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운용사 임직원 98명 무더기 제재 초읽기

머니투데이 조성훈 기자 2015.07.30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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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채권파킹 수사과정서 여행경비 등 향응적발, 금감원 "조사뒤 엄중제재"

증권·운용사 임직원 98명 무더기 제재 초읽기


불법 채권파킹거래 수사과정에서 향응수수 행위가 적발된 36개 증권·자산운용사 소속 영업 담당자와 펀드매니저 98명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무더기 제재에 나설 예정이다. 채권파킹거래는 자산운용사가 증권사에 구두로 채권 매수를 지시한 뒤 채권가격이 하락해 손실이 발생하면 이를 증권사에 떠넘기고 추후 거래를 몰아줘 손실을 만회해주는 관행적 불법거래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28일 "검찰이 지난달 불법 채권파킹거래 수사과정에서 향응을 주고 받은 혐의가 있는 금융투자업계 직원 98명의 명단을 넘겼다"며 "현재 이들을 대상으로 개인별로 서면조사와 대면검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또 "이들에 대해 향응액수와 향응수수 시기를 파악하는 대로 조만간 신분 제재에 나설 예정"이라며 "제재수위에 따라 제재심의위원회와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하고 인원이 많아 시일이 다소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처럼 단일사건으로 100명에 가까운 금융투자업계 종사자들이 제재 대상에 오른 것은 전례가 드물다. 2014년초 KDB대우증권과 IBK투자증권 임직원 93명이 미신고 계좌로 자기매매한데 대해 제재를 받은 것 정도가 비교할 만하다.



현재 금감원에 통보된 98명은 20개 증권사 소속으로 향응을 제공받은 고유재산 운용 담당자 29명과 향응을 제공한 증권서 채권 영업담당자 45명 등 74명과 16개 자산운용사 소속 펀드매니저 24명 등이다.

검찰은 지난달 불법 채권파킹거래 수사과정에서 증권사 임직원들과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들이 수년간 거액의 여행경비를 주고 받은 것을 확인하고 은행과 보험, 증권, 자산운용사 소속 펀드매니저(채권운용역) 103명과 이들의 여행경비를 대납해온 증권사 임직원 45명을 적발했다. 검찰은 이중 수수액이 많은 20명을 기소하고 증권·운용사 소속 나머지 98명은 금감원에 통보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들은 30~40명 규모의 세미나를 개최한다고 회사에 보고했지만 실제론 펀드매니저들의 해외여행 경비를 대납하거나 골프행사를 개최하는 등 향응을 주고받았다.

증권업계가 영업과정에서 부당행위로 임직원 제재를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짜투리 채권을 싸게 팔아 차익을 챙기거나 미신고계좌로 자기매매를 하고 미공개정보를 활용하는 등의 불법행위는 있었지만 영업과정에서 향응수수로 제재하는 것은 처음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따라서 구체적인 제재 양정기준도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향응을 제공받은 쪽이 더 무거운 제재를 받을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투자업 규정상 펀드매니저는 일체 금품이나 재산상 이익을 제공받을 수 없다. 따라서 향응을 제공받은 쪽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향응을 제공한 쪽은 제재를 부과하기가 좀더 복잡하다. 영업관행의 성격이 있는데다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회사의 경비 검증 등 내부통제가 부실했을 수도 있고 회사가 오히려 영업을 장려하기 위해 묵인 또는 방조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내부통제 부실이 드러나면 증권사에 대한 기관제재로 이어질 수 있다.

금감원 조사가 시작되자 일부 증권사와 운용사는 혐의자들에 대해 보직 해임이나 전보 조치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일부 혐의자들은 검찰이 실제 세미나 참석과 일상적인 식사까지 무리하게 향응 제공으로 간주했다며 억울함으로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처분 결과가 주목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조사 대상자들은 여전히 단순 세미나에 참석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일정 액수 이상의 편익을 제공받을 때에는 회사 승인을 받도록 한 내부규정을 어긴 것은 맞다"며 "연루된 담당 부서장과 직원들이 보직 해임과 전보 조치되면서 회사 분위기가 뒤숭숭하고 채권영업도 위축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이번 사건 뒤 영업부서에서 일체의 사적거래나 불건전행위 등을 중단하도록 했다"면서 "타격이 없지 않지만 부정적인 영업관행을 개선하는 긍적적인 측면도 있는 것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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