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만 있다면 직접 ‘개입’해서 제대로 된 ‘반전의 복수’를 실행하고 싶어질 만큼 아쉬움이 많은 결말이었다. 하지만 결론에 도달하기 전까지 영화는 매 순간 심장을 옥죄는 긴장의 연속이다. 고작 두 사람의 출연 배우만으로 시선을 집중시키는 힘은 이 영화 최대의 미덕이다.
사냥에 자신만만하던 매덕은 양 대신 사람을 쏘는 실수를 저지르고 이를 무마하기위해 벤에게 장밋빛 미래를 약속한다. 양심의 가책을 느끼던 벤이 약속을 깨뜨리는 행동을 하려하자, 매덕은 벤을 총으로 위협해 벌거벗겨 최고 54℃까지 오르는 사막으로 내몬다.
갑부의 놀이에 희생양이 된 벤은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쓴다. 가끔 갑부의 시선을 피해 잠시 영리한 전략을 쓰기도 하지만, 이내 포착되고 ‘게임’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이 과정이 되풀이될 때마다 손과 목에 식은 땀이 흐를 정도로 긴장감이 시퍼렇게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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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발적 살인을 은폐하기위해 목표물을 해치우려는 매덕의 처치 과정은 잔인한 복수를 다짐할 만큼 얄밉고 추악하다. “난 널 죽이지 않아. 죽을때까지 지켜볼 뿐”이라는 매덕의 말과 행동에서 벤은 ‘복수의 나의 것’이라고 다짐했을 법하다.
하지만 결론은 십년간 담근 인삼주의 인삼 맛이 거세된 것처럼 허무한 맹탕으로 끝난 꼴이었다. 만약 당신이 감독이라면 관객의 속이 뻥 뚫릴 만한 복수를 그렸을 것이 틀림없다.
그럼에도 두 배우의 연기는 시종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히 속을 감추는 듯한 능구렁이 역할의 마이클 더글러스는 단연 압권이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목격자가 단 두 사람뿐인 상황에서 ‘있는 자’의 논리대로 끌려가는 ‘없는 자’의 처절한 비극은 비단 사막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닌 듯하다. 에드가 앨런 포 상을 수상한 롭 화이트의 ‘데스워치’를 원작으로 한 색다른 서스펜스물이다. 16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