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론이 맞다"…연세대 '창조과학' 강의 개설 논란

머니투데이 최민지 기자 2015.08.10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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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적 편향성 우려" vs "기독교인 대상 문제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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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2학기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창조과학' 강의가 새롭게 개설된다. 수업 내용은 성경 내용을 과학적 측면에서 해석·토론하는 것을 축으로 한다. 일각에서는 수업이 종교적 편향성을 띨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10일 연세대 관계자에 따르면 오는 9월부터 신입생 세미나 수업 중 창조과학 과목이 추가된다. 1학점 수업이며, 성적은 일정 점수만 넘으면 '패스(Pass)'로 처리된다. 강의는 △생명의 출현 △종의 기원 △노아의 홍수 △우주의 창조 및 진화론 △공룡이야기 등 총 16차시로 진행된다.



수업을 맡은 최윤식 공과대학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는 강의계획서를 통해 "기독교인 과학자는 성경의 내용과 학교에서 배우는 과학의 지식 사이에서 갈등을 느끼게 된다"며 "이 과목에서는 성경 속에 들어 있는 내용 중 과학적으로 검증될 수 있는 부분들을 찾아보고 또 창조론과 진화론을 통해 과학자로서 납득할 만한, 성경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한다"고 밝혔다.

강의명이기도 한 창조과학은 기독교 근본주의적 신앙에 기초해 과학을 받아들이는 '종교적 유사과학'으로 분류된다. 창조과학 지지자들은 구약성서의 창세기에 나오는 천지창조가 과학적으로 입증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를테면 창조과학 지지자들은 성경을 바탕으로, 6일 동안 지구와 우주가 창조됐으며, 우주의 나이를 6000년 이상 1만년 이하로 추정한다. 이는 지질학자들이 밝혀낸 지구 나이(45억년)와는 큰 차이가 있다. 또 지구상의 생명체가 지금의 형태대로 창조됐다며 진화론을 부정한다. 하지만 이 같은 의견은 교황 바오로 2세 등이 진화론을 1996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등 기독교나 천주교 내부에서도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종교와 교육이 분리돼야 한다며 강의가 종교적 편향성을 띨 위험이 있다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 A대학의 자연대 교수는 "창조론은 종교적 신념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진화론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 없는 개념"이라며 "미션 스쿨인 연세대에서나 강의 개설 심사를 통과할 수 있는 수업"이라고 말했다.

반면 교수의 재량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자연대 교수는 "신입생 세미나는 토론 위주의 소규모 강의인데다 교수의 개인적 가치관이 반영되는 게 보통"이라며 "이 경우에는 교수의 재량권을 크게 벗어난다고 보기 어려우며 강의가 시작된 후 내용을 보고 문제 삼아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논란에 대해 최윤식 교수는 "기독교인인 신입생 10여명을 대상으로 한 수업이며 이미 같은 강의계획서로 10여년 전에도 무리 없이 진행한 바 있다"며 "관심사가 같은 학생과 교수가 모여 동아리원처럼 소소하게 의견을 공유하는 자리인만큼 확대해석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해명했다. 최 교수는 본인이 창조과학론을 지지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노코멘트 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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