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랠리, 한여름밤의 꿈으로 끝나나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2015.08.04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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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사 2Q 실적 대체로 부진…R&D 가치 주가에 과도하게 반영됐다는 인식 커져

올 들어 급등했던 제약·바이오 기업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신약개발 기대감으로 급등했지만 2분기에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것이 주가급락 도화선이 됐다. 특히 랠리를 이끈 한미약품 (317,000원 ▼2,500 -0.78%)이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을 기록해 제약·바이오 주가가 펀더멘털(기초경제여건)에 비해 과도하다는 인식을 심어준 계기 됐다는 평가다.

한미약품의 2분기 영업이익은 24억원으로 전년동기(84억원) 대비 71.4%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매출은 2445억원으로 전년 1864억원보다 31.2% 증가했다.



한미약품은 지난 3월 다국적 제약사 릴리와 면역치료제 기술수출 계약을 맺으면서 계약금 5000만 달러(약 550억원)를 받았다. 한미약품이 계약금 중 세금과 한미사이언스 (33,550원 ▼350 -1.03%)에 지급한 특허사용료를 빼고 300억 가량을 영업이익에 반영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2분기 국내 영업에서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한미약품은 릴리에 이어 베링거인겔하임과 85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라이선스 아웃)을 발표해 지난달 29일 장중 한때 주가가 60만6000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같은 날 오후 실적발표 후 주가는 급락세로 돌아섰다. 특히 기관투자자들이 대거 매도에 나섰다.



한미약품의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는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274억(783%) 늘었지만 주가급락을 피하지는 못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계약 당시 발표하는 수천억원에 이르는 기술 수출료의 대부분은 임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받을 수 없는 돈"이라며 "한미약품 2분기 실적은 기술수출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4일 한미약품 종가는 39만2000원으로 지난달 29일 기록한 최고가 60만6000원에서 35%가 하락했고, 같은 기간 시가총액도 2조1892억원이 증발했다. 한미사이언스 주가도 최고가 대비 27% 급락했고, 시가총액 3조원이 줄어들었다.


한미약품 주가가 빠지면서 다른 제약·바이오주도 급락을 면치 못했다. 코스피의약품 지수는 지난달 28일 8989.02에서 4일 7833.52로 12.9% 떨어졌다. 코스닥제약지수도 같은 기간 4% 하락했다.

이혜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제약·바이오에 투자가 몰리면서 실제가치보다 주가가 크게 오른 종목이 있다"며 "주가하락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메르스 사태로 인한 병원영업 차질로 3분기에도 제약사 실적 악화가 우려 된다"며 "기관투자자들이 제약·바이오주 매도를 늘리고 있는 점도 악재"라고 덧붙였다.

영업실적이 1~2개월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것을 감안하면 메르스 영향은 7-8월에 반영될 전망이다. 제약협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메르스 사태 기간 동안 제약사 매출이 전년대비 10% 정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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