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과 회의에 쐐기를 박는 책이 팟캐스트에서도 소개됐다. 금융의 기원이라는 어휘가 붙지만 돈을 부리는 사람들 얘기기도 하다. '돈의 발명'이 바로 그 책이다.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는 ‘화성남, 금성녀’의 칼럼 버전이다. 페미니즘과 성범죄 같은 무거운 주제도 다룬다. 금성녀의 입을 막는 화성남의 어법에 일침을 가할 때 고개를 끄덕일지, 갸우뚱할지는 온전히 독자의 몫이다.
저자는 번성했던 이탈리아 도시국가를 무대로 은행과 다국적기업, 보험회사가 처음 만들어지고, 이자·환전·인플레이션·주가 조작 같은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그린다. 먼 유럽의 옛이야기지만 금융자본주의가 만개한 21세기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동진 영화평론가는 팟캐스트 '이동진의 빨간책방'에서 "저자는 당대 이탈리아 도시 국가들의 모습을 무척이나 상세하고 친절한 문체로 이야기를 풀듯이 설명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흥미로운 일화들도 함께 서술한다"며 "책이 그렇게 두껍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참고 목록과 색인이 60페이지가 넘는 걸 보면 저자가 끌어들인 역사 자료의 양이 얼마나 방대한 지 알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이어 "책을 읽다보면 마치 돈을 주인공으로 한 생생한 모험담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런 방식과 서술력(필력)이라면 이 저자의 다른 책도 읽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고 평가했다.
알레산드로 마르초 마뇨 지음. 책세상 펴냄. 444쪽/2만2000원.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저자 리베카 솔닛은 자신이 겪은 이 일화를 칼럼으로 썼다. 칼럼은 많은 공감을 일으켰고 신조어 '맨스플레인'을 전 세계에 알렸다.
'맨스플레인(mansplain, man+explain)'은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특히 남성이 여성에게, 거들먹거리거나 잘난체하는 태도로 설명하는 것'을 뜻한다. 이 단어는 2010년 '뉴욕타임스'가 꼽은 '올해의 단어'로 선정, 지난해 '옥스포드 온라인 사전'에 등재됐다.
책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는 동명의 칼럼을 비롯해 여성의 존재를 침묵시키려는 힘을 고찰한 9편의 산문을 묶었다. 다양한 사건들을 통해 성차별뿐 아니라 경제, 인종, 권력으로 양분된 세계의 모습을 그려낸다.
박현경 출판기획자는 팟캐스트 '전영관의 30분 책 읽기'에서 이 책에 대해 "이 책은 패턴화·정형화·일반화된 여성 혐오에 대해 구체적인 실례와 통계를 보여주면서 문제를 제기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미국에서는 6.2분마다 한번씩 강간이 신고된다' 등 숨막히는 수치들의 나열은 때로는 독자들을 숨막히게 할 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저자는 무겁고 불편한 주제를 통해 진정한 페미니즘의 필요성을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이 책을 읽은 블로거 '수희선생'씨는 "평소 불편했던 남성들의 시선이 어떻게 사회문제로 발현되는가를 많은 사건과 사례를 통해 직접적으로 보여준다"며 "그냥 가벼운 심리서를 읽는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탓에 읽는 동안 마음이 버겁고 불편했다"고 평했다.
블로거 '보헤미안'씨는 "개인마다 차이는 외면하고 모든 남성들이 그렇다고 몰고가는 논리가 불편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여성은 여전히 남성보다 불평등한 사회 속에서 살고 있다는 점"이라며 "남성 독자들도 '틀림'이 아닌 '다름'의 차원에서 이 책을 접한다면 생각의 다양성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평했다.
블로거 '훔볼트'씨는 "여러 독립된 글을 묶어놓아서 잘 읽히지 않고 생각보다 재미가 없다"며 "일상의 공감을 좀 더 이끌어내고 구조적 문제를 보여주는 쪽으로 진행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리베카 솔닛 지음. 창비 펴냄. 240쪽/1만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