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별로 감동받는 일이 없다. 이념이나 자기만의 정의를 내세우는 사람들을 보면 오히려 지친다. 목소리가 큰 사람일수록 일상에서 보여준 게 별로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끔, 자기 일을 정성스레 하는 직업인들을 보면 한없이 즐거워진다. 대단한 사명감이 아니더라도 ‘내 일’을 소중하게 다루는 사람들 말이다.
메르스가 한창일 때 나를 사로잡은 사진이 하나 있었다. 며칠째 잠을 자지 못한 의사들이 가운을 입고 벽에 기대 잠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었다. ‘의사 =돈 많이 버는 직업’이 돼버린 최근 우리 사회에서 역시 의사는 사람의 목숨을 다루는 소중한 자리라는 걸 새삼 깨닫게 해주었다. 정부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이들 프로 직업인들의 노고가 메르스 확산을 막는데 기여했다고 본다.
직업에 귀천은 없지만, 모두가 선망하는 직업은 있다. 더욱이 나랏일을 하는 '장관'이라면 누구나 바라마지 않는 자리다. 그런 면에서 최근 장관들이 ‘다음 자리’ 찾기에만 열 올리는 것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A장관은 기자들 앞에서 당당하게 ‘재선의 성공’을 외치고, B,C 장관은 평일 낮에도 자신의 지역구 일이라면 열일 제치고 찾는다고 한다. D장관은 벌써부터 다음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모 기관을 들락날락 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장관이 들썩이니 아래 공무원들도 일은 뒷전인 모양새다.
지금의 장관들에게 대단한 걸 바라는게 아니다. 세월호· 메르스 사태등을 겪으면서 예상보다 더한 그들의 무능력도 절감했다. 그런데 무능력과 무소신은 그렇다치고, 장관이라는 자리를 약력의 한 줄, 더 높은 지위를 향한 사다리로만 여겨서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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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취임 첫 일성은 한결같이 “국민에게 꿈을 주겠다”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는 것이었다. 글쎄다. 2015년을 힙겹게 살아가는 국민에게 ‘막연한 꿈’을 남발하기보다, 자기 일부터 소중하게 여기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