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가격 급락, 글로벌 경기침체·증시 붕괴 전주곡?

머니투데이 뉴욕=서명훈 특파원 2015.07.28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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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와 금, 구리 등 주요 상품(원자재) 가격이 2009년 수준으로 급락하면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은 물론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증시까지 동반 하락하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를 목전에 두고 있다는 비관론까지 나오고 있다.

상품가격 급락, 글로벌 경기침체·증시 붕괴 전주곡?


◇ 상품 가격 급락, 글로벌 경기침체 예고편 불안감 확산
상품 가격 급락이 글로벌 경기침체를 예고하고 있다는 주장의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상품 가격이 하락한 것은 그만큼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물건을 만드는 원재료인 상품의 수요가 줄었다는 것은 다시 생산활동이 둔화됐다는 의미다. 상품 가격 하락이 단기간에 그치지 않고 지금처럼 지속되면 결국 경제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상품 가격이 하락하게 되면 생산국가의 경기는 직격탄을 맞게 된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글로벌 경제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하면서 상품 가격 급락이 신흥국과 저개발 국가들에게 더 큰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한 것도 이 때문이다.



상품 가격 하락은 관련 투자 역시 줄어들게 만든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국제 유가 하락으로 관련 기업들이 투자를 유보한 규모가 무려 2000억달러(약 234조원)에 이르고 있다. 이는 관련 산업의 침체로 이어져 글로벌 경기침체 요인이 된다.

또 다른 이유는 과거의 경험이다. 상품 가격 급락 이후에는 글로벌 경기 침체가 찾아왔다. 골드만삭스(GS) 상품지수를 보면 보다 명확해 진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에 상품지수가 급락했고, 1997년 한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외환위기를 겪기 전에도 상품지수가 급락했다.

페퍼 인터내셔널의 캐롤 페퍼 최고경영자는 상품 가격 하락은 글로벌 경제성장률 둔화 신호라고 지적한다. 그는 주요 고객들에게 상품 관련 주식에는 투자하지 말 것을 충고하고 있다.


◇ 상품 수요둔화에 자금이탈까지… 아직 바닥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상품가격이 추가로 더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는 점이다. 세계 최대 상품 소비국인 중국에서 제조업 경기가 둔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다 상품시장의 자금이탈도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어서다.

지난 주 발표된 중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7%로 예상을 뛰어넘었지만 상품 가격 하락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특히 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15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면서 상품 가격은 더 떨어지고 있다.

상품가격 급락, 글로벌 경기침체·증시 붕괴 전주곡?
세계은행(WB)은 지난 4월 상품 시장 전망보고서에서 올 1분기 중국의 수요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2월의 경우 음력 설 명절 연휴로 인해 수입이 감소했지만 3월에도 수입량은 반등하지 않았다.

일시적인 요인이 아니라 중국 수요에 구조적인 변화가 발생했다는 얘기다. 중국의 정제유와 철 수출 역시 전년동기 대비 2% 정도 감소했다. 2010년~2013년 20~30%씩 늘어났던 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WB는 상품 가격 급락은 중국의 수요 감소가 부분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며 "2016년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기 전까지 당분간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란 핵협상 타결로 국제 유가가 1986년 이전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상품 가격이 급락하면서 투자자들도 발길을 돌리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BAML)는 투자자들이 금과 상품, 신흥시장에서 100억달러에 이르는 자금을 회수했다며 신흥시장과 상품 시장의 자금 유출은 이제 시작단계라고 지적했다.

BAML 조사에 따르면 7월 들어서만 귀금속 펀드에서 11억달러의 자금이 빠져 나갔다. 이는 최근 4개월 사이 최대 규모다. 또 최근 신흥시장 펀드에서도 33억달러가 빠져 나가는 등 최근 2주간 이들 펀드의 자금 유출 규모는 100억달러(약 11조7000억원)에 이르고 있다.

◇ 상품 가격 급락, 증시 붕괴 촉발하나
상품 가격 급락은 증시에도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상품 가격 급락 → 글로벌 경기 침체 → 글로벌 주식시장 붕괴'로 이어지는 시나리오에 대한 우려다.

현재 상황만 놓고 본다면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론적으로도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 증시만 놓고 본다면 가능성은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

지난 1970년 이후 상품 가격이 급락한 것은 모두 5번이다. 1980년~1982년 사이 상품가격지수가 하락했고 S&P500 지수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84년부터 86년 사이 상품가격지수가 하락할 때 S&P500 지수는 상승했다. 97년~98년 사이에도 같은 현상이 벌어졌다.

반면 2008~2009년 사이에는 상품가격지수가 하락했고 S&P500 지수 역시 하락했다. 하지만 이 당시 상품가격지수는 이미 2배 가까이 급등한 상황이었다. 지난해와 올해의 경우 상품가격지수는 계속 하락했지만 S&P500 지수는 상승세를 나타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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