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계좌이동제에 대한 우려와 기대

머니투데이 김상희 기자 2015.09.02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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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계좌이동제에 대한 우려와 기대


"과당 경쟁 우려, 분명 있지요."

계좌이동제와 관련해 최근 만난 한 은행 고위 관계자가 한 이야기다.

10월 계좌이동제 본격 시행을 앞두고 은행권이 긴장하고 있다.



계좌이동제는 고객이 주거래 계좌를 다른 은행으로 옮기면, 기존 계좌에 연결된 신용카드, 통신료, 공과금 등의 자동이체를 별도 신청 없이 새로운 계좌로 한번에 이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지금까지는 직접 자동이체를 하나하나 옮겨야 해 주거래 은행을 바꾸는 일이 쉽지 않았다. 이러한 점을 알기에 은행들도 대학생 등록금 계좌나 사회 초년생 월급 통장 유치 등으로 첫 금융거래 고객 모시기에 많은 공을 들였다.



계좌이동제가 본격 시행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은행을 바꾸는 일의 번거러움이 크게 줄어들어, 서비스에 따른 고객의 이동도 빈번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 입장에서는 새롭게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회일 수도 있지만, 결국은 타 은행들과 고객을 뺏고 빼앗기는 경쟁을 해야 한다.

벌써부터 각 은행들이 계좌이동제 대비 상품을 속속 선보이는 것도 주거래 고객 유치 경쟁 속에서 조금이라도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다.


KB국민은행은 수수료 등에 강점이 있는 'KB국민 원(ONE)라이프 컬렉션'을 선보였고, IBK기업은행도 지난 2월부터 '계좌이동제 대응체계 구축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며 관련 상품 마련에 나서, 'IBK평생한가족통장', 'IBK평생든든자유적금', 'IBK 시럽(Syrup)카드', '스몰빅(Small Big) 카드' 등의 상품을 갖췄다. 우리은행도 '우리 주거래 통장', '우리 주거래 직장인 대출', '우리 주거래 신용대출', '우리 주거래 예금', '우리 주거래 직장인대출(인터넷전용)' 등 다양한 계좌이동제 대비 상품을 준비했다.

그 동안 국내 은행들은 기존 서비스로 안정적으로만 운영을 한다는 비판을 듣기도 했다. 은행간 차별성 없는 서비스로 인해 금융 산업의 발전이 더디다는 지적도 있었다.

계좌이동제로 인해 고객이 원하는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어디인지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생겼다. 고객 입장에서는 더 나은 금융서비스를 제공받기가 쉬워진만큼 분명 반길 일이다. 은행들의 제살깍기 경쟁이 우려되면서도, 한편으로는 금융 산업이 좀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하게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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