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박히고 굴렀어도 '멀쩡'…부서지지 않는 車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15.09.05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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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콘사이언스-90회]자동차 액션 속 PPL '안전성' 강조…글로벌 완성차업체 新소재 도입 적극

편집자주 영화나 TV 속에는 숨겨진 과학원리가 많다. 제작 자체에 디지털 기술이 활용되는 것은 물론 스토리 전개에도 과학이 뒷받침돼야한다. 한번쯤은 '저 기술이 진짜 가능해'라는 질문을 해본 경험이 있을터. 영화·TV속 과학기술은 현실에서 실제 적용될 수 있는 것일까. 상용화는 돼있나. 영화·TV에 숨어있는 과학이야기. 국내외 과학기술 관련 연구동향과 시사점을 함께 확인해보자.

영화 '베테랑' 차량 추격신/사진=CJ E&M영화 '베테랑' 차량 추격신/사진=CJ E&M


최근 영화 속 아찔한 자동차 추격신을 보다 보면 '픽'하고 실소를 머금을 때가 많다. 차가 폐차될 정도로 '쾅쾅' 사고가 수십 번 났음에도 불구하고 멀쩡하게 계속 달린다.

자동차 PPL(간접광고)이 디자인이나 주행성 보다 '안전성'을 더욱 부각하는 방향으로 달라지는 추세임을 보여준다.



'맷값 폭행사건' '땅콩회항' 등의 현실이 오버랩되면서 관람객들 사이에선 이른바 '재벌들의 갑질 보고서'라고 불렸던 영화 '베테랑'. 극상에서 재벌 3세인 조태오(유아인)가 경찰 서도철(황정민)의 추격을 피해 행인과 다른 차를 깔아뭉개며 도주하는 살벌한 수입차 추격신은 이 작품의 클라이맥스이다.

작품 속 마지막 추격신에 등장하는 차는 포드의 머스탱 5세대 모델이다.



이 차를 타고 조태오는 클럽 지하주차장에서 꽉 막힌 도로에 서 있는 차량들을 측면에서 한 대씩 부수며 가로질러 상가 인도로 나아간다. 여러 대의 차를 들이받고도 계속 질주하는 머스탱의 차체 강성은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의 한 장면/사진=파라마운트 픽처스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의 한 장면/사진=파라마운트 픽처스
외화 '미션 임파서블' 5번째 시리즈 '로그네이션'의 자동차 PPL은 올해 개봉작 통틀어 왕좌일 것이다.

주인공 에단 헌트(톰 크루즈)는 모로코 카사블랑카에서 BMW의 신형 M3를 타고 도주 신을 펼친다. 영화 속 M3는 수백개의 계단을 질주해 내려가고, 시속 100km 이상 후진 질주하는 차로 등장한다. 계단을 타던 차가 측면도 아닌 앞으로 공처럼 구르기를 수차례, 하지만 톰 크루즈는 M3의 단단한 차체 덕에 먼지를 툭툭 털며,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밖으로 나온다.

처박히고 굴렀어도 '멀쩡'…부서지지 않는 車
이처럼 탱크같은 자동차 내구성 비결은 소재에 있다. 자동차 업계는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한 소재를 바꾸지 않지만 최근 들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경쟁우위를 지키기 위해 소재 변화를 적극 추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아우디와 BMW, 도요타 등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이 앞다퉈 알루미늄과 탄소복합재료 등의 신소재를 도입하고 있다. 테슬라는 '모델S'에 알루미늄을, BMW의 i3는 알루미늄 및 탄소섬유복합재료를 적용해서 자동차 무게를 250kg 이상 줄이는 데 성공했다.

연비와 안전성 등을 고려하면 단단하고 가벼운 소재를 찾게 된다. 주로 고장력 강판과 알루미늄, 마그네슘,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 등이 쓰인다.

어떤 소재가 경량소재를 주도할지 예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단일소재의 기술 개선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해 과학기술계에선 이종 소재를 접합·복합화시킨 융복합 재료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무엇보다 전기차나 연료전지차, 천연가스차 등 친환경차의 공통적인 문제는 '짧은 주행거리'로 이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차량 경량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대용량 배터리, 고압 연료통 등의 새로운 부품이 추가되면서 자동차 무게는 늘었다. 따라서 기업들은 극단적인 소재 대체를 통한 경량화를 시도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이 내놓은 '자동차 소재 진화' 보고서에 따르면 고장력강판은 완성차 업체에게 가장 익숙한 소재로 리스크가 낮고, 신규 적용 시에도 기존 설비장치를 대부분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가격도 강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올라가 비용부담도 상대적으로 덜하다.

하지만 고장력강판은 적용 부위가 제한 되고 철이라는 소재 특성으로 경량화 수준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알루미늄 합금(저비중강판)이나 플라스틱 샌드위치 강판 등 다른 경량 소재와의 접합을 연구중이다.

알루미늄은 대체 시 40%라는 의미 있는 경량화가 가능하다. 장기간 부식되지 않고, 매장량도 풍부해서 공급안정성도 갖췄다. 가격(부품 기준)도 철 대비 약 30%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경량화에 따른 연비 절감 효과를 감안하면 수용할 수 있는 범위라는 해석을 내놨다.

아우디는 1994년에 알루미늄을 차체에 대량 적용한 A8을 출시했다. 이를 통해 철강 대비 92kg(바디 기준 28%, 전체 차량 기준 4.4%)의 무게를 절감했다.

하지만 알루미늄은 자동차 바디와 마감재 적용 비중은 여전히 낮은 편이다. 용접 시 열에 의한 변형이 심해 성형·가공이 어려운 탓이다.

탄소섬유복합재료(CFRP,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는 유리섬유복합재료와 함께 대표적인 고기능 섬유복합재료이다. 가볍고 강도가 뛰어나 우주선과 비행기, 슈퍼카, 골프채 등에 주로 사용된다.

탄소섬유복합재료는 '고강도 경량'이라는 강점 이외에도 원재료가 모든 화석자원에 포함돼 있는 탄소이기 때문에 고갈 우려가 없다. 다양한 성형·가공으로 부품일체화가 용이하다. 스크래치에 의한 부식도 없다.

반면, 탄소섬유복합재료는 가격이 높고, 가공생산성 문제도 있다. 가격이 소재 중량기준으로는 철의 약 20배, 부품 기준으로는 철강부품의 약 5.7배로 대용량 교체를 생각하기에는 비용 부담이 크다. 또 탄소섬유복합재료에서 주로 바탕재료(모재)로 사용되는 에폭시 수지는 성형 후 굳는 데 장시간 걸려 생산성이 떨어진다.

탄소섬유복합재료의 약점을 일정 부분 극복해 상용차에 대량 적용한 기업은 독일의 BMW다. 지난 2013년, 전기차 i3의 라이프 모듈을 탄소섬유복합재료로 만들었다. BMW 측은 "탄소섬유복합재료와 알루미늄으로 자동차 샤시부품 등을 생산, 전기차 무게를 300kg 이상 절감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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