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세男 걸스데이 팬클럽회장 경험 자소서에 썼더니…

머니투데이 김세준 국민대학교 겸임교수 2015.09.04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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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시장 오해와 진실] ⑧ 스펙 안본다는 대기업 진짜?

31세男 걸스데이 팬클럽회장 경험 자소서에 썼더니…


취업준비생들을 만나보면 누구나 자기 스펙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최선을 다했지만 자기보다 스펙이 높은 사람을 보면 여전히 자신이 뭔가 부족한 것 같고 불만족스럽기도 합니다. 뭔가 더 해야할 것 같아서 불안하기도 합니다.

뉴스를 보면 대기업들이 스펙에 대해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믿기 어렵기도 하고, 학점 4.5만점에 3.8이지만 어디 가서 명함도 못 내밀 것 같기도 합니다. 누구나 숨기고 싶은 스펙들을 최소 하나씩은 갖고 있다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취업준비를 하는 당신을 가장 괴롭히는 것은 무엇인가요? 만일 당신이 계속해서 서류나 면접에서 '광탈'을 하고 있다면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많은 나이? 학점? 낮은 어학 점수? 빈약한 경험? 학교? 전공? 건강?

여기 그 누구도 비교할 수 없는 최악의 스펙을 가지고 있는 두 사람이 있습니다.



첫 번째 사례 A군. 나이 31세. 남. 요즘 취업이 쉽지 않은 문과 출신. 졸업한 지 3년차. 학점 3.5 미만. 토익은 안본 지 몇 년째. 졸업 후 아버지 자영업을 파트타임으로 돕고 있음. 여자 친구가 번듯한 직장에 취업하지 않으면 이별하겠다고 통보한 위기 상황. 2013년 하반기부터 대기업 문을 두드렸지만 수십 번의 탈락을 경험한 상태. 2014년 상반기에는 무조건 취업을 해야함.

A군은 무엇보다 31세라는 '많은 나이'를 걱정했습니다. 그렇지만 상담을 하는 입장에서 오히려 '많은 나이'를 강점으로 부각시켜야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래서 A군의 세일링 포인트를 '많은 나이'만큼의 ‘간절함’으로 설정했습니다. 취업에의 간절함이 큰 만큼 상대적으로 이직률이 높은 업종에 지원한다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포화상태에 이른 기존 점포들 사이에서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편의점 영업관리직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영업관리의 중요성이 크지만, 업무 강도가 세고 야근도 많아 버티기 어려운 곳이기 때문에 ‘간절함’이 통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학점이나 어학 점수는 단기간에 올리기 힘들기 때문에 가산점을 높게 평가받을 수 있는 다른 스펙이 통하는 기업을 찾았습니다. 한국사 자격증을 우대해주는 G사를 타깃으로 정하고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한국사 자격증 취득에 올인했습니다.


이전에 수없이 탈락했던 A군의 자기소개서 내용들을 살펴보니 너무 많은 내용들을 담고 있었습니다. 봉사 활동, 전공 관련 이야기, 다양한 아르바이트 경험 등 좋은 내용들로 가득 차 있었지만 정작 눈에 띄는 사례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A군에게 "뭐가 됐든지 다른 사람들은 경험해보지 못한 특별한 것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A군은 한참을 생각하더니 "이런 건 별로겠죠?"라며 쭈뼛쭈뼛거리며 말했습니다. 그런데 그 내용이 저에게는 너무나도 임팩트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인기 걸그룹이 된 ‘걸스데이’가 무명시절일 때 팬클럽 회장을 맡은 적이 있었고, 멤버 중 한 사람의 생일날 특별한 이벤트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는 것이었습니다. 큰 카페를 빌려서는 그 카페 앞에 큰 솥을 걸어놓고 미역국을 끓여서 지나가던 사람들에게 대접했던 것입니다. 이 내용은 실제로 걸스데이가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서 언급한 내용이었습니다.

