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라이프]인디과학자들의 '포트럭 파티'…日메이커 페어 가보니

머니투데이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전략기획실장 2015.08.10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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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원의 럭키백]로봇 등 각 분야별 350여 개인 메이커·그룹 참여…TV 보며 웃는 로봇도 나와

도쿄메이커페어2015에 전시된 ‘3D 프린터를 활용한 저가형 VR(가상현실) 헤드셋’/사진=차두원 KISTEP 실장   도쿄메이커페어2015에 전시된 ‘3D 프린터를 활용한 저가형 VR(가상현실) 헤드셋’/사진=차두원 KISTEP 실장


'도쿄의 미래'라고 불리는 대규모 인공섬 오다이바, 이곳에 위치한 도쿄국제전시장이 지난 1~2일 양 일간 '니코 오덕후(마니아란 뜻의 일본어 오타쿠를 한국식으로 표현한 말)의 성지'로 변했다. '메이커(Maker, 만드는 사람)'들을 위한 축제, '도쿄 메이커 페어 2015'가 열린 것이다.

모름지기 전시회라면 깔끔하게 정돈된 전시부스에 전문 여성 모델들이 설명해 주는 모습을 연상하게 되는 데 이곳 전시장은 아무렇게나 널린 전시물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메이커 페어는 2005년부터 무언가 재미있고 깜짝 놀랄만한 것들을 만들 수 있는 사람들과 커뮤니티가 한 데 모여 정보를 공유하고 즐거움을 나누기 위해 시작된 행사이다. 지난해 6월, 오바마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백악관에서 열려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은 적도 있다.

전 세계 도시에서 산발적으로 열리는 메이커 페어는 지난 2013년에 100회, 2014년에 131회가 열렸으며, 올해는 총 146회가 열린다. 이미 70회가 상반기에 진행됐다.
도쿄메이커페어2015에 전시된 ‘얼굴을 스캔해 만든 3D 마스크’/사진=차두원 KISTEP 실장   <br>도쿄메이커페어2015에 전시된 ‘얼굴을 스캔해 만든 3D 마스크’/사진=차두원 KISTEP 실장 <br>
메이커들은 연구가 직업인 제도권 연구자들과 달리 마치 장르와 시장에서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인디밴드'와 같은 느낌을 안겨 줬다. 도쿄 메이커 페어는 이들이 자신들만의 독특한 기술을 하나씩 가지고 나와 즐기는 마치 '포트럭파티(집에 있는 재료로 만든 음식으로 하는 잔치)'같은 분위기였다.



전시장에는 로봇, 우주항공, 아트디자인, 영상 등 다양한 분야로 구분된 350여 개인 메이커들과 그룹이 참여했다.

주최측 관계자에 따르면 일본은 2008년 한 국제학교의 낡은 체육관과 운동장에서 30여 메이커들이 모여 시작한 모임이 현재 규모로 확대됐다.

전시에 참여한 메이커들의 세대는 다양했다. △단순하게 작동했지만 애니메이션 '바람계곡 나우시카'에 등장한 괴물인 오무와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그대로 본떠 제작한 13세 소년 △'배틀로봇'을 제작한 중학생 그룹인 야마엑스(YamaX) △SF영화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R2D2 로봇을 동작 가능한 실제사이즈로 2년여간 혼자 만든 50대 중반 아저씨 △아이들과 함께 '아두이노'(마이크로 컨트롤러를 내장한 기기 제어용 기판)로 만든 게임들을 출품한 엄마들 모임 등은 단순 전시회는 아니라는 생각을 들게 했다.
(왼쪽부터)햇빛을 따라 이동하는 화분, 각종 과일과 야채를 스마트 패드와 연동한 악기, 자동으로 키보드의 Ctrl+S를 눌러 문서를 자동저장해 주는 기구/사진=차두원 KISTEP 실장  (왼쪽부터)햇빛을 따라 이동하는 화분, 각종 과일과 야채를 스마트 패드와 연동한 악기, 자동으로 키보드의 Ctrl+S를 눌러 문서를 자동저장해 주는 기구/사진=차두원 KISTEP 실장
특히, 개인 메이커들 작품들은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참여 열기가 최고조에 달했다. △VR(가상현실)을 이용한 셀카봉 △햇빛을 따라 이동하는 화분 △자전거 바퀴가 돌아가면 문양과 글자가 나타내는 아니포브미니(ANIPOVmini) △눈의 깜빡임 등 안구 운동을 스마트폰에서 보여주는 글라스 △각종 과일과 야채를 스마트 패드와 연동한 악기 △지진 강도측정기 △자동으로 키보드의 'Ctrl+S'를 눌러 문서를 자동저장해 주는 보조입력장치 △소리를 보여주는 카메라 등 단순한 재미를 넘어 상업용 제품으로도 손색 없는 전시품들이 적지 않았다.


기업 출품작은 사물인터넷(IoT)를 활용한 아이디어 작품들이 주류를 이뤘다. 이중에는 일기장과 가계부 등 일정기간 사용하지 않으면 무선태크에서 빛을 발하는 등의 기능을 제공하는 장치, 얼굴을 스캔해 만든 3D 마스크 등이 관심을 이끌었다.
(왼쪽부터)3D 프린터로 전신을 측정해 소형 아바타를 만들고 감성과 신체 상태를 알려주는 시스템, 시험관에 있는 식물의 잎을 만지면 미세전류가 물을 통해 독특한 음을 생성하는 시스템/사진=차두원 KISTEP 실장   (왼쪽부터)3D 프린터로 전신을 측정해 소형 아바타를 만들고 감성과 신체 상태를 알려주는 시스템, 시험관에 있는 식물의 잎을 만지면 미세전류가 물을 통해 독특한 음을 생성하는 시스템/사진=차두원 KISTEP 실장
참관객들의 발길이 가장 많이 닿은 곳은 '후지쯔 사용자 경험 클럽'(Fujitsu UX Club)에서 출품한 IoT 작품 부스였다. 3D 프린터로 전신을 측정해 소형 아바타를 만들고 감성과 신체 상태를 알려주는 시스템, 시험관에 있는 식물 잎을 만지면 손끝에 미세전류가 물을 통해 전달돼 독특한 음을 생성하는 시스템 등도 흥미를 돋구웠다.
혼자 TV를 시청하는 사람들의 외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TV에 연결해 소리에 맞춰 웃고 우는 반응을 하도록 설계된 로봇이 도쿄메이커페어2015에 전시됐다/사진=차두원 KISTEP 실장 혼자 TV를 시청하는 사람들의 외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TV에 연결해 소리에 맞춰 웃고 우는 반응을 하도록 설계된 로봇이 도쿄메이커페어2015에 전시됐다/사진=차두원 KISTEP 실장
가장 많은 전시 아이템은 '로봇'이었다. 이중 혼자 TV를 시청하는 사람들의 외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TV에 연결해 소리에 맞춰 웃고 우는 반응을 하도록 설계된 로봇(모델명: 베젤리)은 신가하다 못해 웬지 씁쓸한 느낌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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