에 따르면 대성에너지는 지난 4월말부터 7월초까지 서류전형과 최종면접을 완료했다.



지원자들에 따르면 인문계 관리직 서류 합격자 14명은 1차 면접에서 전원 탈락했다. 5월 28일엔 이공계 지원자 19명이 2차 면접을 봤고, 6월26일 영어로 된 자기소개 면접을 추가로 봤다.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의 직접 면접이 진행됐다. 이후 지원자들이 전원탈락 통보를 받은 날은 7월8일.

채용과정이 시작된 4월27일부터 최종 면접을 본 6월26일까지 국제 유가는 서부텍사스산 원유(WTI)기준 56.99달러에서 59.63달러로 2.64달러 늘었다. 6월26일부터 최종탈락 통보를 한 7월 8일까지 서부텍사스산 원유는 51.65달러로 7.98달러 줄었다.



원유 가격이 8달러 떨어졌다고 갑자기 회사가 하반기 긴축재정에 들어가고 직원 채용으로 인한 비용 부담을 이유로 고작 10명 남짓 뽑기로 한 신입사원 채용에서 전원 탈락시켰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대성그룹에서는 그리스 재정위기 사태, 이란 경제제재 해제 등의 조치로 인해 하반기 유가 전망이 좋지 않았고 도시가스 매출이 계속 줄고 있어 7월초 이런 결정을 하게 됐다고 했다.

하지만 대성에너지 연간 매출액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1조원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 매출액은 유가가 40달러선까지 떨어지는 등 악재가 많았지만 약 5200억원 기록, 연간 매출액은 예년과 비슷한 1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하반기 유가 전망에 따라 직원 채용이 완전 뒤바뀔 정도로 경영사정이 어렵다면 구조조정을 통해 높은 연봉을 받는 직원을 우선 내보내고, 미래를 위한 신입사원을 뽑아야 하는 게 이치에 맞다는 게 일반적 정서다. 하지만 대성에너지 임직원수는 올 상반기 기준 정규직 직원이 총 33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명 늘었다. 평균 근속연수도 13.8년으로 1.1년 늘어났다.

취업사이트에 올라온 대성에너지 지원자들의 의견을 보면 회사에서 한명도 채용하지 않은 것에 대해선 "회사 고유의 권한"이라고 이해한다는 반응이 주류이다. 어차피 채용의 주체가 회사이고, 회사가 자신들의 필요에 맞는 인재를 뽑는다는데 이론을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들이 기분 나빠하는 것은 대성에너지의 채용 과정에서의 태도다.

전원탈락을 시킬 거면서도 3개월간 3차에 걸친 면접을 본 점, 그리고 최종면접 후 탈락 통보도 지원자들이 결과가 궁금해서 독촉한 끝에야 겨우 발표한 점, 통보하는 과정에서도 마치 일부를 채용한 것처럼 보낸 점 등이다.

차라리 지원자들이 회사의 인재상과 맞지 않았다고 '쿨'하게 발표하는 편이 서로에게 좋을 뻔했다. 그리고 그렇게 발표하는 시점도 최대한 빨랐어야 했다는 게 취준생들의 얘기다..

지금도 수많은 기업들이 채용 공고를 냈다가 한 명도 뽑지 않고 조용히 채용공고를 슬쩍 내린다. 일부 기업들은 아예 회사의 기준에 못 미치면 아무도 뽑지 않을 수 있다고 고지한다. 대성에너지가 비난을 받는 이유는 유가 하락으로 인한 경영악화로 한 사람도 뽑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잘못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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