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장서 하룻새 400억 번 36세 데이트레이더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2015.09.06 10:00
글자크기

[행동재무학]<108>급등락장에서 돈 버는 법… '공포를 이겨라'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전 세계가 공포에 휩싸여 증시가 폭락할 때, 난 선물 투자로 하룻밤새 406억 원을 벌었다."

지난달 24일 중국증시가 8.5% 폭락 마감한 뒤 유럽증시는 장중 8% 넘게 급락했고 미국증시도 개장 전 이미 다우 선물지수가 1000포인트 가까이 떨어지면서 중국발 증시 폭락이 전 세계로 확산되는 듯 했습니다.

일본증시도 이날 4.8%, 1000포인트 가까이 추락했고, 한국증시는 2% 넘게 떨어지며 약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이렇듯 전 세계 증시가 공포에 휩싸여 있을 때, 36세의 CIS라는 별명을 가진 일본의 한 데이트레이더는 선물 투자로 이날 하룻밤새 무려 약 406억 원을 벌어들였습니다. 그가 하룻새 400억 원이라는 거액을 번 베팅 내역은 이렇습니다.

먼저 그는 이미 8월 중순부터 증시 하락을 예상하고 니케이225지수 선물 숏포지션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24일 일본증시가 4.8% 급락 마감했을 때 그의 지수선물 숏포지션은 약 155억 원의 차익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24일 중국증시가 8.5% 폭락 마감하자 그 여파가 유럽 및 뉴욕증시를 강타할 것으로 예상한 그는 숏포지션을 더 늘렸고, 예상대로 유럽증시가 장중 8% 넘게 하락하고 뉴욕증시가 1000포인트 넘게 하락 출발하자 그의 선물 차익은 금새 두 배로 불어났습니다. 연타석 만루 홈런을 친 셈입니다.

그뒤 그는 선물 숏포지션을 정리하고 310억 원에 달하는 차익을 챙겼습니다.

그런데 그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선물 숏포지션을 정리한 뒤 그는 증시 낙폭 과다에 따른 기계적 반등을 예상하고 선물 롱포지션을 취했습니다. 모두들 공포에 휩싸여 투매에 나서는 상황에서 그는 냉정함을 잃지 않고 자신의 선물 매매 동향을 중간중간 트위터에 올리는 여유까지 보였습니다.


그 다음날 새벽 그의 예상대로 유럽과 뉴욕증시는 초기 낙폭과다의 혼란에서 벗어나 마감했고 그 다음날 일본증시도 오후들어 낙폭을 많이 줄였습니다. 그제서야 그는 선물 롱포지션을 정리해 추가로 90억 원의 돈을 챙겼습니다.

그가 모든 선물 포지션을 정리하고 하룻밤새 번 돈은 모두 406억 원으로 하루 일당(?)치곤 상상하기 어려운 엄청난 금액입니다.

사실 CIS는 일본에서 단순한 일개 개미투자자가 아닌 그야말로 큰 손입니다. 그의 재산은 1793억 원에 달하고 2013년 한 해 동안 무려 16조7300억 원어치의 주식을 거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유명세 때문에 그를 따르는 트위터 팔로워수만 4만 명이나 됩니다.

하지만 그가 처음부터 주식갑부는 아니었습니다. 그는 처음에 아파트의 작은 골방에서 데이트레이딩을 시작한 전업투자자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10년간의 주식투자로 그는 1000억 원대의 재산을 모았습니다.

그의 주식투자 전략도 그다지 특별하지 않습니다. “매수세가 있는 종목을 사고, 매도세가 있는 종목은 판다.” 이것이 그의 주식투자전략입니다. 참으로 단순합니다. 모멘템을 따른다고해서 모멘텀(momentum) 전략이라고도 불리는데 데이트레이더들의 전형적인 매매기법입니다.

결과적으로 지난 24일 밤 CIS가 취한 선물거래는 일반 개미투자자들이 죽었다 깨나도 따라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일반 개미투자자들은 CIS처럼 수억에서 수십억 원이 드는 증거금을 내고 선물거래를 자유롭게 할 수 없습니다. 증권사도 큰 손 고객이 아닌 이상 그런 대량의 선물거래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그가 하룻밤새 400억 원을 벌었든 500억 원을 벌었든 그건 완전 그림의 떡인 셈입니다.

그가 주식투자로 늘 돈을 번 것은 아닙니다. 지난 그리스 사태땐 그도 72억 원을 날렸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그러니 24일 밤 선물거래는 어쩌면 CIS에게도 정말 우연이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가 24일 밤 모두가 공포에 휩싸여 투매에 나설 때 오히려 증시 반등을 예상하고 숏포지션을 모두 청산한 뒤 롱포지션을 취한 건 역발상(contrarian)의 투자로 정말 ‘신의 한 수’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8월 중순 부터 증시 하락을 예상하고 선물 숏포지션을 취한 거나 24일 밤 숏포지션을 추가로 늘린 것도 '신의 한 수'에 해당합니다.

이 시대 최고의 주식투자자인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Warren Buffett)도 "남들이 두려워할 때 탐욕을 부려라 (Be greedy when others are fearful)"라고 말했습니다. 증시가 폭락하고 공포지수라 불리는 변동성지수가 치솟으면 투자자들은 공포에 질려 주식을 내던지게 됩니다. 이 때 CIS이나 버핏처럼 겁먹지 않고 침착할 수만 있다면 적은 돈이라도 주식투자에서 이익을 낼 수 있습니다. 꼭 CIS나 버핏처럼 돈이 많아야만 주식투자에서 이익을 낼 수 있는 건 아닙니다.

24일 밤 CIS는 모든 숏포지션을 정리한 뒤 증시반등을 예상하고 롱포지션을 취하고는 트위터에 다음과 같은 말을 날렸습니다.

“너무 맛있다(too delicious)”

대중들의 공포를 역으로 이용해 ‘신의 한 수’를 두는 주식 고수만이 할 수 있는 말인 듯 합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