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버핏이 말한 것은 바로 ‘블래쉬(BLASH)’. 엄청난 비법을 얻었다는 기쁨도 잠시, 나한심 씨는 다시 고민에 빠졌다. 블래쉬가 뭘 뜻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시 조르기를 몇 시간. 버핏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블래쉬란 ‘값이 쌀 때 사서 비쌀 때 팔라’는 뜻의 ‘Buy Low And Sell High’의 머리글자로 만든 말이다. 블래쉬만 잘 지키면 투자의 신이 되는 건 금방이다.”
그럼 블래쉬는 버핏의 특허일까. 시계 바늘을 2000년 전으로 돌려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 을 잠시 들여다보자. 화식열전은 화(貨) 즉 재산을, 크게 불린(식, 殖) 사람들의 스토리를 정리해 놓은 ‘부자 전기’ 같은 것이다.
남이 장에 간다고 아무런 볼 일도 없는데 덩달아 장에 가는 ‘덩달이’가 아니라, 남이 하는 것을 자세히 관찰한 뒤 그것과 반대로 하는 ‘깜찍이’가 투자에서 돈을 벌고 인생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BLASH의 원조는 ‘인기아취 인취아여’
이 시각 인기 뉴스
‘인기아취 인취아여(人棄我取 人取我與)’는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는 ‘한즉자주 수즉자거(旱則資舟 水則資車)’와도 연결된다. ‘한즉자주 수즉자거’는 가물 때는 홍수가 날 것에 대비해 배를 준비하고, 큰물이 졌을 때는 가뭄이 들이닥칠 것에 대비해 물을 댈 수 있는 수차(水車)를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밀짚모자는 겨울에 사고 외투는 여름에 사라’는 투자격언과 마찬가지다. 이를 한자어로는 ‘대핍(待乏)’이라고 한다. 어떤 일이든 눈앞에 닥쳤을 때 준비하려면 돈이 많이 들고, 부실 공사가 될 우려가 크다. 하지만 일이 몰려오기 훨씬 전에 그런 일이 있을 것을 예상하고 준비한다면 적은 비용으로 훨씬 효과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해 놓을 수 있다. 게다가 가뭄이 온 뒤에는 홍수가 지고, 엄동설한 뒤에는 따듯한 봄날을 지나 습증폭서(濕蒸暴暑)가 오는 게 계절의 순리다. 주가도 파도처럼 오른 뒤에는 반드시 하락하고 크게 떨어지면 많이 오르게 마련이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것과 같은 이치다.
계연지책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더 큰 이익을 노리고) 돈이나 물건을 쌓아놓지 말고 회전을 빠르게 하라고 강조한다. ‘돈을 손 안에 잡아 두지 말고 가격이 오른 물건을 꽉 붙들고 있지 마라’며 ‘무식폐 무감거귀(無息弊 無敢居貴)’를 지키라고 한다. 이 말은 매점매석(買占賣惜)을 경계한 것이다.
BLASH는 人棄我取=旱則資舟=無敢居貴로 통해
매점매석은 남들의 고통을 아랑곳하지 않고 나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단기적으로 큰 이익을 낼 수 있을지는 몰라도 중장기적으로는 신뢰를 잃어 큰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 가격이 쌀 때 사서 적정한 가격에 파는 것은 풍년 때 곡식 가격이 폭락하는 것을 막고 흉년 때 급등하는 것을 억제해 물가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사회적으로 좋은 일을 하면서 이익도 얻으니 시장의 신뢰를 얻어 지속가능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인기아취(人棄我取)와 한즉자주(旱則資舟), 그리고 무감거귀(無敢居貴). 비록 한자말이어서 언뜻 보면 어려워 보이지만 부자 되는 재산관리 원칙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다. 21세기에 주식투자를 잘 하고 비즈니스를 성공시키기는 데 옛것을 아는 것(溫故)이 새로운 것을 알아(知新) 자기만의 성공방정식을 만드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