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 위치한 한 다가구주택. 원안은 다가구주택 지하방으로 내려가는 입구로 허리를 숙여야 내려갈 수 있는 수준이다. /사진=신현우 기자
주거비 부담에 낙후시설을 선택하는 등 대학생들의 주거불안이 심해지고 있다. 이들은 비용절감을 위해 '잠만 자는 방'을 찾는가 하면 기피시설이던 지하방은 물론 옥탑방 등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도 한다.
신림동에 거주하는 이모씨(25)는 "대학 신입생 때는 혼자 자취했지만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잠만 자는 방을 선택했다"며 "취업 준비로 학교 등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데 주거비를 아끼자는 차원에서 잠만 자는 방을 선택하는 또래가 많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위치한 한 다가구주택 벽면에 '원룸·잠자는방' 안내판이 붙어있다. /사진=신현우 기자
신길동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이곳에는 대학생 등 다양한 부류가 살았는데 옵션 설치 등으로 임대료가 10만원에서 20만원대로 뛰었다"며 "조금이라도 주거비를 절약하고 싶은 마음에 빛도 안 들어오고 환경이 너무 열악한 지하에서 사는 사람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대학생들이 빈방을 찾아오는데 '서울에 집이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것 같다'며 푸념을 한다"면서 "자식 같은데 이런 말을 하니 안타깝고 한편으론 이들이 언제 돈을 모아 집을 살지도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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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위치한 한 다가구주택의 '잠자는 방'. 개별 방이 있지만 공용거실과 공용화장실을 사용한다. /사진=신현우 기자
동작구 흑석동 H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예전에는 옥탑과 지하는 일단 (주거지) 후보에서 밀렸으나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싼 월세에 본인만의 공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가 높다"며 "물건이 나오면 연락해달라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목돈 마련이 어려운 상황에서 주거비용 증가로 과거보다 주거 상향은 더딜 수 있다고 전문가는 분석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주거 상향을 위해선 대출에 의존해야 하는데 금리가 오르면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결국 상승하는 임차료를 부담하면서 임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쳇바퀴 삶을 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 소재 다가구 주택에 옥탑방이 설치돼 있다. /사진=신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