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카카오 '파격 실험'… 35살 CEO에 맡긴 시총 '8조' 미래

머니투데이 홍재의 기자 2015.08.10 13:40
글자크기

(종합)투자·M&A 강화로 카카오 기반 IT 생태계 주도 포석… 김범수대표와 인연도 '화제'

임지훈 다음카카오 대표 내정자/사진=홍봉진 기자임지훈 다음카카오 대표 내정자/사진=홍봉진 기자


오는 10월로 합병 1년을 맞이하는 다음카카오가 30대 중반의 젊은 CEO(최고경영자)에게 시가총액 8조원의 미래를 맡긴다. 그동안 다음 커뮤니케이션 최세훈 대표와 카카오 이석우 대표가 맡아왔던 다음카카오호의 조타수 역할을 임지훈 케이큐브벤처스 대표에게 넘긴 것.

다음카카오 (47,300원 ▼100 -0.21%)는 신임 단독 대표로 임지훈(35) 현 케이큐브벤처스 대표를 내정했다고 10일 밝혔다. 임 내정자는 다음카카오가 모바일 시대에 발맞춰 빠르게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수 있도록 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5년 전 국민 모바일게임 '애니팡' 성공을 점찍었던 임 내정자는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이 신뢰하는 투자의 귀재다. 3년간 케이큐브벤처스를 이끌며 '핀콘', '레드사하라', '프로그램스', '두나무' 등 50여개의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이 가운데 1000억원 가치를 가진 기업들을 포함, 수십배의 가치가 오른 기업들을 다수 배출했다.

그는 단순히 투자만 하고 결과를 기다리기 보다는 자신이 투자한 기업을 일일이 찾아 다니며 꼼꼼히 챙기는 스타일로 스타트업 대표들의 신뢰를 쌓았다. '헬로히어로', '엔젤스톤' 등으로 유명세를 탄 핀콘의 유충길 대표는 임 내정자에 대해 "게임개발 외 스타트업이 해결해야 할 다양한 부분에서 도움을 줬다"고 평가했다.



임 내정자의 투자 능력에 김 의장도 신뢰도 깊은 편. 그들의 첫 만남은 다음카카오가 위치기반 소셜커머스 서비스 스타트업 로티플을 인수하던 때 처음으로 이뤄졌다.

임 내정자는 로티플에 투자한 소프트뱅크벤처스 수석심사역 입장으로, 김 의장은 로티플을 인수하려는 카카오 의장으로 맞부딪쳤다. 여러 차례 임 내정자와 인수협상을 벌인 김 의장은 이후 임 내정자에게 자신이 설립하는 케이큐브벤처스를 맡아줄 것을 제안했다.

임 내정자는 3년 동안 케이큐브벤처스를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김 의장의 숙원이었던 100명의 CEO 배출 목표의 상당부분을 달성하는데도 이바지했다. 다음카카오는 지난 3월 김 의장이 보유하고 있던 케이큐브벤처스 지분을 사들여 계열사로 편입했다. 다음카카오와 시너지를 내기 위함이라는 설명이었지만, 이 때 이미 김 의장의 머릿속에는 임 내정자에게 다음카카오를 맡길 구상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다음카카오는 최근 크고 작은 M&A(인수합병)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국내 IT생태계가 살아야 다음카카오가 살아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아울러 구글, 페이스북 등 해외 경쟁자들이 M&A를 통해 신기술을 확보하고 몸집을 불려왔던 것과 같은 길을 가려는 모습이다.

다음카카오는 현재 3곳의 각기 다른 주체에서 M&A와 투자를 동시다발적으로 단행하고 있다. 초기투자사인 케이큐브벤처스는 시드머니(초기자금)를 투자하고, 올해 내 1000억원 투자를 선언한 케이벤처그룹(KVG)에서는 다음카카오에 신기술을 이식할 중간 단계의 스타트업을 물색 중이다. '김기사'와 같이 당장 서비스를 이식해야 되는 기업은 다음카카오가 직접 인수에 나서왔다.

임 내정자는 향후 몸집이 비대해질 다음카카오가 빠른 의사결정 구조를 갖출 수 있도록 조직을 융화하고, 성공적으로 다음카카오에 스타트업의 기술·서비스를 이식하게끔 하는 역할을 맡게 될 예정이다. 케이큐브벤처스와 소프트뱅크벤처스에서 증명했던 '다가가는 리더십'을 통해 수많은 스타트업 CEO를 한 데 묶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