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임금피크제 10년…채용·고용보장 효과 모두 '글쎄'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2015.08.17 06:10
글자크기

임직원 8년새 1700명↓…대부분 노후준비 피크제 대신 '퇴직'

은행권 임금피크제 10년…채용·고용보장 효과 모두 '글쎄'


은행권이 임금피크제(이하 임피제)를 도입한 지 10년에 접어 들지만 임피제의 목적인 중장년층 고용 보장과 신규 채용 확대 어느것 하나 제대로 달성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우리·하나·외환은행 등 시중은행들이 임금피크제를 시행한 지 8~10년이 지났지만 은행 일자리는 줄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일반은행(기업·농협·산업·수출입기업·수협은행 제외 일반은행) 임직원수는 9만8607명으로 작년 1분기(9만9175명)는 물론 2007년 1분기 10만375명 보다도 적다.



이는 들어온 인원보다 나간 인력이 더 많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는 임피제를 적용 받는 직원들은 통상 적용기간(4년)간 임금의 절반을 받게 돼 은행으로선 그만큼의 인건비를 절감되는 셈이지만, 줄어든 비용이 신입 직원 채용으로 연결되진 못했음을 드러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점 통폐합이 불가피하고 비대면 채널이 증가하는 등 전반적인 인력 수요가 줄었기 때문에 임피제 실시 후 신규채용이 늘어난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실제로 임피제 적용과 동시에 대부분 직원들이 퇴직하는 하나은행에서는 지난해 신규 채용이 2011년에 비해 50% 이상 감소했다.



이는 최근 은행권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비용절감에 나서고 스마트폰 보급 확산에 따른 비대면 채널 비중 확대로 점포가 축소되며 은행의 필요 인력이 그만큼 줄어든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시중은행 점포수는 올해 1분기 5442개로 2011년 1분기(5606개), 작년 1분기(5596개)에서 감소 추세다.

아울러 중장년층 고용보장이란 측면에서도 임피제는 대부분의 은행에서 유명무실했다. 임금피크제 적용 시 5년간 받을 수 있는 임금은 직전 임금의 240~280% 수준인데 대부분의 은행은 이와 맞먹는 퇴직금을 지급해 대상자들이 퇴직을 택한 경우가 많아서다.

임피제를 택한 뒤 내부의 '눈치'와 길어진 노후를 일찍 대비해야 한다는 개인적인 선택도 조기 퇴직을 택하게 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당초 은행권 임피제는 명예퇴직을 유도하기 위한 수단으로 도입된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실제로 하나은행은 임피제에 들어서는 55세 이후 남아있는 직원이 전무했고, 외환은행도 남은 직원이 10% 안팎이다. 다른 은행과 다르게 대부분이 임피제 적용을 선택하던 국민은행에서도 올해 희망퇴직을 대대적으로 실시하고 임피제 적용 직원들의 업무를 바꾸면서 절반이 희망퇴직을 택했다.

지난달 임피제 도입을 결정한 농협은행에서도 적용대상 520여명 중 대부분은 퇴직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57세부터 4년 간 일할 경우 24개월치 연봉을 받지만 임피제 적용 전 일을 그만두면 26개월치 명예퇴직금을 받을 수 있어서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년 연장에 따라 은행권의 임피제도 수정이 필요하다"며 "임피제에 진입한 관리자나 책임자급이 다양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직무를 새롭게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