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의 한 법정에서 형사 단독 재판부를 맡고 있는 K 판사는 정식재판을 청구해 피고인석에 서게 된 전모씨(여)에게 "이런 사건으로 법원의 행정력을 낭비하고 싶으시냐"고 말했다.
전씨는 재판 내내 억울함을 호소했다. 전씨는 "관리비 문제를 다투기 위해 세입자 집의 초인종을 누르고 안에서 문을 열어줘 집 안으로 들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집에 들어갔는데 세입자의 부인이 자신을 밀쳤고 그로 인해 허리와 목 등에 부상을 입어 잠시 집에 머무르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후 K 판사의 부적절한 발언은 또 있었다. K 판사는 전씨 측이 피해자를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 하자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언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말했다.
이같은 K 판사의 발언을 두고 법조계 관계자들은 헌법상 재판청구권을 침해하고 재판장의 재량권을 넘어섰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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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변호사는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법원에 기대는 것은 당연한데 판사가 '법원의 행정력'을 운운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며 "판사는 억울함을 호소하는 피고인의 사정을 헤아려 판결로 말하면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일부 판사들이 고압적이거나 부적절한 언행을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이같은 일은 국민들의 사법불신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K 판사는 "전씨의 사건은 이미 즉결심판을 통해 법원의 판단이 한차례 내려진 경우"라며 "공소장과 사건기록 등을 검토했을 때 피고인에게 유리한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이 낮아 보여 나온 발언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증인 신청과 관련한 발언에 대해서는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언을 하기 힘든 사람이 증인으로 채택될 경우 피고인의 판결에 악영향을 끼칠 것 같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