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본점 전경. /사진=이동훈 기자
한은이 30일 공개한 인플레이션보고서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2년 11월 1%대로 하락한 뒤 올해 6월까지 32개월 동안 물가안정목표 하한(2.5%)를 밑돌고 있는 상황”이라며 “새로운 중기 물가안정목표 설정에 앞서 적정 물가상승률 수준이 어느정도인지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이번 보고서에서 전세계적인 저물가 현상 분석과 함께 물가안정목표제를 도입한 세계 32개국의 장단점을 비교분석한 내용을 담았다.
글로벌 저인플레이션 현상으로 우리나라 이외에도 미국, EU 등 선진국들도 2012년 이후 물가안정목표를 하회하고 있다. 일본도 소비세를 인상 직후인 2014년 4월~2015년 3월에만 일시적으로 물가상승률이 2.9%로 반등했고 추세적으로 하락세다.
세계적 저인플레이션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세계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는 3.2%로 이가운데 미국, 유로존, 일본 등 선진국은 평균 0.4%, 중국 등 신흥국은 5.4%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내년에는 선진국은 1.4%, 신흥국은 4.8%의 물가상승률이 예상됐다.
보고서는 경제구조 변화에 따른 인플레이션 영향을 측정한 결과 인구고령화가 진전되고 인구증가율이 낮고, 무역개방도가 높을수록 물가상승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이는 우리나라의 현재 경제상황과 맞닿아 있어 주목된다.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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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이런 현상을 감안해 물가안정목표제를 조정할 계획이나 아직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경제여건을 고려해 2.0%~3.0%(2.5%±0.5%)로 낮추는 방안이 유력하다는 말도 나오지만 한은 측은 공식적으로 부인한다.
다만 최근 세계적 저물가 현상을 감안하면 물가안정목표제는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물가안정 목표수준은 선진국은 2~2.5%, 신흥시장국은 3~4%대 이상이 많다.
문제는 방식인데 한은은 지금처럼 목표범위를 설정할 것인지, 아니면 많은 나라들이 선택하고 있는 중심치±변동폭으로 바꿀 것인지를 놓고 검토 중인 것으로 보인다.
허용범위도 관건이다. 현재 물가안정변동 허용폭은 ±0.5%인데 이는 최근 물가변동성을 감안할 때 예측을 벗어날 가능성이 높다. 한국, 호주 등 2개국만 변동허용폭이 ±0.5%이며, 뉴질랜드, 캐나다 등 16개국은 변동허용폭이 ±1.0%다. 브라질, 인도 등 10개국은 변동허용폭이 ±1.0%이 넘는다.
한은은 대외의존도가 높아 물가변동성이 높은 우리나라의 특성을 고려해 변동허용폭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물가안정목표제 점검주기를 현행 3년으로 할지 5년으로 연장할지 스웨덴, 노르웨이처럼 특별한 사유없이는 유지할지를 놓고도 검토 중인 상황으로 알려졌다.
김준한 한은 물가분석부장은 “아직 물가안정목표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결정된게 없다”며 “제도 변경에 앞서 다양한 국가들의 사례를 살펴보고 장단점을 비교해서 안을 마련 중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