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그리스 3차 구제금융 협상 향방은?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2015.07.02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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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렉시트' 막으려면 추가 지원 불가피…5일 그리스 국민투표 뒤 협상 재개될 듯

그리스의 파국을 막으려면 추가 구제금융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리스는 2010년 재정위기가 터진 뒤 이미 2차례에 걸쳐 부채를 탕감 받고 수천억 유로를 지원받았다. 그럼에도 그리스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은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이탈)는 피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

유로존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그리스가 오는 5일 국민투표를 실시한 뒤에는 협상을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리스는 이번 투표에서 국제 채권단이 제시한 긴축안에 대해 찬반을 묻는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지난달 30일 채무상환을 위해 유로존 상설 구제기금인 유럽안정화기구(ESM)에 2년간 291억유로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일 그리스에 대한 3차 구제금융 지원 협상과 관련한 의문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추가 구제금융 지원 전제조건은
그리스가 기존 구제금융 프로그램에서 자금을 지원받기는 상대적으로 쉬웠다. 각국 정부의 승인만으로 순차적으로 자금이 집행됐다. 그러나 새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마련하려면 절차가 복잡하다. 독일을 비롯한 일부 국가의 경우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대부분 정치권에서는 납세자의 희생을 전제로 한 그리스 지원을 못 마땅해 한다.



물론 각국의 승인은 최종 절차다. 그 전에도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우선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EC)가 구제금융 지원 요청이 합당한지 평가한다. EC는 이미 치프라스 총리의 3차 구제금융 지원 요청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유로존 전체의 금융안정성에 미칠 영향 등이 평가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리스의 구제금융 지원 요청이 EC의 평가를 통과한 다음엔 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이 논의 여부를 결정한다. 이 때 독일은 하원의 승인이 필요하다. 유로그룹이 구제금융 안건을 논의하기로 했다면 지원 조건에 대한 합의가 필요한 데 FT는 이 절차만 1년 가까이 걸릴 수 있다고 했다. 독일을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는 지원 조건에 대한 승인도 의회 몫이다.

◇이미 5개월간 협상했는데…
끝내 불발됐지만 그리스와 유로존은 지난 5개월간 추가 지원 여부를 놓고 협상을 벌였다. 3차 구제금융 협상이 조기에 마무리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큰 이유다. 이에 대해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그동안 시간을 낭비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그리스의 상황이 기존 구제금융 프로그램의 연장 여부를 놓고 협상을 벌였던 지난주와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그리스는 지난달 29일 은행을 폐쇄했고 이튿날 구제금융 프로그램이 종료되면서 국제통화기금(IMF) 채무 15억유로를 갚지 못했다. 돔브로브스키스 부위원장은 "우리가 이제 논의하려는 것은 2년짜리 새 구제금융 프로그램으로 그리스의 경제 여건은 지난달 27일에 비해 훨씬 악화됐다"고 말했다.

◇"지원조건 수용" 치프라스 서한은
치프라스 총리는 지난 1일 국제 채권단에 보낸 서한에서 채권단이 기존 구제금융 프로그램 연장을 위해 요구했던 조건을 대부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추가 협상에서 그리스와 채권단의 의견차가 좁혀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FT는 그리스가 IMF의 채무를 상환하지 못해 디폴트(채무불이행)가 현실화한 만큼 채권단의 요구 수위가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채권단은 기존 협상에서 노동시장 자유화 등 경제개혁을 위해 요구했던 일부 조치에 대해 양보하는 유연한 입장을 보였다. 채권단이 다시 요구 수위를 높이면 협상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5일 그리스 국민투표 영향은
그리스가 5일 치르는 국민투표의 결과는 사실상 3차 구제금융 협상과는 무관하다. 국민투표에서 묻는 게 채권단이 기존 구제금융 프로그램 연장을 위해 요구했던 경제개혁안의 찬반 여부이기 때문이다. 기존 프로그램이 지난달 30일 종료된 만큼 여기에 묶인 조건도 더 이상 실효성이 없다.

다만 국민투표 결과가 '반대'로 나오면 추가 협상에 큰 악재가 된다. 안 그래도 유로존에서는 그리스 국민투표의 '반대'는 그렉시트를 의미할 수 있다며 투표 결과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반대표가 우세한 상황에서는 협상이 재개돼도 유럽중앙은행(ECB) 채무 35억유로의 만기가 돌아오는 오는 20일까지는 합의가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리스가 ECB 채무를 상환하지 못하면 ECB의 긴급유동성지원(ELA)이 끊겨 그리스 은행권이 붕괴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ECB의 지원이 중단돼 그리스 은행권이 붕괴하면 그리스 정부는 유일한 돈줄을 잃게 된다. 그리스 정부가 스스로 자금을 조달하려면 돈을 찍어내는 수밖에 없다. 이는 곧 그렉시트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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