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호의 책통]4E 불안과 감동이 있는 이야기

머니투데이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2015.07.18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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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호의 책통]4E 불안과 감동이 있는 이야기


블록버스터 대작들의 아성을 뚫고 대중의 관심을 끄는 분야가 실화영화다. 가족밖에 모르고 살아온 이 시대 아버지의 삶을 실화처럼 그린 ‘국제시장’은 1425만 관객을 동원했다. 98세의 남편과 89세 할머니의 애절한 사랑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480만 관객을 넘겼다. 최근에는 500만 관객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는 ‘연평해전’을 비롯해 ‘극비수사’ ‘피의자 : 사라진 증거’ ‘경성학교’ 등도 실화영화다. 역사적 사실에서 이야기를 끌어오는 팩션영화 또한 실화처럼 포장한다.

일본 아마존의 베스트셀러 1위는 103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최전선에서 활약하고 있는 미술가 시노다 도코가 때로는 다정하게, 때로는 엄하게 인생을 살아가는 법과 즐기는 법은 전수하는 ‘103세가 돼서 알게 된 것―인생은 혼자라도 괜찮아’이다. 그의 다른 책 ‘100세의 힘’도 함께 베스트셀러에 올라있다.



시노다는 평생 동안 가정을 꾸리지 않고 독신으로 살아오면서 어떤 미술 단체에도 소속되지 않고 자유롭게 작업을 해왔다. 시노다는 “100세를 넘으면 어떤 식으로 나이를 먹으면 좋을까, 저도 처음이라 경험이 없어서 당황합니다. (…) 100세가 넘으면 전례는 적고, 본보기도 없습니다. 모두 스스로 창조해서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또 “100세가 넘으면 인간은 차츰 ‘무(無)’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느낍니다. 하나의 예로 나는 작품을 그리기 시작하면 전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작품과 나와의 사이에는 붓이 있을 뿐, 단지 그리고 있는 것입니다. (…) 무의식중에 자연스럽게 완성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전혀 새로운 경지의 작품”이라고도 했다.



사람들은 왜 이런 이야기를 좋아할까? 최장기 ‘경제불안’이 지속되니 인간은 이제 땅바닥을 친 정도가 아니라 지하로 땅굴을 뚫고 내려갈 정도로 지쳐 있다. 2012년에 ‘멘붕’이 최고의 조어가 된 이후 작년의 ‘세월호 참사’와 올해의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심리적 불안감은 엄청나게 고조되었다.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자식 세대와 노인빈곤의 상태로 몰리고 있는 부모 세대인 베이비붐 세대(50대)는 동반 추락할 위기에 몰려 있다. 기술의 발달은 일자리 자체를 앗아가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경제(Economy), 고용(Employment), 신기술(Electronic), 환경(Environment) 등 4E 불안과 정치 불안, 그리고 리더십의 부재로 고통 받는 대중은 감성과 직관이 빛나는 서사적 스토리이면서 감동을 안겨주는 이야기를 찾게 마련이다. 나는 연초에 올해의 키워드로 감동을 제시한 바 있다. 과연 일본인이 아닌 한국인을 울릴 감동적인 이야기는 무엇일까? 이제 정말 등장할 때가 되었다. 그게 자못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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