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렸을까'…홍대 리모델링 공사 중 민중벽화 발견

모두다인재 이진호 기자 2015.08.02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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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벽 철거 중 모습 드러내…미대 학생회 "보존 불가능해 아쉽다"

지난 30일 홍익대 학생회관 공사 현장에서 1990년대 초반 홍익대 미대 학생회의 것으로 추정되는 벽화가 발견됐다. /사진제공=홍익대 미대 총학생회지난 30일 홍익대 학생회관 공사 현장에서 1990년대 초반 홍익대 미대 학생회의 것으로 추정되는 벽화가 발견됐다. /사진제공=홍익대 미대 총학생회


홍익대 건물 내벽에 숨겨져있던 벽화가 20여년 만에 빛을 봤지만 이내 뒤안길로 사라져 아쉬움을 남겼다.

2일 홍익대 미술대학 학생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이 학교 건물 리모델링 공사 중 1990년대 작업물로 추정되는 벽화가 발견됐다.

홍익대는 지난주부터 학생회관 1층에 위치한 고전음악 감상실을 없애고 보건실을 확대하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해당 벽화는 음악감상실 흡음재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모습을 드러냈고, 지난 30일 새벽 이를 발견한 미술대학 학생회장이 재학생들에게 상황을 알렸다.



해당 작품은 가로 4.5m, 세로 3.5m 정도 크기의 벽화로 페인트 등이 사용됐으며 한 남성이 산 너머를 가리키고 태양이 떠오르는 모습 등이 표현됐다. 이는 1980년대 중반부터 미술계의 한 조류로 자리잡았던 '민중미술'의 형태다.

미대 학생회는 상황이 알려진 지난달 30일 즉각 대응에 나섰다. 작품이 학내 역사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 고화질 카메라 촬영을 통해 좀 더 나은 품질의 사진을 남기는 등 사료보존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날 저녁 학생회가 다시 찾은 현장은 이미 상당부분 공사가 진척돼 있어 교내 방송국 만이 스케치 영상을 담았을 뿐, 사진 촬영은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서희강 홍익대 미대 학생회장은 "학생처에 문의해 보니 '1990년대초 미대 학생회의 작업인 것 같다'고 했다"면서 "이미 공사가 계속 진행돼 현장을 재차 담지는 못했다"고 진한 아쉬움을 표했다.
31일 현장의 벽화. 이미 공사가 진척돼 그림 일부는 철거된 상태다. /사진=이진호 기자31일 현장의 벽화. 이미 공사가 진척돼 그림 일부는 철거된 상태다. /사진=이진호 기자
31일 찾은 공사 현장에는 이미 작품 상당 부분이 철거돼 있었다. 두꺼운 벽돌 위 설치된 절반 이상의 벽화가 뜯겨져 나갔다.

서희강 회장은 "학교에서 계획한 공사를 억지로 막을 수는 없어 보존요청을 하지는 않았다"면서도 이를 계기로 교내 작품 보존에 힘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향후 홍대 미대 학생회는 교수와 동문 등을 통해 예전 행사 자료와 실기 작품, 발행물 등을 수집해 사료보존 차원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계획이다.

한편, 졸업생들도 아쉬움을 표현했다. 미술계열이 강세인 대학인 만큼 작품보존에 힘써 달라는 요구다.


홍익대 판화과 졸업생 조모씨(남·28)는 "이전에도 학교가 학생들의 교내 작품을 말없이 철거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1990년대 민중미술 작품이면 여러모로 의미가 있을텐데 아쉽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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