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뮤직은 세계 각지의 대중음악인데 사실은 서양에서 본 타문화권 지역으로 아프리카나 남미, 동양 등을 가리킨다. 주로 서양의 선율과 리듬패턴에 한계를 느끼기 시작한 록계 뮤지션들이 1980년대 초반부터 이들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참고로 스카는 미국 남부지방에서 유행한 R&B와 재즈가 자메이카와 카리브 해 민속음악인 멘토와 칼립소를 바탕으로 한 관현악 장르고, 바투카다 퍼레이드는 브라질 삼바의 원형에 해당하는 2/4박자 춤으로 드럼이나 수제 타악기, 손뼉 등으로 흥을 돋우는 춤 퍼레이드다.
‘서울 문화의 밤’은 해마다 정체성을 두고 말이 있었지만 그중에도 서울이란 지역적 정체성과 밤이란 축제시간에 어울릴 아이템이 문제였다. 그런데 이 두 문제를 월드 뮤직으로 녹여냄으로써 ‘서울 문화의 밤= 월드 문화의 밤’일 가능성을 보여줬다. 만일 백중놀이나 고궁 심야투어, 전통악기 체험, 성곽돌기만 했다면 우리 것 알기라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지구촌 시대의 서울 위상을 확립하는데 반쪽 축제로만 끝났을지도 모른다.
이 올빼미 잔치를 보면서 나는 2007년 모스크바에서 이상봉 디자이너와 패션쇼를 기획했던 때 얻었던 교훈이 기억났다. 그때 러시아 메인 모델은 김소월의 시 ‘님과 벗’이 캘리그라피 디자인된 의상을 선보였고 한국 메인 모델은 푸시킨의 시가 디자인된 의상을 입고 패션쇼를 했었다. 음악은 국악 그룹 들소리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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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는 비교되는 패션쇼가 다른 쪽에서 열리고 있었는데 마침 그때가 한-러 문화교류주간이라 관주도로 한복의상 쇼를 했지만 반응은 의례적인 수준을 넘지 못했다고 들었다. 반면 우리 측 패션쇼는 모스크바 패션 피플들과 한국인들로 그야말로 대만원이었다.
리셉션에서 관객들은 흥분한 얼굴로 우리 주최 측에 모여들었는데 그들은 오늘 공연이 참 좋다고 말하며 이구동성으로 당부했었다. 한복만 강조하지 말고, 패션이란 큰 프레임 내에서 서로 각자의 문화가 융합해야 더 어필이 된다고. 이는 지금 정부에서 주도하는 한복, 한식, 한옥 문화 세계화 프로젝트에서도 참고할 당부 아닐까 싶다.
너무 앞서가는지 모르겠지만 올해 서울 문화의 밤에서 나는 내년을 미리 기대해 본다. 내년에는 차도를 막고 거리에서 월드 뮤직 거리 축제가 이루어졌으면 좋겠고, 동대문 상권의 대형 빌딩 LED 광고판과 동대문거리 요처에는 대형 스크린이 설치됐으면 좋겠다. 더 많은 서울시민과 외국인들이 그날만은 다 내려놓고 행복, 웃음과 춤, 공동체 문화 등을 느꼈으면 좋겠다. 어깨 덩실, 엉덩이 씰룩, 입은 찢어지고 눈은 반달 모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