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위탁운용 '일일 수익평가' 백지화되나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5.08.24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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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타 부추긴다 지적 잇따라…"직접투자 수익률도 시장수익률 못 미치는데 지나친 요구"

국민연금이 1년 이상 준비해 도입한 국내 주식 위탁운용사의 일일 수익률 평가 제도를 시행 한 달여 만에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장기투자를 지향하는 국민연금이 일일 평가를 통해 운용사들의 단기투자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다. (관련기사 : 본지 7월24일자 '[단독]국민연금 50조 위탁운용사 일일 수익률도 점검')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위탁운용사의 단기투자 논란을 촉발한 일일 수익률 평가 제도에 대해 실무진 차원의 재검토에 들어갔다.



업계 관계자는 "사전 검토 단계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부작용이 크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시장에서 당초 의도와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데 대해 보완책을 마련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지난달부터 국내 자산운용사에 위탁한 주식자산의 1년 누적 수익률을 날마다 점검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일일 수익률을 실시간으로 평가하기 시작했다. 평가 기준에 미달할 경우 위탁운용사 선정에 반영하고 이미 위탁한 자금까지 회수하고 있다.



펀드의 1년 수익률이 3영업일 이상 지속적으로 BM(벤치마크) 수익률을 4%포인트 밑돌 경우 1차 주의 단계로 신규자금 배정을 제한하고 7%포인트를 밑돌면 2차 경고 단계로 위탁자금 일부를 회수하는 방식이다. 이후 한 달 동안 유예기간을 준 뒤 다시 3영업일 동안 수익률이 BM 대비 9%포인트를 하회하면 위탁자금을 전액 회수한다.

운용사간 경쟁을 유도해 지속적으로 수익률을 관리하고 중장기 수익률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초부터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 지시로 TF(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위탁운용체계 개선안을 마련한 뒤 올 초 업계와 논의를 거쳐 지난달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제도 시행 한 달여만에 위탁자산 회수 사례가 속출하면서 위탁운용사들이 단기 수익률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는 하소연이 잇따랐다. 국민연금의 위탁자금은 규모를 떠나 운용사의 역량을 검증받는 시험대 성격이 강해 운용사의 '생사'와 직결되기 때문에 장기투자 철학이 퇴색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시장 한 관계자는 "3000억~4000억원을 회수당한 운용사는 약과"라며 "1조원 이상을 회수당한 곳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패시브 방식으로 직접 투자하는 국내주식 운용수익률도 3년 넘게 시장수익률을 밑도는 상황에서 액티브 투자 방식으로 운용되는 위탁자산에 대해 매일 시장수익률 이상의 성과를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직접운용 수익률은 지난해 -6.65%, 2013년 1.23%로 시장수익률보다 각각 2.99%포인트, 0.65%포인트 낮았다. 이는 위탁운용 수익률보다도 각각 2.48%포인트, 2.93%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2012~2014년 평균 수익률도 위탁운용은 3.03%로 시장평균(2.8%)을 넘어선 반면, 직접투자는 1.55%에 그쳤다.

국민연금은 지난 5월 말 기준 전체 운용자산 497조원의 19.4% 수준인 96조6000억원을 국내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이 중 절반가량인 45조원이 삼성·한국밸류·현대인베스트먼트·KB자산운용 등 자산운용사 28곳과 자문사 8곳에서 운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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