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그래서 한국거래소 주요 임직원들은 서울과 부산을 수시로 오가며 업무를 보는 비효율적 운영행태를 10년째 지속하고 있다. 이런 ‘한 집안 두 집 살림’ 문제 때문에 2009년 본사 재이전 문제가 국회정무위원회에서 언급됐으나 정치적인 이해관계로 논의가 중단됐다.
그런데 우리가 거래소를 두고 수년동안 이전투구하던 사이 전 세계의 다른 거래소들은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합종연횡을 치열하게 전개해 왔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거래량 감소와 ICT 발달로 인한 수수료 하락 등으로 생존 위기에 처한 전 세계 거래소들이 인수·합병과 연계 등 활발한 생존 전략을 통하여 경쟁력을 키워 왔다.
2008년에는 나스닥(NASDAQ,1971년설립)과 OMX거래소(노르딕 및 발틱 8개국가 거래소운영,1980년대 설립)가 합병해 나스닥OMX그룹이 탄생했다. 세계 제일의 선물·옵션거래소인 CME그룹은 2007년 시카고상업거래소(CME,1848년설립)와 시카고상품거래소(CBOT,1848년설립)를 합병해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처했으며, 그 이듬해에는 뉴욕상업거래소(NYMEX,1882년설립)까지 인수했다.
이러한 미국과 유럽의 합종연횡은 아시아에도 영향을 미쳐 상하이증권거래소(SSE,1990년설립)와 홍콩증권거래소(HKEX,1891년설립)는 상호 교차매매를 허용하는 후강퉁(沪港通)을 작년 11월부터 시행하고 있으며, 올해는 홍콩증권거래소와 선전증권거래소(SZSE,1990년설립)의 교차매매를 허용하는 선강퉁(深港通)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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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일본거래소(JPX,2013년설립)는 도쿄증권거래소(TSE, 1949설립)와 오사카증권거래소(OSE,1878년설립)를 자회사로 연결하여 지주회사체제로 통합,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지난달 1일 금융위원회는 코스피,코스닥, 파생상품 거래소와 IT부문 등을 분리하고 이들을 자회사로 두는 지주회사의 설립과 상장을 통하여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거래소시장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비록 늦게나마 금융위원회가 한국거래소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방안엔 본사 통합 문제가 빠져 있다. 금융위원회가 서울·부산 이원화 문제의 비효율성을 그대로 방치한 채 지배구조 개편만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려다가는 반쪽 개혁에 그칠 우려가 크다. 오히려 이번 강화방안을 계기로 한국거래소를 둘러싼 정치적 이해관계에 좌고 우면하지 말고 본사 재이전 문제를 포함, 소신있게 결말을 지어서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실질적인 박차를 가해야 한다.
국가 기간 산업인 금융 산업의 핵심 인프라라고 할 수 있는 한국거래소지주(가칭)가 지금처럼 이원화 상태를 유지한 채 설립되서는 곤란하다. 서울이든 부산이든 한 곳으로 집중해야 한다.
이 경우 글로벌 경쟁력과 경제적 효율성을 생각한다면 국내외 금융기관 및 유관기관이 집중해 있는 서울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부산은 시카고상품거래소(CBOT) 같은 ‘부산상품거래소’ 를 만들어 한국거래소의 석유·금·탄소배출권거래 업무 등을 이전한다면 국토균형발전의 취지를 살리는 대안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