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학생들도 방학을 하고 여름나기를 시작하고 있다. 마른장마로 인해 날씨는 오락가락 하지만 머지않아 본격적인 찜통더위는 기승을 부릴 것이다. 그러면 직장인들도 휴가를 내 어딘가로 훨훨 날아가고 싶을 것이다.
러시아도 7월 초에 방학이 시작되면 온 도시가 휴가에 들어간 것 같은 인상을 받는다. 사람들은 모두 어딘가로 뿔뿔이 흩어지면서 여행이나 별장으로 사라진다. 직장인들도 여름에는 아예 한 달 쯤은(예전에는 확실하게 한 달 이상을 쉬었는데 개방이 된 지금은 그렇게 까지 많이 쉬지 않는다)마음 놓고 여름을 쉬면서 보냈다. 필자가 살 때의 러시아 여름은 참 한가롭고 사람들 자체가 여유 있어 보였다.
그러나 필자가 한국에 나오기 직전부터 시장 안에 카페와 레스토랑도 생겨서 겨울이면 난로가 있는 카페에서 간단한 식사를 하기도 했다. 그 때 먹었던 스프와 감자, 샤실릭(원래는 양꼬치구이 인데 돼지고기와 양파, 감자를 같이 하기도 한다), 그리고 레몬을넣은 뜨거운 차 맛은 잊을 수 없다. 추운 날씨에 따듯한 곳에서 한가하게 맛보는 기름진 음식이니 그걸 먹고 마시고 나면 온 몸이 금새 노곤노곤 해진다. 아무튼 겨울에는 이런 가운데 벼룩시장에서 장을 보고 여름이면 태양이 작열하는 곳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구경을 한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이즈마일놉스키' 벼룩시장에 나와 있는 물건들의 값은 시중에 나와 있는 가격보다 훨씬 싸다. 그래도 잘 살펴보고 흥정을 해야 한다. 무조건 가격을 낮춰서 불러야 하고 고집을 좀 부려야한다. 아니면 미련 없이 휙 돌아서야 한다. 장사하는 사람들도 물건들도 많으니까 미련을 가질 필요는 없다. 혹 좋은 물건이 좋은 가격으로 나올 때도 있지만 대부분이 비슷비슷하고 사람을 보고 가격을 터무니없이 비싸게 부르는 장사들도 널려있다. 무릇 정신을 바싹 차리고 원하는 물건을 잘 흥정해서 사야 한다.
필자는 벼룩시장에 가면 척박한 땅에 살고 있는 러시아 사람들 본연의 얼굴을 볼 수 있는 것 같았다. 러시아의 벼룩시장은 겨울이면 솜옷이나 더 이상 두꺼울래야 두꺼울 수 없는 옷과 모자, 마후라 등을 쓰고 장사하는 사람들의 눈썹에 하얀 눈발이 내려앉는 것은 압권이었다. 여름이면 모두 웃옷을 벗어버리고 얼굴들이 새카맣게 탄 채로 손님을 호객한다. 이래저래 '이즈마일놉스크' 벼룩시장은 러시아에 가는 여행객이라면 한 번 쯤은 가 볼만 하다. 그곳은 진정한 삶의 애환이 살아 숨 쉬는 있는 현장이기도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