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우리·하나·외환은행 등 시중은행들이 임금피크제를 시행한 지 8~10년이 지났지만 은행 일자리는 줄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일반은행(기업·농협·산업·수출입기업·수협은행 제외 일반은행) 임직원수는 9만8607명으로 작년 1분기(9만9175명)는 물론 2007년 1분기 10만375명 보다도 적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점 통폐합이 불가피하고 비대면 채널이 증가하는 등 전반적인 인력 수요가 줄었기 때문에 임피제 실시 후 신규채용이 늘어난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실제로 임피제 적용과 동시에 대부분 직원들이 퇴직하는 하나은행에서는 지난해 신규 채용이 2011년에 비해 50% 이상 감소했다.
아울러 중장년층 고용보장이란 측면에서도 임피제는 대부분의 은행에서 유명무실했다. 임금피크제 적용 시 5년간 받을 수 있는 임금은 직전 임금의 240~280% 수준인데 대부분의 은행은 이와 맞먹는 퇴직금을 지급해 대상자들이 퇴직을 택한 경우가 많아서다.
임피제를 택한 뒤 내부의 '눈치'와 길어진 노후를 일찍 대비해야 한다는 개인적인 선택도 조기 퇴직을 택하게 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당초 은행권 임피제는 명예퇴직을 유도하기 위한 수단으로 도입된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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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하나은행은 임피제에 들어서는 55세 이후 남아있는 직원이 전무했고, 외환은행도 남은 직원이 10% 안팎이다. 다른 은행과 다르게 대부분이 임피제 적용을 선택하던 국민은행에서도 올해 희망퇴직을 대대적으로 실시하고 임피제 적용 직원들의 업무를 바꾸면서 절반이 희망퇴직을 택했다.
지난달 임피제 도입을 결정한 농협은행에서도 적용대상 520여명 중 대부분은 퇴직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57세부터 4년 간 일할 경우 24개월치 연봉을 받지만 임피제 적용 전 일을 그만두면 26개월치 명예퇴직금을 받을 수 있어서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년 연장에 따라 은행권의 임피제도 수정이 필요하다"며 "임피제에 진입한 관리자나 책임자급이 다양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직무를 새롭게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