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광수 영화감독, 김승환 레인보우팩토리 대표 커플이 '동성결혼 혼인신고를 반려한 서울 서대문구의 처분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서울서부지법에 소송을 낸 가운데 법원이 빗발치는 탄원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29일 기자가 찾아간 서울서부지법 2층 가족관계등록계 사무실 한 켠에는 동성결혼 관련 탄원서가 빗발치고 있었다.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법원에 도달한 서명자 수만 최소 10만명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사진=김민중 기자
나기웅 사무관은 "지난 22년간 근무하면서 이번처럼 탄원서가 쏟아진 것은 처음"이라며 "하루에 등기로만 1000통이 들어와 직원들이 다른 업무를 보는 데 지장이 생길 정도"라고 말했다.
또 탄원서 관련 업무는 단순히 접수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나 사무관은 "탄원서가 올바르게 접수됐는지를 묻는 민원 전화가 끊임없이 걸려 오고 있으며, 특히 탄원서가 쏟아진다는 소식이 언론 보도 등을 통해 퍼지면서 '동성결혼에 대한 찬성·반대 측 탄원서 개수가 각각 얼마냐'를 묻는 질문도 쉬지 않고 들어온다"고 전했다.
이같은 '탄원서 대결'이 벌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동성결혼 찬성·반대 양측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탄원서 제출을 독려한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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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동성 결혼을 찬성하는 인권단체들이 수천통의 탄원서를 제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최근에는 기독교계와 보수성향 시민단체들이 SNS와 오프라인에서 조직적으로 반대 탄원서 제출을 주도하는 모양새다.
동성혼 결혼 반대 탄원서 발송을 요청하는 시민단체의 글. /사진=페이스북 캡쳐
하지만 '탄원서 대결'은 실제 판결에 거의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 전반의 평가다. 김병찬 서울서부지법 공보판사는 "단순히 탄원서의 양이 많다고, 상대 측보다 탄원서를 많이 보냈다고 해서 판결에 유리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전했다.
김 판사는 또 "SNS를 통해 '찬성 탄원서가 몇 통이다, 반대 탄원서가 몇 통이다' 등의 얘기가 퍼지고 있는데, 법원에서는 어림짐작을 할 뿐 구체적으로 찬성·반대 측의 탄원서 개수를 세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근거가 없는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서울서부지법 외부의 법조계에서도 이례적인 '탄원서 대결'에 회의적인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성훈 하민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형사소송의 경우 당사자들이 낸 탄원서가 양형 등에 일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이번 소송은 형사소송이 아니고 탄원서를 낸 주체가 소송의 '제3자'이며 양형이 없는 건이라 탄원서가 법원 판결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며 "지금은 법원의 판단을 믿고 차분히 기다릴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