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창업가의 '불금' 을 뜨겁게 달군 1세대 창업가

머니투데이 이해진 기자 2015.07.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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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의 '창업가들과의 저녁식사'

지난 24일 프라이머가 '창업가들과의 저녁식사'를 진행, 권도균 대표와 후배 창업가들이 교류하는 시간을 가졌다./사진제공=프라이머지난 24일 프라이머가 '창업가들과의 저녁식사'를 진행, 권도균 대표와 후배 창업가들이 교류하는 시간을 가졌다./사진제공=프라이머


"권도균 대표님, 꼭 한 번 뵙고 싶었습니다"

지난 24일 퇴근 후 이른바 불금(불타는 금요일)을 즐겨할 저녁 6시, 젊은 창업가들의 발길은 서울 선릉에 위치한 한 창업보육센터로 향했다. 스타트업 사이에서는 연예인·셀러브리티로 통하는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와의 저녁식사를 위해서다.

창업 1세대인 권 대표는 인터넷 정보보안 전문업체 이니텍, 온라인 전자결제 이니시스를 비롯해 총 5개 회사를 창업, 5개 기업 모두 성공적으로 엑시트(Exit) 했다. 이후 엑시트 자금 일부를 투입해 2010년 액설레이터 프라이머를 설립하며 후배 창업가 발굴·양성에 나섰다.



프라이머는 2011년부터 '창업가들의 저녁식사'라는 이름으로 권 대표와 젊은 창업가들의 네트워킹 자리를 마련 해왔다. 벌써 여섯번째 모임으로 초기엔 권 대표가 직접 샐러드 등 간단한 음식을 만들어와 나눠 먹었다. 하지만 회를 거듭 할수록 참여 인원이 불어나 지금은 구입한 김밥이나 샌드위치 등 도시락을 함께 먹고 권 대표가 강연을 한뒤 Q&A 및 네트워킹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날 저녁식사에는 대학생인 예비 창업가부터 중년 창업가, 벤처캐피탈(VC) 등 100여명의 창업가들이 몰렸다. 권 대표가 미국에 거주하며 한국을 오가고 있어 만날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기 때문이다. 언론이나 페이스북으로만 만나오던 권 대표를 만난 창업가들은 하나같이 팬심(fan+心)을 발휘, 인사하기 바빴다.



권 대표도 후배 창업가들과 격의 없이 소통했다. 중간중간 농담을 섞기도 했다. 권 대표는 훌륭한 창업 아이템의 한 종류로 '사람들의 고통을 없애는 아이템'을 꼽으며 "제가 국내에 보급한 액티브 엑스처럼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문제를 해결한다면 좋은 창업 아이템이 될 것"이라고 말해 웃음을 끌어 냈다.

권 대표는 네트워킹에 앞서 '실패하기 쉬운 비즈니스 모델의 특징'을 주제로 강연했다. 권 대표는 "성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는지는 사실 나도 잘 모른다"며 "다만 실패한 비즈니스 모델들의 특징을 알려 줄테니 이를 피해가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운을 뗐다.

우선 권 대표는 "창업을 위해 창업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권 대표는 "실패한 창업가들은 창업을 결심한 뒤 '뭐 좋은 거 없나?'하고 창업 아이템을 찾아 나선다"며 "그러면 억지춘향으로 끼워 맞춰진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 지고 투자자도, 고객도 설득하지 못해 백전백패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분명한 문제점을 발견하지 않았다면 창업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권 대표는 트렌드를 쫓는 비즈니스 모델도 경계했다. 권 대표는 "언론에서 'OO가 트렌드'라고 하면 이후 6개월에서 1년 간 그 분야 사업계획서가 수백개 씩 들어온다"며 "트렌드가 아니더라도 사업 기회는 무궁무진하다. 트렌드를 쫓으면 설국열차의 꼬리칸에 올라탄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워크숍, 유명인과의 콜라보레이션, 사무실 인테리어 등 언저리에 변죽을 울리지 말고 사업의 본질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권 대표는 "내 사업이 무엇인지, 특정 고객의 특정 문제가 무엇인지 사업의 본질을 알아야 하는데 이를 몰라 언저리에만 열심인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권 대표는 "이때 타깃 고객은 '20·30대 미혼 여성'과 같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이름을 부를 수 있는 실존인물', '지금 당장 전화를 걸어 이 서비스가 정말 필요하고 좋은지 물어볼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강연 이후 진행된 네트워킹은 IR 피칭 현장을 방불케 했다. 창업가들은 저마다 자신의 아이템을 소개하고 이에 대한 의견과 조언을 구했다. 아예 "투자를 받으러 왔다"며 현장에서 투자 의향을 물어오는 이들도 있었다.

이번이 저녁식사 두 번째 참여라는 한 창업자는 "지난 번 행사 때 대표님께서 해주신 조언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보완했고 최근 한 VC와 투자유치를 논의 중"이라며 "공동투자자가 필요한데 혹시 대표님께서 공동 투자자가 되어주실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권 대표는 "프라이머는 단독 투자를 원칙으로 한다"며 완곡한 답변을 말했다.

하드웨어 기기를 직접 개발한 중년 창업가는 "투자를 받으러 왔다"며 권 대표에게 투자의향을 물었다. 권 대표는 "하드웨어는 프라이머 투자 분야가 아니라 투자는 어렵지만 관심 있어 할 만한 투자자가 있다"며 "제품설명서를 제 명함에 적힌 이메일로 보내달라"며 현장에서 투자자 소개를 약속했다.

창업가들의 열기로 저녁 6시에 시작한 이날 저녁식사는 밤 9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권 대표는 "그동안 대기업들이 놓치고 있던 '고객만족'을 스타트업이 채우면서 대기업을 이기는 성공사례들이 일어나고 있다"며 "스타트업이 할 일은 고객과 고객의 문제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서칭(searcing)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 대표는 "하늘나라에나 있을 법한 이상적인 '천상의 제품'을 만들려고 하지 말고, 고객과 끊임없는 소통하고 비록 작은 부분이라도 고객만족에 기초해 문제를 해결한다면 혁신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지난 24일 프라이머가 '창업가들과의 저녁식사'를 진행, 권도균 대표와 후배 창업가들이 교류하는 시간을 가졌다./사진제공=프라이머지난 24일 프라이머가 '창업가들과의 저녁식사'를 진행, 권도균 대표와 후배 창업가들이 교류하는 시간을 가졌다./사진제공=프라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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