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이즈마일놉스키' 벼룩시장

머니투데이 공영희 소설가 2015.07.31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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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희의 러시아 이야기]<65>

모스크바 '이즈마일놉스키' 벼룩시장


지난 6월은 뜻하지 않은 불청객으로 많은 여행객들이 한국을 찾지 않았고 한국인들도 외국 여행이 잠시 주춤했었다. 그러나 감사하게도 메르스 라는 불청객은 오래 머물지 않고 국민들도 이제는 평상심을 되찾은 거 같아 반갑기 그지없다.

이제는 학생들도 방학을 하고 여름나기를 시작하고 있다. 마른장마로 인해 날씨는 오락가락 하지만 머지않아 본격적인 찜통더위는 기승을 부릴 것이다. 그러면 직장인들도 휴가를 내 어딘가로 훨훨 날아가고 싶을 것이다.



휴가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행을 떠날 것이고 미지의 여행은 살아있는 인간에게는 영원한 동경의 대상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아마 앞으로는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왜냐면 갈수록 현대 사회는 더욱 복잡해질 것이고 단순한 것과는 거리가 멀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살기 위해, 생존하기 위해 일하며 받는 스트레스며 사람들에게 치이고 서로 간에 치고 박는 일상사들이 얼마나 많을 것인가 말이다. 가혹하리만큼 냉정한 현실 때문에 현대인들의 몸과 마음은 쉴 날이 없이 찌든 생활을 하고 있으니 잠시라도 휴가를 얻어 그 상태를 벗어나고자 함은 너무 당연한 생각일 것이다.

러시아도 7월 초에 방학이 시작되면 온 도시가 휴가에 들어간 것 같은 인상을 받는다. 사람들은 모두 어딘가로 뿔뿔이 흩어지면서 여행이나 별장으로 사라진다. 직장인들도 여름에는 아예 한 달 쯤은(예전에는 확실하게 한 달 이상을 쉬었는데 개방이 된 지금은 그렇게 까지 많이 쉬지 않는다)마음 놓고 여름을 쉬면서 보냈다. 필자가 살 때의 러시아 여름은 참 한가롭고 사람들 자체가 여유 있어 보였다.



러시아에는 겨울보다 여름에 여행객들이 몰려온다. 그들은 러시아의 많은 것들을 보고 놀라고 즐거워하며 박물관은 물론 써커스와, 발레 등은 빠지지 않는 고정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리고 여행객들이 마지막에 즐겨 찾는 곳은 모스크바의 벼룩시장이다. '이즈마일놉스크' 벼룩시장은 여행객 뿐 만이 아니라 각지에서 온 러시아 사람들과 모스크바 사람들도 찾는 곳이다.

모스크바 '이즈마일놉스키' 벼룩시장
이 벼룩시장은 러시아에 관한 것이라면 골통품을 비롯하여 오만가지 품목들이 다 있다. 정말 레닌 시절에 썼던 낫이 그려진 모자라든지 그 때 착용했던 뺏지 들도 나와 있으며 전쟁 시에 썼던 우편 엽서도 있는데 그런 물건들을 보면 왠지 마음이 짠하다. 그리고 크리스탈, 전통 공예품, 그림, 옷. 모피, 스카프, 카페트 등 등, 없는 것이 없다. 그래도 가장 많은 품목은 마트루쉬카가 아닐까 싶다. 종류도 어마어마하게 많다. 벼룩시장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로 노천이라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살을 에이는듯한 찬 바람과 눈보라가 있어 곤욕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필자가 한국에 나오기 직전부터 시장 안에 카페와 레스토랑도 생겨서 겨울이면 난로가 있는 카페에서 간단한 식사를 하기도 했다. 그 때 먹었던 스프와 감자, 샤실릭(원래는 양꼬치구이 인데 돼지고기와 양파, 감자를 같이 하기도 한다), 그리고 레몬을넣은 뜨거운 차 맛은 잊을 수 없다. 추운 날씨에 따듯한 곳에서 한가하게 맛보는 기름진 음식이니 그걸 먹고 마시고 나면 온 몸이 금새 노곤노곤 해진다. 아무튼 겨울에는 이런 가운데 벼룩시장에서 장을 보고 여름이면 태양이 작열하는 곳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구경을 한다.


'이즈마일놉스키' 벼룩시장에 나와 있는 물건들의 값은 시중에 나와 있는 가격보다 훨씬 싸다. 그래도 잘 살펴보고 흥정을 해야 한다. 무조건 가격을 낮춰서 불러야 하고 고집을 좀 부려야한다. 아니면 미련 없이 휙 돌아서야 한다. 장사하는 사람들도 물건들도 많으니까 미련을 가질 필요는 없다. 혹 좋은 물건이 좋은 가격으로 나올 때도 있지만 대부분이 비슷비슷하고 사람을 보고 가격을 터무니없이 비싸게 부르는 장사들도 널려있다. 무릇 정신을 바싹 차리고 원하는 물건을 잘 흥정해서 사야 한다.

필자는 벼룩시장에 가면 척박한 땅에 살고 있는 러시아 사람들 본연의 얼굴을 볼 수 있는 것 같았다. 러시아의 벼룩시장은 겨울이면 솜옷이나 더 이상 두꺼울래야 두꺼울 수 없는 옷과 모자, 마후라 등을 쓰고 장사하는 사람들의 눈썹에 하얀 눈발이 내려앉는 것은 압권이었다. 여름이면 모두 웃옷을 벗어버리고 얼굴들이 새카맣게 탄 채로 손님을 호객한다. 이래저래 '이즈마일놉스크' 벼룩시장은 러시아에 가는 여행객이라면 한 번 쯤은 가 볼만 하다. 그곳은 진정한 삶의 애환이 살아 숨 쉬는 있는 현장이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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