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렉시트 분수령 12일…EU 정상회의서 논의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2015.07.08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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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메르켈, 12일 EU 정상회의서 그리스 지원 방안 논의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의 분수령이 오는 12일(현지시간)이라는 관측이 힘을 받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7일 오는 12일이 그리스의 구제금융안을 타결하거나 그렉시트를 준비하는 날이 될 것이란 추측이 만연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정상회담을 마친 후 회견에서 이번 주 그리스 정부로부터 충분한 개혁 제안을 받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오는 9일까지 그리스 정부로부터 개혁안과 구제금융안을 제안 받으면 12일 유럽연합(EU) 28개국 정상들이 이 제안을 토대로 그리스에 대한 지원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브뤼셀에서 잇따라 열린 유로그룹 회의와 유로존 정상회의는 그리스의 구제금융안에 대한 구체적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게 그리스 정부는 이날 자국의 사활을 건 구제금융 협상에 실탄 없이 참전했다. 그리스는 새 협상안의 구체적 내용을 담은 문서를 들고 오지 않았다.

예룬 데이셀브룸 유로그룹 의장은 이날 "유로그룹이 오는 8일 전화회의를 통해 그리스 측의 요구인 유럽안정화기구(ESM)를 통한 재정 지원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면서도 "그리스가 신뢰할 만한 개혁안을 들고 와야 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로존 관리들을 인용해 그리스 신임 장관인 유클리드 차칼로토스가 새 협상안의 골자를 구두로 설명했다고 전했다. 한 그리스 관리는 그마저도 지난달 30일 그리스 측이 3차 구제금융을 요청하며 제시한 협상안과 동일했다고 말했다.


그리스 정부는 당시 유럽판 국제통화기금(IMF) 격인 ESM을 통해 2년여의 채무상환용 자금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사실상 3차 구제금융을 요청한 것이다. 그리스는 아울러 광범위한 채무 재조정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IMF 등 채권단은 그리스의 3차 구제금용을 위한 협상안을 묵살했었다. 그리스와 채권단 간 부가가치세(VAT) 세율과 연금 삭감 부문의 이견차가 좁혀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FT는 이날 그리스가 새 협상안을 들고 오지 않은 행위로 유로존 재무장관들이 충격을 받았으며 일부는 화를 냈다고 전했다. 유로그룹 회의는 이날 뒤이어 열린 유로존 정상회의의 전초전 성격이었다.

블룸버그는 그리스의 협상전략으로 인해 유로존 정상들의 회의감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정상회의 직전 "그리스와 새로운 구제금융 협상을 시작할 기반이 없다"고 비판했다.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자신이 "침울한 기분"에 빠졌다고 말했다. 유하 시필레 핀란드 총리는 "현 상황에 대해 매우 비관적"이라고 토로했다.

다만 유로그룹 회의가 아무런 소득 없이 끝난 것은 아니다. 차칼로토스 장관은 이날 유로그룹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회의에서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데이셀블룸 의장도 그리스에 단기 처방을 넘어서는 재정 안정 방안이 필요하다는 데 유로존 재무장관들이 인식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그리스 관리들을 인용해 그리스 측이 이날 장기적 재정 지원과 함께 이달 말 채무 상환에 필요한 중기적 방안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유로존 지도자들은 그리스 경제의 파탄과 전면적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대한 경계감을 한층 키웠다.

메르켈 총리는 그리스 채무 위기는 이제 “몇주 남은 문제가 아니라 며칠 안에 처리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이번 주 안으로 합의에 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스 정부는 지난달 30일 시한까지 IMF에 대한 채무를 이행하지 않아 기술적 디폴트에 들어갔다. 오는 20일 ECB에 대한 채무마저 상환하지 못하면 전면 디폴트가 불가피하다.

일각에서는 ECB가 그리스로부터 빌려준 자금을 받지 못할 경우 그리스 은행권의 생명줄이었던 긴급유동성지원(ELA)을 중단할 것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이렇게 되면 그리스는 새 화폐를 발행해 경제를 운영하는 처지로 내몰릴 수 밖에 없다. 이는 곧 그렉시트를 뜻한다.

이날 ECB는 그리스 은행권의 생명줄을 보다 팽팽히 틀어쥐고 나섰다. ECB는 '도덕적 해이'를 목격하면 ELA 요청을 거절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날에는 ECB가 그리스 정부가 요청했던 ELA 증액을 거부하고 담보 인정비율을 낮췄다. 이는 그리스에 대한 자금지원 조건이 강화된 것이다. 이 때문에 그리스 은행권이 받는 자금 압박은 한층 심각해졌다.

그리스 금융권은 이미 파국의 수렁을 향해 가고 있다. 그리스 정부는 대량 예금인출(뱅크런) 사태를 막기 위해 그리스 시중은행들의 영업을 지난달 29일자로 중단했다. 일일 현금인출기(ATM) 이용한도는 60유로로 제한됐다. 그리스 은행연합회 대표는 영업중단 조치가 최소한 오는 8일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전날 밝혔지만 이후에도 즉각적 영업 재개의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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