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랩'에 몰리는 뭉칫돈..사상 첫 80조 돌파

머니투데이 최석환 기자 2015.08.19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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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초저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증시 변동성도 커지면서 갈 곳을 잃은 시중 자금이 각 증권사의 랩어카운트 상품으로 몰리는 모습이다. 실제로 각 증권사의 랩어카운트로 유입된 전체 자금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80조원을 넘어섰다.

1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말 기준 일임형 랩어카운트 총 잔고(평가금액)는 81조93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연말 총 잔고(71조6389억원)와 비교해 13% 넘게 증가했다. 특히 올 들어 기준금리가 1%대로 떨어지면서 매달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랩어카운트(이하 랩)는 증권사가 고객의 자산을 맡아 운용해주는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다. 최소 가입금액이 3000만~5000만원으로 주로 자산가가 고객이다. 최근 들어선 10만~20만원의 소액으로도 가입 가능한 상품도 나오고 있다.



현대증권 (7,370원 ▲10 +0.1%) 관계자는 "저금리 시대를 맞아 추가 수익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자산배분을 통해 금융상품 전체를 활용할 수 있는 랩 상품을 고객들이 선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 (12,400원 ▼90 -0.72%) 관계자도 "랩은 투자 성향과 투자목적에 따른 맞춤형 자산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갈수록 다양해지는 고객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국내 랩 시장을 이끌고 있는 대표상품은 삼성증권 (37,500원 ▼600 -1.57%)의 'POP UMA(Unified Managed Account)'다. 이 상품은 고객들이 안심하고 장기 투자할 수 있도록 전문가들이 엄선한 펀드와 주식, 주가연계증권(ELS) 등으로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제공한다. 올 들어 2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이 유입되면서 현재 총 잔고가 2조2270억원에 달한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최적의 자산배분으로 우수한 수익률을 거두고 있는데다 프라이빗뱅커(PB)가 판매보다 고객수익률 관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수수료 체계를 만들어 고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며 "초저금리로 인해 안전자산에서 투자자산으로 돈이 옮겨가는 머니무브 현상과 맞물려 투자자들의 관심이 많은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비슷한 상품인 한국투자증권의 한국투자마이스터랩도 지난 5월 출시 이후 1541억원(17일 기준)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고객의 투자성향과 자금 성격에 맞게 PB가 주식과 펀드, ELS 등 최고의 상품만으로 맞춤형 관리를 해주는 게 장점"이라며 "고객의 자산증대가 직원의 성과로 연결되는 성과수수료 제도 도입으로 신뢰를 높였다"고 말했다.

신영증권 (67,300원 ▼400 -0.59%)의 대표상품으로 최소 가입금액이 2억원인 '플랜업 가치투자 차이나랩'은 지난 3월말 출시 이후 두달만에 1000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NH투자증권의 'PB인베스터랩'은 올 들어 538억원을 모았다. 일본과 유럽에 집중투자하는 하나대투증권의 '하나글로벌코어알파랩'은 지난달 7일 출시 이후 125억원을, 중국본토와 홍콩 증시 상장주식에 투자하는 유안타증권의 '위노우차이나랩(We Know China Wrap)'은 올해 392억원의 자금을 흡수했다. 대신증권 (15,450원 ▼250 -1.59%)도 올해 랩 상품이 잘 팔리면서 회사 전체 잔고가 연초 1조1000억원에서 1조4000억원으로 늘어났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안 투자 성격의 상품이 꾸준히 나오며 랩 상품의 라인업이 다양해지고 있다"며 "저금리 상황과 맞물려 해외 투자와 대체투자 상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신규 상품이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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