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5년래 최저… 상품시장 '엑소더스'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2015.07.21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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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리인상 전망·달러 강세·中 성장둔화 등 원자재시장 직격탄, 약세 지속될 듯

국제 금값이 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구리, 철광석을 비롯한 다른 주요 상품 가격도 급락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과 이에 따른 달러 강세, 중국의 성장둔화로 인한 수요 부진 등이 배경이 됐다. 약세 요인이 지속될 수밖에 없어 상품시장에선 투자자들의 엑소더스(대탈출)가 한동안 이어질 분위기다.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8월 인도분 금 선물가격은 전장 대비 2.2%(25.10달러) 하락한 온스당 1106.80달러를 기록했다. 2010년 3월 이후 최저치다. 장중에는 한때 온스당 1100달러를 밑돌기도 했다.



이에 따라 금값은 2011년 9월 온스당 1920달러 수준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한 뒤 이날까지 40% 넘게 추락했다.

금은 전통적인 안전자산으로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이 위태로울 때 수요가 느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최근 그리스 및 중국 증시 급락 사태를 둘러싼 불안감은 금값을 띄어 올리지 못했다. 그보다는 FRB가 미국의 경기회복세에 대한 자신감을 근거로 연내 기준금리 인상 방침을 거듭 확인한 게 금 투매를 부추겼다. FRB의 금리인상 전망에 따른 달러 강세도 금값 하락을 자극했다. 국제 상품시장에서 금을 비롯한 주요 원자재의 가격은 달러로 매기기 때문에 달러 가치와 반대로 움직인다.



16개 글로벌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달러인덱스는 지난 1년간 22% 올랐다.

지난 주말 중국 인민은행이 2009년 이후 사들인 금의 양이 시장 기대치의 3분의 1에 불과한 600톤에 불과하다고 발표한 것도 투자자들 사이에 실망감을 자아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금값뿐 아니라 은, 백금(플래티넘) 등 다른 귀금속 가격도 급락했다. 이날 은 선물가격은 온스당 14.758달러로 2009년 8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플래티넘은 6년여 만에 처음으로 온스당 1000달러를 밑돌았다. WSJ는 재닛 옐런 FRB 의장이 지난주 연내 금리인상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귀금속이 희생양이 됐다고 지적했다. FRB의 통화정책 정상화 움직임에 따라 금융시장도 수익 정상화를 위한 조정에 착수했다는 설명이다.


구리를 비롯한 비금속과 옥수수 등 농산물을 아우르는 다른 원자재도 맥을 못 췄다. 22개 주요 원자재 가격을 반영한 블룸버그 상품지수는 이날 96.20으로 지난 5월 연고점(105.49)에 비해 9%가량 하락했다. 지수는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최대인 17% 가까이 떨어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추세라면 곧 1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라며 지난 10여년간 이어진 상품시장의 '슈퍼사이클'(장기랠리)이 끝났음을 방증하는 신호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영국 런던에서 거래된 구리 선물가격은 6년 만에 최저치인 톤당 5400달러에 근접했고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가격은 지난해 7월 고점의 절반도 안 되는 배럴당 50달러 선에 머물러 있다. 철광석 가격은 전 고점에 비해 77% 떨어졌지만 더 떨어질 공산이 크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철광석의 현재 가격이 115년 평균치인 톤당 39달러에 비해 14% 높다고 분석했다.

대다수 전문가는 상품시장 전망을 비관했다. 악재의 지속력이 커 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케빈 노리시 바클레이스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경기회복(금리인상)과 중국의 성장 둔화를 비롯한 거시경제적 요인과 공급 과잉이 상품시장의 약세 요인으로 자리 잡았다고 지적했다.

WSJ는 상품가격이 추락하자 투자자들이 서둘러 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다고 지적했다. 펀드정보업체 EPFR글로벌에 따르면 글로벌 상품 관련 펀드에서는 지난 2분기에만 11억달러가 순유출됐다.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상품가격 하락에 직격탄을 맞은 원자재 수출국들은 일제히 기준금리 인하로 경기부양에 나섰지만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달러 대비 캐나다달러, 호주달러, 뉴질랜드달러의 가치는 올 들어 각각 11%, 9.8%, 16%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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