문제는 이런 좋은 경험을 정작 A군 본인은 부끄러운 것이라 생각했다는 것입니다. 기업에서 관심을 갖는 것은, 누구나 갖고 있는 평범한 경험이 아니라, 사소해 보일지라도 그냥 스스로가 너무 좋아서 했던 경험이라는 점을 명심했으면 합니다. 이 컨텐츠는 업무를 맡았을 때의 ‘열정’으로, 단점으로 생각했던 많은 나이는 아무리 힘들어도 절대로 이직을 생각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간절함’으로 자기소개서와 면접에서 빛을 발해 최종 합격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사례 B군.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현역으로 군대를 갔습니다. 2013년 2월 제대 당시, 가지고 있는 스펙은 학점 2.5점, 전공 역시 문과. 미국 유학을 통한 영어 실력. 물론 영어 공인 점수는 없었고, 기업 입사와는 거리가 있는 영어 교사 자격증.

B군을 괴롭힌 것은 '낮은 학점'이었습니다. 이미 졸업을 해서 학점을 높일 수도 없었고, 형편상 새로운 자격증을 따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그 상황에서 가장 큰 강점인 영어에 올인하자고 했습니다. 사실 유학생은 공인 영어 시험 점수가 필요 없습니다. 그래도 뭔가 눈에 띄는 기록을 만들 필요가 있었습니다. 외국에서 오래 생활했기 때문에 토익은 만점에 근접한 수치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습니다. 시험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수 차례 시도 끝에 결국 토익 만점을 받았습니다.

그 다음부터 중견기업을 타깃으로 지원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낮은 학점 때문에 대기업은 힘들 것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의류 중견 브랜드인 H사 영업관리직에 지원해 서류전형을 통과하고 면접을 준비하게 됐습니다.

면접에서 보통 지원동기를 이야기할 때 대부분의 지원자들은 그 회사 홈페이지에 있는 내용이나 최근 뉴스를 언급하면서 지원 기업을 칭찬하기 바쁩니다. 문제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이 같은 내용을 제시하기 때문에 차별점이 없다는 것입니다. 지원자가 곧 고객인 B2C 기업들은 신입사원 선발과정에서도 자사의 작은 ‘개선점’을 찾아낼 수 있는 정보수집을 원합니다.

저는 B군에게 이 회사의 매장들을 돌아다니면서 개선점을 정리해보도록 조언했습니다. 5가지 정도 수집했고 매장에서 가장 친절한 직원의 이름도 알아뒀습니다. 바로 이러한 개선점들이 B군이 이 회사에 지원하는 동기가 됐습니다. 최종면접에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하라고 했을 때 다른 지원자들은 "최고 기업인 귀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영혼없는 답변을 했지만, B군은 이 회사에 입사해서 직접 개선하고 싶은 점들을 당당하게 밝혔습니다. 결과는 합격!

자신감을 갖게 된 B군은 이후 국내 최고 대기업인 C사, 화장품 유통회사인 A사, 그리고 방위 산업체인 상장사 등 모두 네 군데에 합격했고 어느 곳에 입사할지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됐습니다.

◇김세준 국민대학교 경력개발센터 겸임교수는… 아시아나항공 인사팀 근무, YBM 컨설턴트로 활동중이며 저서로는 ‘뽑고 싶어 안달나게 하는 자기소개서’, ‘뽑고 싶어 안달나게 하는 면접 답변법’, ‘자기소개서 비법 노트’, ‘대기업 합격 자기소개서 사례 및 해설집’, ‘당신이 취업에 실패한 33가지 이유’, ‘고졸 취업’, ‘로스쿨 자기소개서와 면접’, ‘내 이름이 뭐예요?’, ‘신입사원 3개월 핵심인력 30년을 좌우한다’, ‘슈퍼 신입사원’, ‘매직잡 - 한미FTA 이후 유망 직업 100선’ 등 총 20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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