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63부대 내년 '스파이웨어' 사용 계획…국내 고객 한곳 더?

머니투데이 진달래 기자 2015.07.13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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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감청 프로그램 논란] 한국 5163부대 대리업체 '나나테크'와 2010년부터 접촉

한국 5163부대의 스파이웨어 구입을 대행하는 국내업체 나나테크가 이탈리아업체 '해킹팀'에 보낸 이메일 내용.한국 5163부대의 스파이웨어 구입을 대행하는 국내업체 나나테크가 이탈리아업체 '해킹팀'에 보낸 이메일 내용.


이탈리아업체 '해킹팀'의 스파이웨어를 2012년부터 사용해온 한국 정부기관 5163부대가 내년에도 해당 SW(소프트웨어)를 사용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스파이웨어는 스마트폰에 몰래 침입해 각종 정보를 볼 수 있도록 지원하는 SW다.

지난해부터는 '5163부대'의 또 다른 부서가 아이폰을 감시할 수 있는 스파이웨어 도입을 검토해 온 정황도 파악됐다. 국가정보원으로 추측되고 있는 '5163부대'는 특히 모바일을 중심으로 스파이웨어 성능을 개발, 도입하는데 관심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13일 해킹팀과 국내업체 '나나테크'가 주고받은 이메일 내용을 분석한 결과 한국 정부는 해킹팀과 2010년 첫 접촉을 시도한 이후 이달 초까지 꾸준히 이메일을 통해 거래 협상을 이어왔다. 나나테크는 한국 5163부대의 스파이웨어 구입을 대행하는 업체다.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해킹팀의 내부 문서 등은 지난 6일(현지시간) 해킹으로 인해 유출돼 인터넷 상에 유포되고 있다.

◇내년 스파이웨어 사용 비용에 대한 논의도 이미…제2의 고객까지



유출된 이메일 중에는 내년도 스파이웨어 유지보수비용 지급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4년째 써온 스파이웨어 제품을 내년에도 계속 사용하겠다는 의미다.

지난 4월 나나테크는 해킹팀에게 "내년부터는 유지보수 비용 입금이 늦어지지 않도록 고객(5163부대)이 입금방식을 변경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나나테크에 원화로 유지보수비용을 주면 나나테크가 이를 다시 해킹팀에 유로화로 입금하는 방식을 제안한 것. 기존에는 5163부대가 직접 해킹팀에 입금하는 방식이었다. 이에 대해 해킹팀도 내년부터는 제안대로 입금 방식을 변경하는데 동의했다.


가장 최근(지난 1일) 메일에는 오는 10월에는 해킹팀 직원이 직접 5163부대 직원에게 스파이웨어 사용과 관련 트레이닝 일정을 정하는 내용도 담겨있었다.

제2의 잠재 고객 가능성을 보여주는 이메일도 있다. 지난해 2월 나나테크는 해킹팀에 "또다른 고객이 아이폰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최근 iOS 버전가 원격조정시스템(RCS)를 지원하는지, 가격은 어느 정도인지 다른 정보를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후 나나테크 측은 '또다른' 고객에 대해 '기존 고객(5163부대)의 다른 부서(department)'라고 설명했다.

◇모바일 감시 기능 관련 문의 많아, 카카오톡에 대한 기술 개발 요청도

5163부대는 특히 모바일 관련 문의를 많이 한 것으로 조사됐다. 계약전에도 노키아x6, RIM 9700, 아이폰4, GT-19000 등 기기에 스파이웨어 사용이 가능한지, 성능 테스트를 요구하는 내용을 보냈고, 신제품이 나오면 해당 제품에 대한 지원 여부를 물었다.

5163부대는 카카오톡에 대한 감시 기술 개발을 꾸준히 요청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3월 해킹팀 직원들이 직접 국내 출장을 다녀간 후 내부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한국 고객이 "카카오톡에 대해 궁금해했고, 특히 안드로이드를 원격조정 사용이 6월에 필요하다면서 개발 진행 단계에 대해 물었다"고 적혀있다.

통화녹음과 관련 기능도 자주 묻는 질문 중 하나였다. 지난 6월에는 해킹팀이 "새로운 안드로이드 버전인 롤리팝 이후에는 아직 적용이 안된다"면서 "적용을 원하는 앱을 몇가지 알려주면 해당 앱을 분석해서 개발 속도를 높이겠다"고 답한 이메일도 있다.

이번 해킹팀 내부 정보 유출로 공개된 이메일 가운데 '나나테크(Nanatech)'라는 단어가 포함된 메일만 967통에 달한다. 주로 허손구, 김은중 등 나나테크 직원이 중간자 역할을 담당하면서 해킹팀과 협상을 해왔다.

해킹팀과 첫 구매를 하긴 전인 2011년 11월에는 직접 이탈리아도 방문한 것으로 파악된다. 5163부대 직원 한서니(Sunny Han)과 이세훈(Se-Hun LEE) 등 2명과 나나테크 직원 1, 2명이 해킹팀을 방문키로 결정하고 관련 일정 조율을 위한 이메일이 여러통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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