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 육군훈련소에서 열린 27연대 1,2교육대 훈련병 수료식.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뉴스1
# B씨는 2011년 5월 입대하던 날을 잊지 못한다. 연병장 모퉁이를 돌자마자 조교의 욕설이 들려왔고 군 간부들은 훈련병을 아이 다루듯 대했다. 군대니까 참자는 마음으로 버텨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생활관 안에는 '안보의식 호국정신으로' '내 나라는 내가 지킨다'와 같은 극단적 문구가 붙어있었다. 고통스러운 나날이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한국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로 처벌을 받은 사람은 1만7000여명으로 추산된다. 매년 600명 안팎의 청년들이 입영을 거부하고 있다. 그간 한국 사회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대부분 종교적인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특정 교인들이었다.
양심적 병역거부의 시작은 일제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39년 6월 여호와의증인 신도 38명은 병역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체포돼 수감됐다. 1953년 6·25전쟁 당시에도 병역을 거부한 자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이 선고된 바 있다. 이후에도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자들은 꾸준히 존재했다. 군사 정권은 1973년부터 '병무행정 쇄신지침'을 내려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자들을 강제로 입영시키는 등 탄압을 자행했다.
이같은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가 본격적으로 사회에 알려진 것은 2000년대부터다. 2001년 한 언론사가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를 사회에 알리면서 다양한 논의들이 시작됐다. 같은해 12월 오태양씨가 자신의 신념을 지키겠다며 병역 거부를 선언한 이래 종교적 신념 외의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사례들에 대해서도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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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라는 두 헌법적 가치가 충돌하는 양심적 병역거부 논란에 대해 10년이 넘게 논의가 지속돼 왔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도 구체적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박주민 변호사는 "휴전국이라는 국내의 특수성과 국민 여론 등 이 논란에 대해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며 "다양한 정보가 공유되고 활발한 토론이 이뤄질 때 바람직한 합의점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심적 병역거부 논란은 사회적 문제이기 전에 당사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주제이기도 하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고민하고 있는 대학생 C씨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일종의 선의의 피해자라고 생각한다"며 "폭 넓은 논의를 통해 단순히 군대에 가기 싫어서 가지 않는 것이라는 그릇된 사회적 인식이 없어지고 대체복무 등 제도적 대안이 속히 마련되기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