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삼성물산 합병, 주주가치 확대 계기 되길

머니투데이 김은령 기자 2015.07.19 14:10
글자크기
[기자수첩]삼성물산 합병, 주주가치 확대 계기 되길


"오늘부터 '소액주주님'에서 다시 '소액주주'로 돌아가겠네요."

삼성물산 합병 주주총회가 진행된 지난 17일, 한 증권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합병을 반대하고 나선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표 대결로 의결권 위임을 받으려 동분서주했던 삼성물산이 합병 성사 후 다시 소액주주를 외면할 것이란 지적이다.

삼성물산은 주총을 앞두고 임직원들이 소액주주를 찾아다니며 합병 찬성을 설득하면서 의결권을 위임받았다. 제일모직도 지난달 30일 기업설명회(IR)를 열고 배당을 늘리고 주주권익 기구를 설치하는 등 주주친화정책을 펼치겠다고 발표했다. 제일모직은 처음으로 바이오 사업장을 공개하고 자회사 바이오에피스 상장 계획을 발표하는 등 베일에 가려있던 바이오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등을 밝혔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제일모직의 기업가치를 산정할 때 바이오 부문은 간과할 수 없지만 비상장 자회사로 시장에 공개되는 정보가 거의 없었는데 엘리엇 덕분에 바이오 사업장을 탐방할 수 있게 됐다"고 우스개소리로 말했다.

삼성물산은 엘리엇이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반대하고 나서기 전까지 주가 하락에 대해 대책을 요구하는 소액주주들의 목소리에는 거의 답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사실 국내 상당수 상장사들이 평소에는 주주권익에 대해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경영권 분쟁 등으로 의결권이 중요해질 때만 '소액주주님들'을 찾아나선다.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의 배당성향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다. 정부에서도 배당 확대를 유도하는 정책을 연이어 추진하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낮은 배당으로 인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우여곡절 끝에 승인되면서 삼성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의 최대 고비를 넘기게 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드러난 대기업 그룹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소액주주에 대한 배려 등 주주친화정책 필요성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통합 삼성물산은 합병 주총 과정에서 내놓은 청사진과 주주가치 확대 약속을 잊지 않고 반드시 이행하기를 바란다. 더 나아가 이번 삼성물산 합병 사태가 주식시장 전반에서 '소액주주님들'의 위상을 높여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게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