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못한 압도적 '반대'…"찬성파, 패착 분명했다"

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2015.07.06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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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차우 FT 칼럼니스트 "세 가지 잘못된 판단이 영향"

관심이 집중됐던 그리스 국민투표가 예상 밖 결과로 전 세계를 흔들었다. 62.50%의 투표율을 기록한 가운데 국제 채권단의 개혁안에 대한 반대표는 61.31%를 기록해 찬성 38.69%를 압도했다. 찬반이 팽팽히 맞설 것이라는 이전 전망들을 정면으로 뒤집은 결과다.

오히려 국민투표 직전까지만 해도 긴축 찬성이 다소 우위를 점할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던 만큼 이번 투표 결과가 줄 파장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볼프강 뮌차우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니스트는 이 같은 결과에는 분명한 요인이 있었다고 설명한다. 그리스 국내외 긴축 찬성파들의 잘못된 판단들이 이어지면서 결국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의 분명한 승리로 귀결됐다는 진단이다.



뮌차우는 5일(현지시간) '왜 긴축찬성 운동은 실패했나'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세 가지 요인을 제시했다. 가장 큰 실책은 유럽연합(EU) 정치인들이 그리스 국민투표에 명백한 개입 행보를 보였다는 점이다. 이들은 긴축 반대는 곧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로 이어질 것이라며 압박을 지속해왔다. 대표적으로 시그마르 가브리엘 독일 부총리 겸 경제장관은 투표 결과가 나온 뒤에도 그리스와의 협상은 없다며 강경 자세를 유지했다. 뮌차우는 그리스가 이런 위협을 자국의 민주주의적 절차를 방해하는 시도로 해석했다고 짚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놓은 그리스의 부채지속 가능성에 대한 분석을 유로존 관계자들이 숨기려 했다는 소식도 긴축 찬성에 반발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IMF가 내놓은 보고서는 그리스 재정 안정화를 위해서는 2018년까지 519억유로의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고 밝혔는데 이는 곧 그리스 정부의 부채 축소 요구가 옮다는 것은 인정하고 있다. 뮌차우는 EU국가들은 자신들 스스로 그리스 국민투표를 조작하려 한다는 인상을 주었으며 심지어 이를 감추려고 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 잘못은 구제금융 프로그램이 경제적 측면에서 어떻게 작동되는지 설명하는데 실패한 것이라고 뮌차우는 설명했다. 이로 인해 폴 그루그먼 프린스턴대학 교수, 컬럼비아대학 교수, 한스 베르너 신 독일 IFO 연구소장 등 경제학자들은 한 목소리로 부채 탕감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뮌차우는 8년간 경기위축을 겪은 경제에 새 긴축 정책이 요구된다는 설득력 있는 경제적 이론이 없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실책은 바로 찬성 지지자들의 오만함이라는 진단이다. 지난 영국 총선에서 노동당이 그랬던 것처럼 사전조사 결과에 너무 의존한 나머지 승리를 과신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사전조사 결과는 오차가 매우 컸다. 뮌차우는 실제로 경제적 재난이 발생하지도 않았는데도 그렉시트를 경제적 재난과 동일시했다는 점이 가장 뻔뻔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5년간 실업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향후에도 일자리를 구할 가망이 없다면 벌지 못하는 돈이 유로인지 드라크마인지 여부는 아무 상관없다고 설명했다.

뮌차우는 이제 핵심은 협상 타결이 이전보다 더 어려워졌다는 점이라고 관측했다. 반대 결과로 그리스 정부는 긴축을 줄인 이전과 다른 협상안을 주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그리스 정부가 최근 IMF가 내놓은 보고서 내용과 일치하는 수준의 부채 경감을 주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가장 실질적인 해결책은 그리스 은행시스템만을 지원하는 협상 합의라고 말했다. 대신 그리스 정부는 디폴트를 선언하고 채권단은 그리스에 새로운 통화 지급을 중단하게 된다.

더불어 뮌차우는 그렉시트를 그리스 정부가 결정할 수 있는 선택으로 보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른 모든 가능성이 모두 소진됐을 때 그렉시트가 나타난다며 아직까지는 많은 대안들이 남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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