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시장' 믿다가 발등찍힌 위생용지

머니투데이 신아름 기자 2015.07.06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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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늘렸나?' 고부가가치 지종으로 알려진 위생용지의 성장 가능성만 믿고 생산라인 '증설경쟁'에 나선 제지업체들이 이제는 넘치는 공급을 걱정할 처지에 놓였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는 데다 저출산 기조로 인구수가 사실상 정체상태를 보이면서 위생용지시장의 수요가 당초 예상에 못미쳐서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위생용지업체들은 잇따라 각각 5~10톤 수준의 원단 생산설비 증설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생산량 확대에 나섰다.



업계 1위 유한킴벌리는 지난달 초 경북 김천공장의 원단설비 증설을 마무리하고 기존 10만톤에서 15만톤으로 티슈 생산량을 늘렸다. 2위 깨끗한나라는 올 상반기 충북 청주공장 내 위생용지 생산라인 증설을 완료하고 현재 시운전 중이다.

이에 앞서 화장지를 전문적으로 생산·판매하는 쌍용C&B는 지난해 초 충북 조치원공장의 원단설비 증설을 마무리하고 본격 가동에 돌입했으며 삼정펄프 역시 비슷한 기간에 생산설비 증설을 완료했다.



다른 지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장성이 높고 고수익을 낼 수 있는 위생용지의 특성에 착안해 이들 업체가 비슷한 시기에 증설작업에 돌입한 결과다.

문제는 이처럼 생산능력이 대거 늘어난 데 비해 수요는 제자리걸음을 한다는 점이다.

한국제지연합회에 따르면 위생용지 내수량은 2008년 41만5173톤에서 2009년 43만6738톤, 2010년 44만359톤, 2011년까지 46만3963톤으로 성장세를 유지하다 그 이듬해인 2012년부터 다시 하양곡선을 그리기 시작해 급기야 지난해엔 43만6719톤까지 내려앉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한 수입산 위생용지의 국내 유입이 늘면서 공급과잉을 더욱 부채질한다. 2010년 국내에 수입된 위생용지는 803만6795㎏이었으나 지난해엔 3192만476㎏으로 4년새 297.2% 증가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요는 정체돼 있는데 공급만 늘어나니 업체간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며 "최근 화장지나 기저귀 등 위생용지는 '원플러스원' 같은 행사를 하지 않으면 팔리지 않을 정도로 수요자 우위의 시장이 됐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넘치는 위생용지를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등 업체별 자구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화장지의 대체 시장으로 성인용 기저귀 시장을 전략적으로 육성한 일본이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힌다.

현재 3겹으로 출시되는 두루마리화장지를 4겹까지 늘려 위생용지 수요를 창출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보다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활성화하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업계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위생용지 품질이 평준화돼 있어 품질개량을 통한 수요창출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며 "위생용지 원단의 활용처를 다양화해 규모의 경제를 만드는 게 현재 업체들에 주어진 과제"라고 말했다.

신아름 기자 pe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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